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3. 06:00ㆍ★ 부부이야기
성묘를 새벽에 다녀와야 하니 술마시지 말고 들어오라는 부탁을 했었다.
역시나 마누라 부탁을 개무시 하고 비까지 억수 같이 쏟아지던 금요일날 밤에
축구를 하는 회원들과 집근처에서 가볍게(?) 하신, 하늘 같은 서방님이 자길 모시러
와달라는 명령인지 부탁인지 모를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착한(?) 마누라인 나, 새벽 1시반에 하늘 같은 서방님을 뫼시러 나갔다.
밤늦게까지 이것 저것 챙기고 성묘 음식 몇가지를 만드리랴 허리가 뻐근한 밤에 말이다.
새벽2시에 잠든 나, 5시반에 일어나서 열심히 유부초밥과 김밥을 쌌다.
6시에 서방과 두딸들을 깨웠다. 딸내미들은 눈을 부비며 일어 났지만 서방님은
숙취로 인해서 도저히 일어나지를 못하셨다.
그 꼴라지에 싸나운 마누라가 소리를 빽~ 한번 질러대니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난 내 서방님!
세수까지 마친 두딸들을 보고, "애들아~ 일어나, 니네 엄마 열 받았다 얼른 일어나라"
싱거운 소리를 하면서 머리를 방바닥에 쳐박고 엉덩이를 천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숙취로 정신이 덜 깬 서방님을 태우고 내가 운전대를 잡고 아침 8시반에 집을 나서서
남편 회사에 들러서 볼일 까지 본 다음에 오전10시반에 시집에 도착을 했다.
아버님의 유골은 용미리 벽제에 있는 "추모의 집"에 모셔져 있다.
명절에는 4~6시간씩 걸리는 경우가 많아 늘 명절을 앞두고 미리 성묘를 다녀오고 있다.
토요일 오전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벌초를 하고, 산소에 절을 하는 것에 익숙해 있던 나도 이제는 이런 납골당의
성묘 문화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납골당은 제례식이 별도로 마련 되어 있어서 순서를 기다렸다가 절을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그런 성묘 절차가 어색하고 웬지 익숙치 않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있다.
간소한 성묘 음식들을 꺼내 놓고 상을 차리는 동안 아이들과 시누, 남편은 아버님 유골이 모셔져 있는
3층에 올라 갔다가 인사를 드리고 내려왔다.
해년마다 성묘를 올때마다 휴대용 목기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까지도 구입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어머님이 함께 오시지 못하셨다.
아버님이 돌아가신지도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버님과의 애틋한 추억이나 며느리로서 아버님 살아 생전에 마음을 다하지 못한 것에도
후회도 없는 그런 나는 적당히 정이 없는 며느리이면서도, 언뜻 언뜻 아버님의 대한 그리움은 갖고 있다.
내가 결혼을 할 때부터 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아버님이셨던지라 아버님과 함께 한 기억은
집에서보다는 병원에서의 기억들만 가득 한 것 같다.
그렇게 아버님의 며느리인 나는 점점 아버님의 대한 기억들을 잊어 가면서 살고 있다.
보미가 4살적에 돌아가셨지만 보미는 그래도 할아버지를 기억 하고 자주 이야기를 한다.
자기가 편찮으신 할아버지께 밥을 떠 먹여 드렸던 그 이야기를 늘상 하면서.....
혜미가 갓난아기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혜미는 할아버지를 전혀 기억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첫아이 보미를 낳았을때 불편하신 몸으로 우리 신혼집에 들리셨던 아버님의 모습만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래도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한 유부초밥과 김밥 8줄은 돌아오는 길에 이른 점심거리가 되었다.
어머님을 뵙고 가려고 시집에 들렀지만 친구분과 약속이 있으셨던 어머님은 집에 안 계셨다.
3시부터 축구 시합이 있다고 서두르는 서방, 집으로 오는 길엔 본인이 운전대를 잡았다.
남편이 운전을 할 때는 무조건 우리집 큰 딸아이가 조수석을 차지한다.
아빠가 졸리지 않게 자기가 이야기를 해줘야 한대나....
여전히 큰 딸 아이의 아빠의 무조건적인 애정은 변함이 없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 하겠다는 마음이 달라져서,
술을 아빠처럼 많이 마시는 남자는 사양하겠다고는 말을 하고 있다.
토요 축구 시합에 혹시라도 늦을까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본인이 운전대를 잡은거였다.
왜냐하면 마누라가 운전을 하면, 답답해서 복장이 터진다고~
그리곤 이렇게 종종 160키로로 밞아 대면서 차를 타고 있는 맨정신의 차안의 모든 승객들을
불안하고 긴장하게 만든 운전자로 변한다.
언제즘이면 내 서방님의 운전이 점잖아 질런지 모르겠다.
나보다는 아이들의 안전과 그리고 자긴도 모르게 그런 아빠의 운전습관을 보고
훗날 운전를 하게 되었을때. 딸아이들도 그런 운전 습관을 배우게 될 까 봐서 걱정이 된다.
내가 예전 근무하던 불암산 영업소와 5분 거리에 위치한 별내 영업소를 지나왔다.
나와 함께 면접을 본 혜숙 언니가 올 7월달에 이 곳 별내 영엽소 주임으로 승진 했다는
소식을 엊그제께 들었다.
예전 근무 하던 톨게이트 구간을 지날 때마다 아직도 생각하게 된다.
이 날 아버님의 성묘를 다녀오면서도 나는 내가 근무 하던 민자구간의 톨게이트중에서
3곳의 톨게이트를 지나 왔다.
그 영업소에 최소한 한 명은 나와 함께 근무를 하던 동료가 여전히 근무를 하고 있다.
톨게이트를 그만 둔지 벌써 2년이 되어 가고 있음에도. 이젠 늘 하이패스 차선을
이용하면서도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나와 함께 근무 하던 그녀들을 아직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오늘로써 추석 명절 연후가 열흘 남았다.
올 추석만은 한숨을 쉬지 않고 지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시간이 갈 수록 성묘 문화도 달라져 가고 있고 그애 따른 내 마음 가짐도 달라지고 있는 듯 하다.
나도 훗날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는 화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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