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3. 06:30ㆍ★ 부부이야기
남편이 술을 그리 좋아하는지는 연애땐 전혀 알지 못했고
내 주변에는 술을 그리 자주, 많이 마시는 남자분이 한분도 없었다.
술이라는것은 나에게 미지의 명사였으며 전혀 친숙하지 않았던 매개였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도 건강상 이유로 술을 입에 대본적이 없는 분이었으며,
나에게 새어버님이 되시는 현재 친정아버님도 술이라고는 입술에
축이지도 않는 분이시고, 외삼촌분도 담배는 피셨지만 술하고는
조금은 거리가 먼 분들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라는 사람은 술이 당최 어떤건지도, 알고 싶어하지도
못했고, 가까운 친구들을 가끔 만나 맥주한잔 마실때에도 나란 사람은
원래 태어나길 술을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왔었다.
지금의 남편이 술을 좋아한다는걸 알게된건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짐작했지만
신혼3개월이 되지 않았던 신혼시절에 그 술로 인한 사건을 간단히 적어볼까 한다.
그날도 술 딱한잔만 하고 오겠다는 남편은 고주망태가 되어
새벽3시가 다된 시각에 집으로 들어왔고
결혼한지 3개월이채 안되었던 새댁이었던 난 그날도 다소곳함을 가장한채 남편을
한번 째려보고 욕실로 들어가는 신랑 뒷통수만 뚫어져라 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신랑이란 이 남자가 욕실에 들어간지 5분도 채되지 않아 쿵! 하는
천정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새벽3시 고요함을 깨트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나다 엉덩방아를 한번 찧고
수줍은 새댁이라는걸 깜박 잊은채 욕실문을 벌꺽 열여 젗혔다.
그때까지 밝은 불빛에서 신랑의 알몸을 본적이 없을때덴...
아! 이게 웬일?
우리 곰같은 커다란 새신랑이 욕실 타일바닥에 팬티바람으로
벌러덩 누워 쓰러져 있지 뭔가?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갑자기 주체할수 없는 눈물과 콧물이
눈과 코에서 줄줄이 흘러내려왔고 울먹거리며 신랑을 잡아 흔들었다.
"자기야! 자기야! 정신차려~ 응?응? 눈 좀 떠봐 응? 앙아앙~~"
두려움과 무섬증으로 제몸은 굳어져 갔고 샤워하려고 욕실에 들어간 신랑은
술에 취해 발을 그만 헛디뎌 미끄러지면서그대로 머리 뒷통수를 욕실바닥에 부딫힌거였다.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고 어찌할지 모르는 그순간에 잠시 눈을
뜬 남편이 돌쟁이 아이처럼 흐느껴 울며 말했다.
"아앙~~ 아앙~~ 자기야! 나, 머리 깨졌나봐..너무 아퍼..."
우린 그렇게 잠시 어찌할줄 모르는 상황속에서 둘은 부둥켜 안고
그 새벽3시가 넘은 시각에 5분을 함께 울었다.
하지만 역시 의식이 더 조금은 멀쩡했던 난 정신을 차리고
전화기를 가져와 119에 전화를 해야겟다고 했다.
그러자 그 우왕중에도 우리 새신랑은 쪽팔리다고 차라리 머리터져서
아픈게 낫다고 119엔 절대 전화하지 말라구 고집을 피웠다.
그렇게 조금 실갱이 하다가 신랑이 고집을 못꺾고 아침에
일어나 바로 병원에 가기로 하고 새벽내내 남편의 머리를 감싸고 우리
두 새신랑 새신부는 한숨의 잠도 자지 못한채 날을 세웠고 아침엔
남편의 베개엔 선홍색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겨졌다.
아침이 되지마자 바로 병원에 들러 이것저것찍어보고
머리가 조금 부었있을뿐 그다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서 겨우 한숨을 돌리고 새신랑은 늦은 출근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땐 정말 결혼3개월만에 과부 되는줄 알고
어찌나 무서웠던지.... 신혼에 겪은 일으로는 너무 끔찍한 기억이었다.
그일로 난 지금의 신랑이 술을 조금 줄이지 않을까하는 순진한 생각을 해봤지만
결혼 14년차인 요즘에도 여전히 술을 안마시날보단 마시날이 더 많으니
이걸 그때처럼 어디 다치지 않게 마시는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딱 한잔만 오겠다는 지나가는 삽삽개도 웃을소리를 하고 전화를 한 남편,
푸하하하~~~ 오늘, 남편이 진짜루 술 딱 한잔만 마시고 온다면
내 손에 장을 묻혀 라이터불로 불을 지펴보겠다.
신혼때처럼 이젠 30대초의 나이가 아니니 이젠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아빠라하면 신들린 아이들처럼 환호하며 좋아하는
두딸을 위해 이젠 술좀 줄여줘라. 보미, 혜미 아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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