2010. 6. 28. 06:07ㆍ★ 부부이야기
면접을 보기로 한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을 했다.
사무실에 도착하기전에 화장실에 들러 피를 닦으면서
말라비틀어진 핏자국에 남의 눈에 띌까 그걸 더 걱정했었다.
면접관이 오기전에 기다리는동안 제공되는 책자를 읽고 녹차를 마셨다.
전형적인 멋지고 사람 좋아보이는 편안한 나보다 한살 많은 성공한 여자 부지점장님.
면접을 보기보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나의 이런저런 성격을 보는듯 했다.
연봉이 1억 5천이 넘는다는 모보험회사 부지점장님과의 면담은 그렇게 1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나의 대한 극찬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런 말이 되려 부담스러웟으며 믿어지지가 않는다.
월요일날 지점장님과의 면접이 남아 있으며, 그 다음에도 무슨 단장님과의 면접까지 통과해야지만
최후 입사가 결정되는것이며, 한달간의 교육도 마치고 나서 정식 사원으로 입사가 결정된다고 했다.
면접을 보기전에 어떤 일인지 몰랐지만 쉽게 말하면 전화상으로 보험고객들을 관리하는것,
영업은 안한다고 하지만 고객의 요청이 있을시에 외부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꼭 함께 일할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해주신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헤어지면서도 그 부지점장님이 내 손에 영화티켓 두매를 쥐어주신다.
글을 쓰는 분이면 영화 좋아하실것 같다고, 영화 보시고 영화리뷰도 쓰라면서~
블러그를 한다는 말을 괜히 했나보다.
영화티켓 2매 받은것을 부담스러워 하면서 월요일날 면접을 마음속에서 접었다.
호의로 내게 건네주신 영화티켓 2매의 대한 부담감으로 점심 먹은게 체해서 밤에
식은땀을 흘리고 구역질을 할정도로 앓았다.
부지점장님에게 월요일의 지점장님과의 면담을 못하게됨에 죄송하다는 메일을 보냈다.
버스안에서 다친 발톱은 토요일이 되자 점점 더 아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살면서 남에게 작은 피해를 입고도 그냥 넘긴적이 몇번 있었던것 같다.
예전에 한번은 친한 언니의 소나타 차량이 후진을 하면서 내 발등을 밟고 지나갔을때도
크게 놀란 그 언니와는 다르게 걷는데 괜찮은듯 해서 걱정말라고 이야기 하고
집에 와서 밤새 열이 났지만 다음날 약을 지어 먹고 괜찮아지고 멀쩡했었다.
그게 내가 결혼을 한 첫해인 1997년도 일이었다.
지나가는 자동차에 부딫힌적도 있었고, 어떤 사람이 주차 되어 있는
내 중고차량을 옆부분을 확 긁었을때도 무조건 괜찮다고 넘겼다.
차가 나를 살짝 치였을때도 2,3일 지나면 괜찮아질것 같고, 그로 인해 그 차량 운전자가
나보다 더 놀랬을것을 먼저 생각하고 그렇게 늘 착한척 위선을 떨면서 살아왔다.
택시 운전사가 내가 다리를 택시안으로 안 들이밀기도 전에 출발을 해서
큰일이 날뻔 할때도...... 암말 안하고 바보퉁이 처럼... 그렇게 살아서
울 엄마가 그런 나를 보면 속상하고 좀 영악하게 살라고 크게 속상해 하셨을것이다.
내가 다른사람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다치게 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나도 인생을 살다보면 저런 실수 할수가 있고 내가 가해자가 될수도 있는법인데
저 사람은 피해를 본 나보다 더 놀랐을텐데... 그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크게 화를 내거나 손해 배상 하라는 비슷한 말조차 한적이 없다.
이런 나를 멍청하다고 바보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이제까지 나는 살면서 사람에게 아주 큰 사기를 당한적도 없으며,
사고를 크게 당해 병원에 입원해 본적도 없었다.
내가 영악하게 살면 나에게도 그런 큰 불행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엔 나 때문이 아니라 이런 나의 답답스러운 방식을 내 두딸들이 그대로
닮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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