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5. 06:30ㆍ★ 부부이야기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중에서 한번 마시면 끝장을 본다는 말이 있다.
지난주에 회사에서 안 좋은일이 있던 서방님이 그 끝장을 보는 마음으로 축구를
끝내고 밤새 끝장을 볼때까지 술을 쳐드시곤 새벽이 아닌 아침 나절에 귀가를 하셨다.
그 덕에 마누라인 나까지 밤새 한숨도 못자고 아침 6시가 넘은 시각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보니, 눈에 익은 차량 번호가 있어서 차안을 들여다보니 조수석에
너브러져 잠들어 계신 내 아이들의 아빠이고 내 남편이신 남정네가 정신없이 주무시고 계셨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한다는 대리운전 기사랑 통화를 하고 나서 집에 도착을 하고도
올라오지 못할정도로 그 시각까지 술을 쳐드셨나보다.
치가 떨린다는 표현은 이젠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죽이고 싶을정도로 미운 마음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안스러웠던 남편의 마음도 사라졌다.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는 내 남편님, 코를 찌르는 술냄새....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전에 함께 일하던 누구누구가 이번에 위내시경을 했는데 위가 걸레가 되어 있다고,
의사가 혀를 찼다고, 살고 싶으면 술끊으라고 했다면서 이젠 자기도 술 끊는다고 되뇌인다.
물론 그런식으로 술끊는다는 남편의 다짐어린 말, 14년동안을 들으면서 살았다.
그리고 금주 한지 이제 6일째가 되어가고 있다.
늦은 퇴근을 하는 남편을 위해 새로 밥상을 차리면서 남편 눈치를 보게 되는 나!
4년전 금연을 하던때도 이유 없이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내던 남편이었다.
그런 신경질을 꾹 참아냈던 나, 그리고 금연에 성공하고 여직 4년 넘게 금연을 하고 있다.
6일동안의 금주로 인해 남편은 요며칠동안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있다.
술마시고 싶다는 이야기도 자주 하고 있다. 아직은 짜증은 내지 않고 있다.
예전 두세번 한달동안의 금주를 성공한적이 있었다.
한번은 허리디스크로 병원에 한달동안 입원하는 바람에,
한번은 숙취로 인한 녹내장인가 포도막염으로 인해 한달동안 술을 입에 대지 않았던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처럼 본인 스스로가 특별한 이유 없이 술을 안하는 경우는 없었다.
밤11시가 넘어서 귀가하는 남편을 위해 새로 밥상 차리는것이 귀찮게 느껴질때도 있다.
하지만 금주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새로 반찬 두어가지 하고
밥도 새로 해서 차려주게 된다. 그리고 잠못 이루는 남편을 상대로 이야기 상대도 되어준다.
남편의 어린시절 할아버지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고 나는 원래 수다스러운 아내인지라
이런저런 말들을 실컷 떠들게 되고, 그러다가 보면 내 수다를 들으면 잠이 솔솔 온다고
남편이 스르르 잠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남편이 술을 끊는것은 바라지 않는다.
적당히만 마신다면 굳이 말리고 싶지도 않고, 금주로 인한 잔소리 많고 날 더 피곤하게
하는 남편이기보다는, 스스로가 조절 하면서 마실줄 아는 남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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