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9. 06:00ㆍ★ 아이들 이야기
6학년인 큰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운동회였다.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과 과일들을 준비하고 서둘러서 집안 청소를 마쳤다.
인근 두 이웃의 언니들과 아침 9시반에 만나서 학교에 도착을 했었다.
아마 올 가을 운동회가 내가 기억 하는 한, 가장 성대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다.
우리네들 어린 시절에도 운동회가 있는 날엔 늘 이렇게 장난감들과 불량식품이라 분류 될 수 있는
음식들을 파는 상인들로 교문 앞에 북적거리던 기억이 났다.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도 있었고, 손자, 손녀들의 달리기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할아버지 할머님들의
모습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내 어린 시절에도 엄마보다는 할머니가 오신 것을 훨씬 좋아라 하던 기억이 났다.
저학년의 개인 달리기 부터 시작되는 운동회를 위해 고학년 아이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날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올 봄의 체육대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벤트 회사에서
나온 사회를 전문으로 보는 사람과, 그 사람을 돕던 진행요원들의 짜여 있는 게임들과 이벤트성
경기들도 많아서 여느 운동회보다 활기가 넘쳤고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편한 복장으로 등교 해도 된다는 한마디로 우리집 아이도 청바지에 흰색 티셔를 속에 받쳐 입고
등교를 했으며, 고학년 아이들의 복장은 역시, 저학년들의 비해 통일 되어 있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달리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응원하는 저학년과는 다르게 고학년들이 앉아 있는
죄석에는 그런 활기가 덜 느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웬지 이런 즐거워야 할 운동회도 별로 즐겁지 않는 듯한.... 오전중의 모든 경기는 청군의 승리였다.
우리집 두 딸들은 작은아이가 청군, 큰아이가 백군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번 가을 운동회에서는 어르신들의 참여를 유도 하는 게임들도 있었으며 그로 인해 소정의 선물도 준비하는 성의를 보였다.
학부형들이 참여하는 게임도 있어서 함께 학교에 간 언니의 부추김으로, 생전 해보지 못한 어른이 되서 처음으로
넓은 운동장에서 뛰어 다니르랴 발바닥에 불이 났었다.
그리고 내가 소속된 백팀의 승리도 치약 한 개를 상으로 받는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뛰는 모습을 우리집 두 딸들은 태어나서 실제로 처음 봤다고 말했었다.
5학년까지의 개인 달리기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갖게 되었다.
세 집에서 싸온 도시락들을 펼쳐 놓고 먹는 그 시간이 아마도 운동회날, 가장 기억에 남지 않았나 한다.
어수룩하게 싸온 내 김밥과 모양 없이 깍아온 과일들과, 야무지게 딴딴하게 싸운 언니들의 김밥과
밖에서 먹을 때는 나물반찬과 볶음 김치가 제격이라고 맨밥과 반찬들도 따로 챙겨온 두 언니들로
아주아주 맛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준비해간 찐밤과 찐감자와 고구마가 있어서 겨우 체면치레는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날 직장에 나간 엄마들 가진 아이들까지 챙긴 언니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10명의 아이들과 5명의 엄마들의 점심식사를 푸짐하고 그리도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아이들에게 천원짜리 한 장 들려주며 이 날만큼은 군거짓을 허용해주는
너그러운 엄마들의 모습을 보여줬었다.
솜사탕 하나에 2천원이라는 말에 허걱 했지만 나도 이 날 만큼은 그 비싼 2천원 짜리
솜사탕을 충치 걱정 안하고 먹게 해주는 너그러움을 보여주었다.
요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우울한 모습으로 보이는 우리집 큰 아이는 이 날, 개인 달리기에서
1등을 했으나, 이어달리기 계주로 나간 운동회의 마지막이며 하이라이트인 이어달리기에서
앞서 달리는 주자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한 채 다음 주자에게 바턴을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작은아이는 개인 달리기에서 3등을 하고도 씨익 ~ 웃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두 아이가 함께 다니고 있는 영어학원도 이 날만큼은 쉬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을 거절 하지 못하고
맘 약한 나는 오후 3시가 너머서 끝난 운동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집에서 고꾸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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