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1. 06:00ㆍ★ 부부이야기
어김 없이 찾아 오는 추석 명절,
어김 없이 준비하는 명절 음식들과 흰색 봉투,
1년에 두 번 뿐인 명절이니, 부모님에게 드리는 용돈,넉넉하게 넣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올 추석에 시어머님에게 드릴 봉투에 10만원을 넣을지, 15만원을 넣을지 고민한다.
봉투를 며느리인 내가 드리던 것을 이번에는 남편에게 드리라고 말 할 생각이다.
소고기 불고기 5근과 고기 산적, 호박전과 동그랑땡, 동태전, 두부전, 식혜만 준비해 갈 계획이다.
올해는 잡채도 안했다. 그런데도 명절 시장 보는데 13만원 가량이 지출 되었다.
추석날 아침이면 아침을 먹으러 오는 큰 시누 두 아들들에게 줄 용돈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시외가도 들리지 모르고, 큰아버지 댁도 들리게 되면 그 또한 따로 경비가 지출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모자란 며느리일 때는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 명절날 드리는 봉투를 채워서 드렸다.
나물들과 생선, 과일도 이번에는 어머님이 준비하신다고 하셨다.
수년전에는 과일에 잡채에 포에 대추 밤까지, 나물 까지 내가 준비를 해서 시댁엘 갔다.
그래서 명절 한번 지내고 나면 우리집 가계부엔 구멍이 크게 뚫렸으며, 두 아이들 학원는
당연히 끊어야 했으며, 우리집은 두달 넘게 명절날 지출을 메꾸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야 했다.
그러는 우와중에 단 한번도 내 친정에는 단돈 만원도 보내드리지 못한 딸로 살았다.
지금도 시집에 제사나 명절이 있으면 우리집 두 딸들, 하나씩 보내고 있는 영어 학원을 끊어야 한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명절날 봉투에 넣은 돈이 적으면 어머님 눈치를 봐야 한다.
나도 친정에 이런 명절이면 엄마에게 단돈 5만원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은 큰딸이다.
이번 추석에도 내 친정아버지 차례상은 막내 혼자 쓸쓸히 지내고, 친정으로 내려 갈 것이다.
나와 같이 큰며느리인 내 둘째 동생, 올 추석에도 시어머니 모르게 혼자서 또 눈물을 지을지도 모른다.
어머님에게 몇 번이나 남편이 말씀 드렸다. 우리도 이제 명절 두 개중 한 번은 처가집에서 다녀오겠다고~
그 말을 들은 어머님, 그건 말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표정이 돌 처럼 굳어지셨다.
그래서 명절만 되면 "아들" 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
추석 당일 아침에도 차롓상, 치우고 나서 친정에 전화 하는 것, 내가 남편에게 시킨다.
아침 먹고 나면 늘 큰 시누 가족들이 온다. 나도 내 친정, 그렇게 추석 날 가고 싶은 며느리다.
명절이 되면 나는 친정쪽 이모댁을 비롯해, 내 친정 고모댁에도 안부 전화를 돌린다.
왜냐하면 나는 친정에서는 맏이니까..... 아들 없는 집안의 장녀로 자라왔으니까...
뵈러 가지는 않아도 그렇게 가끔씩 안부 전화라도 챙기는것은, 스무살때부터 몸에 밴, 오래된 나의 습관이다.
시작은 아버님, 시할머님에게 전화 하는 것도 남편이 아닌 내가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절이 되면 나는 새삼 " 맏이" 라는 자리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올해부터는 어머님에게 드리던 돈 봉투를 남편이 주길 바라는 것은,
이젠 시댁의 모든 경조사 챙기는 것을,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며, 남편이 챙기면 챙기겠다는
반항에서 오는 마음도 있으며, 봉투에 담긴 금액을 내 아들이 번 돈, 받는 데 며느리라는
아들의 여자에게 조금이라도 눈치 보는 게 싫을 것 같은 어머님을 위해서다.
정작 봉투에 담아 드릴 돈은 10만원뿐이지만, 이 달 시댁으로 지출되는 돈은 70여만원이 될 것이다.
이번 명절에는 정말로 남편과 다투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님의 무심결에 내뱉은 말씀에 상처 받지 않는 며느리로 있다 오고 싶다.
추석 지나고 나서 늘, 지병 처럼 도지는 가슴 울화병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도 한다.
그저 시누들과 시동생 얼굴 보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올 수 있기만을 간절하게 바래본다.
내 동생이, 아들 없는 친정을 생각하면서 구석지에서 눈물 짓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미리 작성해봅니다. (월요일 오후 4시에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이 올라가는 화요일엔, 저는 시집에 도착해 있을겁니다.
추석 다음날즘에 집에 도착을 할 겁니다.
결혼전에는 18시간씩 걸려서 내려가는 추석 귀향길이 그리 좋기만 했습니다.
결혼 한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 명절이 막 기다려지는 그런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분들도 탈나지 않고, 그리고 속앓이 하지 않고 집에 돌아올 수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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