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5. 06:30ㆍ★ 부부이야기
난폭한 운전습관을 가진 남편이, 연애시절에는 얼마나 얌전하게 운전을 했는지 모른다.
술군이라는 단어가 참 익숙한 남편이 연애시절에는 술취한 모습을 내게 보인적이 없었다.
운전습관이 지금처럼 난폭하고, 술을 지금처럼 즐기는 남자라는것을 연애시절에 보여줬다면?
내가 남편과의 결혼을 다시 한번 검토를 해봤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연애시절에는 여자의 전유물이라 불리는 "내숭" 이라는것을 남자인 남편이 내게 떨었던것이다.
서른한살이라는 나이의 남편은, 연애시절에는 나 같은(?) 여자 놓치면 두번 다시
자긴 장가 못갈것 같았다고, 그래서 나 같이 키큰 여자랑은 결혼 못할것 같아서,
키크고 늘씬하다 못해 마르고 착하고, 청순하고 그냥 막 무조건 이뻐보이는 여자는
두번 다시 못만날것 같아서 자기가 회사에서 잘리는 한이 있어도 나와의 결혼에
자신의 모든것을 걸어야겠다는 결심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했었다고 한다.
보여지는 외모가 서울 깍쟁이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던 나는 일부러
좀 노는 여자차럼 굴고 싶어했으며, 그래서 야한 이야기도 주워 들어서
그걸 아주 잘알고 있는 여자처럼 굴었으며, 순진하게 보이는게 싫어서
남편 앞에서 실없는 농담도 잘했고, 내숭 같은것은 전혀 떨지 않았다.
나란 여자, 까칠하고 성질머리도 참으로 못된 구석이 많고, 잔소리도 엄청 많고
융통성도 없으며, 살림이나 음식솜씨도 없으며, 쌈도 못해서 나는 화가 많이 나면
숨도 못쉬고 벌벌 떠는 지랄 같은 성격의 여자라는것을 명심하라고 몇번이나 남편에게 경고를 해줬다.
내가 키크고 날씬한것은 사실이지만, 벗겨보면은 뼈다구 밖에 없어서 나를 당신 품에 안아도
별로 감흥이 없을수도 있으니 그것 또한 명심하고 나란 여자와의 결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거다.
그렇게 난 남편에게 나의 단점들만 줄줄 읊어대던 악랄한 처자였다.
그래서 결혼생활에 있어서 최선을 다함으로서, 나란 여자가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남편 스스로가 깨달길 바랬던 약은 처자였는지도 모른다.
내눈만 바라봐도 얼굴이 벌개지고,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던 남정네의 순박한
남편의 수줍은 미소가 영원할줄 알고 그 순박함을 높이 산 나, 남편을 선택했던것이다.
그저 나만 봐도 좋아서 어쩔줄 모르던 남편의 모습이 왜 그리도 짠하고 안스럽던지..
남편이 지금 와서 고백 한다. 자긴 철저하게 나와의 결혼을 위해
자신의 모든 단점들을 숨겼노라고, 오로지 목적이 나와의 결혼이었으니. 그때 그냥 무작정
나란 여자가 좋았다고....이유를 댈수 없이 그냥 좋았다고... 물론 지금 아니라는 애기도 포함되어 있는듯 하다.
"내숭" 이라는 단어, 남편과 나와의 연애시절에는 남편에게만 해당되던 단어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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