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3. 06:00ㆍ★ 부부이야기
같은 분량의 일을 해도 내 집이 아닌 시집에서 일을 하면 몸이 훨씬 고되게 느껴진다.
불고기를 6근 정도를 재우고, 식혜만 준비해서 시집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하룻밤을 자고 추석 전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물을 무치시는 어머님 옆에서 서성거렸다.
아침상을 물리고 나서 설거지를 마친 나는 부침개를 부치기 위해 준비를 했다.
며느리가 일을 할 때, 한 번도 쉰 적이 없으시는 어머님이시다.
며느리만 혼자 부려 먹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늘 어머님은 며느리인 나에게 모든
음식을 하게 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다.
호박전과, 동그랑땡, 동태전, 고기 산적, 두부 산적을 나 혼자 부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정도?
속이 불편하시고 머리가 아프시다던 어머님, 거실에 잠깐 누우셨다.
쉬기를 30분도 안되서, 애미 니 혼자 고생한다고 주방을 들락거리셨다. 진짜로 아프셨음에도
어머님은 혼자 누워 계시는게 며느리인 내게 미안하셨던 거다.
이제까지 명절날, 내가 혼자 모든 음식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명절에 두통과 복통 때문에 잠시 누워 있는 것마저 며느리인 내 눈치가
보이신 내 시어머님, 편하게 누워 계시지도 못하시고 몇 번씩을 주방을 들락거리셨다.
내가 시집에서 엄청나게 눈치를 보면서 불편해 하는 것처럼, 내 어머님도 며느리인 내 눈치를
엄청 보고 계시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추석에도 두 시누들이 번갈아 가면서 내 몫이 될 설거지를 서너번 해줬다.
상을 치울 때도 함께 했고, 여느 왕4가지 없다는 시누들처럼 군 적은 없었다.
제과점을 하는 큰 시누는 우리 딸들이 먹을 빵들을 왕창 싸주었다.
화장품 회사는 다니고 있는 막내시누, 추석 선물로 나온 화장품 세트를 나에게 주었다.
다음 달에 시누들과 어머님 모두 함께 청평 어딘가로 놀러가자고 막내시누가 제의했다.
어머님이 그러고 싶어하신다고~
어머님은, 본인이 아니라 막내시누가 가족 모두 함께 가족 여행 가고 싶어한다고 하셨다.
어머님이 가고 싶어하시는 것을 며느리인 내 앞에서 티를 못내시고, 막내시누 바램이라고 둘러 대신거다.
내가 어머님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것처럼, 어머님도 큰며느리인 나를 어려워 하시나보다.
추석 날 아침, 어머님이 챙기기 전에 내가 미리, 시할머님에게 전화를 드리고 남편을 바꿔줬다.
아직도 큰며느리로 존재하신 내 어머님도 명절이면, 시할머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린다.
나도 내 친정집에 전화 드리고, 내 작은아버지, 내 둘째고모, 내 막내고모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내 이모부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이번 명절도 여느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적당히 피곤하고, 적당히 불편하게 보냈다.
내가 어머님을 불편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것처럼 어머님도, 본인의 입으로 내 아들이
어디 흠잡을 데 없다고 큰소리를 치시면서도 큰며느리인 내 눈치를 보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명절이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고부간의 보이지 않는 이 불편한 감정들,
언제즘이면, 나아질까? 내가 얼마나 변하면 내 가슴에 그 동안 쌓인 것들을 털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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