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라는 병이 다시금 찾아왔나..

2010. 8. 16. 13:58★ 부부이야기

 

 

 

 

에어컨을 켜고 남편과 두아이는 거실에서 잠을 잔다.

나 혼자만 안방에서 얇은 이불을 목에서 발끝까지 덮고 잔다.

정 더운날엔 선풍기를 회전시켜놓고 1시간 설정을 해놓는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100키로짜리 돌덩어리가 내 가슴을 내리 누른다.

몸은 너무나도 고단한데 잠이 오지 않고 자꾸 눈물이 나고 가슴만 답답하다.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나를 보며 애미야..... 라고 부르시며 손잡아 주신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남편이 나를 힘들게 할때 연애시절 남편이 나를 사랑하며 아끼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기억으로 마음의 위로를 삼으며 내가 선택한 남자, 내 선택을 믿자라고 다짐했었다.

집안을 기어다니면서 벌벌 떨던 그때에도 나는 그렇게 남편과 함께 할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

 

 

어머님이 미울때마다 나에게 사람 덜된 보미애비랑, 욕심 많은 니 시엄니 부탁한다고

며느리인 내 손을 잡고 부탁하시던 시아버님의 얼굴을 기억하며 마음을 추스리곤 했다.

내가 이만큼 어머님을 싫어한만큼 내 어머님도 이러시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숨조차 쉬는게 힘들고, 내가 죽어서 해결된다면 죽어서라도 남편이 정신 차린다면

그걸 선택하고 싶을 만큼 그 힘든때에, 유언처럼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내가 죽을만큼 아파서 응급실 실려가더라도 어머님을 내 병실에 들이지 말라고~

 

 

맏이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것에 큰 혜택을 받고 산다고 생각했었다.

어머님의 말씀을 100% 믿었기 때문에, 자식이니까 힘닿는데까지는 했었다.

순수하게 순진한 마음으로 시부모님에게 이쁘고 착한 며느리이고 싶어서 그랬다.

 

남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때 집에 단돈 천원 한장이 없어서 보미가 토하고 열나고

심하게 아픈데 2만원 택시비 주고 집을 나가버린 남편으로 힘들때도

어머님은 내게 돈이야기를 하시면서 본인 힘들다고만 하셨다.

 

 

나도 돈 좋아하는 평범한 아줌마다.

하지만 내가 마음으로 좋아하지도 않고 편하지 않는 사람의 도움은 절대로 받고 싶지 않다.

어머님이 주신 도움을 받으면 나는 당신이랑 이혼하겠다고 누누히 나는 남편에게 애기 한다.

 

 

내 눈치만 보며, 우울증 아니냐고 무서워 하고 지내는 내 남편만 불쌍하다.

하루하루 얼굴색이 다르고, 하룻밤사이에도 나의 안색은 바뀌고 있음에

남편은 포도막염때문에 술도 못마시고 안과치료 받고 다니는 요즘  많이 괴로울것이다.

 

 

내 마누라가 외간남자랑 호텔방으로 들어간걸 보고도 내 서방은 나를 믿을것이다.

병들어 아픈 시어머님을 모시지 않는다고 말해도 그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

세상에서 본인이 알고 있는 사람중에 가장 반듯하고 바른 사람이 자기 마누라라고 과신하는 남편이다.

 

 

그렇게 믿고 있는 지 마누라가 요즘에 눈물로 밤을 샌다는것을 저놈이 알고나 있을까?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들이 이런 나를 보면 얼마나 콧방귀를 뀔까?

생각하면 힘들다고 괴롭다는 글도 표현하면 안되는데 이렇게 나는 오늘 글로 풀고 있다.

 

 

가슴이 터질것 같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

오늘 아침에 전화를 한 큰시누가 2시간을 자기 시댁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누도, 시어머님도 이야기 상대로 내가 그리 편한가보다.  왜 그럴까?

 

 

큰시누 성격 나는 부럽다. 큰시누, 늘 내게 그랬다. 울엄마도 시엄마예요.

오빠 단점을 세상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으면서도 언니한테는 애기 안해요.

그게 시어머니예요. 언니, 시댁은 절대로 과하게 잘할 필요 없어요. 절대로 알아주지 않아요....그런 말을 14년전부터 내게 했었다.

 

 

 

나도 4가지 없는 며늘년 되고 싶다.

숨이 막히고 머리 꼭지가 돌만큼 더이상 어머님 이야기 듣기 싫으면

악쓰면서 그만 좀 하시라고 징하다고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싶다.

 

 

서방의 엄마다. 내 두딸아이의 할머니다.

시댁의 가계부를 나는 쓸수 있는 며느리가 되어 있다.

나도 이젠 우리집 가계부 생각만 하고 살고 싶다.

 

 

본인만큼 좋은 시어머니 없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나는 나만한 며느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나보다.

그 중간에 낀 내 서방만 불쌍한 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