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4. 06:00ㆍ★ 부부이야기
어느날 남편이 술을 마시고 새벽 3시가 너머서 들어왔다.
새벽녘에 몇번 전화를 해봤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 남자의 아내는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도 화가 나서
남편이 들어오기만을 벼르면서 혼자 씩씩대면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술취한 남편이 들어왔을때 현관앞에서부터 째려 보기 시작했고,
씻으러 들어가는 남편을 향해 따다다다 속살포 같은 잔소리들을 늘어 놓았다.
욕실로 들어가는 남편의 뒷통수를 한대 쳐주고 싶은 아내였다.
그 아내는 화가 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채, 술에 취해 정신도 오락가락 한
남편을 붙잡고 이론적으로 잘짜여진 이야기들을 늘어 놓다가 자기 감정에
북받쳐 울다가, 자기 연민에 빠져선 남편 귀에는 들리지도 않을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마구마구 뱉어 내고 있다. 혼자 떠들다가 울다 쇼를 하는 꼴라지였다.
집앞까지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남편, 아내의 심한 바가지와 잔소리에
미안하다는 마음은 싹 사라지고, 마누라의 잔소리가 귀찮기만 하다.
다음날 일어난 남편, 아내에게 자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잔소리 많은 마누라가 한바탕 자기에게 퍼부었다는것만 기억한다.
다음날에도 아내는 어제 늦은 애길 또 끄집어 내서 재탕 삼탕으로 늘어지게
떠들면서 귀에 딱쟁이가 얹혀질정도로 남편을 가르치려만 한다.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대답은 했지만 남편은 아내가 애기하는것의 요지가
뭔지 별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아내의 쟁쟁 거리는 소리가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다음부터 술마시고 늦어질 경우에는 그저 우리 마누라 또 한바탕
난리 치겠지 하면서 그런 마누라의 쟁쟁거리는 잔소리들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듣는것에 익숙해지고, 아내의 말들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 남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새벽3시가 지나도 집엘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그의 아내는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관두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술냄새를 풍기면서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식탁의자에 앉아 있던 아내는 말없이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그리고 남편을 한번 쳐다보곤 아무 말없이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눕는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웬지 뜨끔한 남편, 도둑이 제 발 저린것처럼 뭔가 불편하다.
다른집 마누라들처럼 잔소리를 하거나, 화라도 내면 맘이 편할것 같은데
자기가 들어올때까지 기다리다가 말없이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가는 아내의 모습은
정말 무섭고 조금은 괴기스럽기까지 하고 웬지 자신이 엄청난 죄를 지은것 같다는 마음에
집앞까지 갖고 있던 미안한 마음이 서서히 두려움으로 커져간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쓰린 속을 달래 줄 시원한 북어국으로 차려진 정성스러운
아침상이 차려져 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아내는 아무 말없이 남편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괜히 어색하기도 하고 무참하기도 하고 좀 미안한 마음에 "어젠 말이지.........."
라는 말로 아내 앞에서 술마시다가 늦어진 이유 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분명히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웬지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고, 웬지 그런 말들이 웬지 아내에게 대는 구차한 핑계처럼만 느껴진다.
진짜로 나는 술만 마셨을뿐인데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퇴근해서 들어온 남편, 아내 안색부터 살피게 된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자길 무표정하게 맞아주고 늦은 귀가에 대해서 일언 반구도 없는
아내가 답답하고 이걸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데 하는 답답함만 더 커진다.
생각해보면 아내 입장에서 보면 어젯밤 같은 일은 정말로 화가 났을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내로, 내 아이들 엄마로서 그리고 며느리로서도 최선을 다하는
아내에게 자신이 정말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정말 나쁜놈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혼해서 한번도 호강시켜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까지 느끼게 된다.
다른집 아내들은 술마시고 그렇게 새벽에 들어가면 난리도 아니라는데 내 아내는
되려 말없이 쓰린 속 풀라고 해장국까지 끓여준 속깊은 아내이다.
그리곤 진심으로 아내에게 사과한다.
그렇게 그 아내는 한마디의 잔소리를 하지 않고도 남편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고, 그런 남편의 진심을 느끼고 말없이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요"
라는 한마디로 그 날의 사건을 마무리 했다.
윗글은 내가 과거에, 혹은 지금도 가끔씩 술취한 서방님에게 대처하는 방법들이고,
아래 방법은 내 가까운 사람중의 과거에도 지금까지도 남편을 대할때,
많은 말이 아닌 조용하고 고용한 반란으로 그러면서도 남편의 성격을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한 언니의 방법이다.
다툴때, 감정이 앞서면 절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수 없으며,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면 서로에게 상처가 주게 되고 , 반복된 부부싸움으로만 이어지게 된다.
가장 좋은 가르침은 말로 하는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는것인것이다.
특히 부부싸움에서는 가르치려 하면 안된다는것을 이론이 아닌 절절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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