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1. 06:00ㆍ★ 부부이야기
우리집 유일한 수입원인 하숙생이 들어옵니다. 새벽즘에 비틀거리면서~
하숙집 아줌마, 이젠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일어나서
챙겨주지 않아도 저 하숙생의 하숙비는 매월 정해진 날짜가 되면 척척 입금되기 때문이지요.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푸푸거리는 코고는 소리와 함께 알콜냄새가 집안전체에 진동을 합니다.
하숙집 아줌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숙생을 위한 해장국을 끓여 놓습니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고 일어나는 하숙생을 보니, 주인 아줌마,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입이 깔깔한다고, 일찍부터 일어나서 하숙집아줌마가 끓여 놓은 해장국물도 안 떠먹고 그냥 나갑니다.
자식같은 하숙생의 출근하는 뒷모습에 하숙비를 꼬박꼬박 받는 게 미안해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느날, 하숙집 아줌마가 하숙생이 안스럽고 걱정된 마음에 붙잡고 애길 해봅니다.
이젠 건강을 위해서라도 술을 끊어 보는게 어떻겠냐고 조근조근 애길 해봅니다.
술독으로 충혈되어 있는 눈으로 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하숙생이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이틀 있다가 다시금 술독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새벽에 들어옵니다.
하숙생이 잠만 자고 댕기는데 꼬박꼬박 하숙비를 받는게 미안해진 하숙집 아줌마가 말합니다.
내 양심이 허락치 않으니, 하숙비 안줘도 되니 이제부터는 니네 집에서 회사 댕기라고 말을 합니다.
하숙생이 절대로 그건 안된다고 ... 여기 말곤 자긴 갈 곳이 없다고~ 자기집에선 자길 안받아준다고 웁니다.
이젠 술도 안마시고 아줌마의 아이들이랑도 잘 놀아주고, 하숙집에 걸맞은 성실한 하숙생이 되겠다고 사정을 합니다.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하숙생 말에 한숨을 쉬는 하숙집 아줌마~
하숙비땜에 내가 이 하숙생이랑 살고 있나를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니면 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아저씨라서 살고 있나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런 생각들로 오늘도 하숙집 아줌마는 머리가 아플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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