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4. 06:00ㆍ★ 아이들 이야기
보통의 직장인보다는 빈번한 술자리를 가져야 하는 남편은, 챙겨서 먹는 것도 열심이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게으른 내가 보기에는 운동으로 하는 축구도 대단히 열심히 하고 있다.
평일에 두세번 퇴근 후, 2,3시간정도를 뛰면서 축구를 하고, 밤 11시가 넘어서 들어오고 있다.
주말에는 토요일에도 오후에 2,3시간, 일요일에도 아침 일찍 3,4 시간정도를 축구를 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도 남양주시 부평리에 있는 축구장에 축구를 하러 간다고 본인을 좀 태워다
달라는 부탁을 해서, 비까지 부슬 부슬 내리던 토요일 오후에 큰 딸 보미를 함께 태우고
간만에 축구장이라는 곳에서 , 남편의 뛰는 모습을 실로 오래간만에 볼 수 있었다.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집에 틀어 박혀 사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다르게 보미는 성격은
내성적이지만 운동 신경도 좋은 편이고 집 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이다.
다음 주에 있을 이번 가을 운동회때에도 어김 없이 이어달리기 계주로 뽑혀서 요즘 열심히 달리기 연습중이다.
아빠의 대한 사랑이 무조건적인 보미는 이른 시각에 축구장에 도착해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았고 그 모습에
남편이 함께 축구 하는 방법을 알려 주면서 딸과 함께 운동장을 뛰어 다녔다.
체력적으로 힘이 부족한 딸내미라서 부실한 하체로 얼마나 뛸 수 있으려나 걱정을 했었다.
비까지 추적추적 조금씩 내리고 있었는데도 보미는 아빠와의 시간이 즐거웠는지 그만 하자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헉헉 대기는 했지만 아주 잠시동안, 내 생애 처음으로 축구공(?)을 발로 차면서 놀았(?)다.
집에서도, 별로 말이 없는 보미는 그렇게 밖에 나가도 말은 별로 없는 아이다.
달리기 하는 것을 보면 가는 다리가 부러 질 것 같아서, 밥 좀 많이 먹여갸 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이제는 남편과 함께 걸으면 키 차이가 별로 느껴지는 않는 말라깽이 13살 초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요즘 아이중의 한 명인 내 딸도 맘껏 뛰어 놀고 싶어하는 13살 초등학생이다.
그럼에도 영어학원 한 군데만 다니고 있음에도 영어단어 숙제와 외우기 그리고 학원에서
보는 시험 때문에, 하루에 영어 공부를 하루에 1,2 시간을 하고 있으며,
학교 교과목도 들여다 보는 흉내를 내면서 지내고 있는 불쌍한 요즘의 초등학생이다.
아마 이 날, 보미는 축구라는 운동을 20여분 정도 하면서 그 운동 자체보다는 세상에서 지가 젤로
사랑하는 아빠랑 같이 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 했던것 같다.
놀이로 생각하면서 천천히 뛰는 보미와는 다르게 남편은 딸 아이와 뛰는 축구에도 아주 열심히
뛰면서, 이제는 뽀뽀 하기도 조금씩 어색해지는 큰 딸에게 아빠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 했다.
너무 오랫동안 남편의 축구시합을 뛰는 모습을 못 본 나도, 남편의 축구 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년전에 뛰는 모습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음을 실감했으며, 연신 딸 과의 축구놀이에 즐거워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혼자 흐뭇해 했었다.
함께 축구를 하는 회원들이 한 명 두 명씩 오는 것을 보고, 내가 보미에게 그만 집에 가자고 했었다.
조금 더 아빠와 놀고 싶어하는 보미는 그렇게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재미 없는 엄마와 함께
인근 지역을 드라이브 가자고 졸라서 억수 같이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에 여기저기를 다녔다.
그 날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분식집에서 오므라이스를 시켜먹고 우리 모녀는 오후 6시경에나 들어 갔었다.
그리고 하늘 같은 서방님이 밤 9시즘에 축구회원들과 한 잔 하셨다고 자신을 모시러 와 달라고 하는
어명을 받고 아이들 모두를 태우고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도로를 달려서 남편의 술자리에 도착을 해서는
남편을 비롯한 다른 회원 남정네들까지, 집 앞까지 친절하게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
그렇게 이번 나의 주말 저녁은 마무리를 했으며, 보미와 남편의 함께 축구를 하며 뛰던 모습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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