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5. 06:00ㆍ★ 부부이야기
출근을 하기 위해 씻고 있는 남편이 욕실에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하는 어느 가을날 아침의 일이다.
"자기야, 또 따뜻한 물 안 나온다. 보일러 좀 봐봐!!"
13살 큰 딸내미가 안방에 있는 보일러 스위치를 껐다가 다시 켜곤 남편에게 큰소리로 말해준다.
"아빠, 이젠 빨간 불 들어와. 온수 나올거야. !"
그 다음에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이번 아침에는 보일러의 온수 가능이 제대로 작동이 됐나보다 하고 짐작하고 안심을 한다.
보일러를 새로 교체 한지, 이제 2년 밖에 안되었음에도 자주 이런 증상이 생기는 우리집 보일러,
누군가가 욕실을 사용하면 설거지도 못하고, 세탁기도 사용 할 수 없는 우리집의 약한 수압에 우리 가족들은 이젠 익숙해져 있다.
밥보다는 죽이 먹고 싶다는 큰 딸의 부탁으로, 아침마다 소고기죽을 데워서 보미의 아침을 챙겨주고 있다.
어제까지는 잘 먹던 소고기죽이 이젠 질리는지 이번에는 옥이 아줌마 방에 가서 다른 것으로
아침을 만들어서 해 달라고 말하는 보미, 그래 해주마.. 대답하는 엄마.. ..하지만 음식솜씨는 별로인 나,
앞으로 또 몇번이나 더 연습해서 제대로 새로운 음식을 완성 할 수 있으려나....걱정을 해본다.
블로그를 하고 나서, 자신 없는 음식들은 전부 다 옥이님 방에 가서 배우고 연습해 본다.
다른 분들 요리블방도 있는데 두 딸들에게는 가장 익숙하고 유명한 요리 아줌마는 옥이님이시다.
벌나무 끓인물과 사과 3개를 씻어서 챙기고 홍삼 한 봉지로 남편을 챙기는 흉내를 내는 아침이다.
피로회복제라는 알약을 챙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젠 눈도 침침하다는 말로 자신의 나이 들어감을 하소연을 하기도 하는 남편님이시다.
술을 끊어야지만 그 많은 증상들이 사라질텐데..... 그래도 담배라고 완벽하게 끊은 게
얼마나 기특한가... 하는 마음으로 남편을 어여쁘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두 아이와 남편이 출근 하고 나면 나 혼자만의 쓸쓸한 아침밥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평범한 일상에 작은 행복함과 안락함을 느끼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히 있는 우리집 유일한 남자의 이른 퇴근으로 세 모녀는 행복해하기도 한다.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혈액형이 다르며, 유일한 남자이며. 유일하게 술을 마시며
유일하게 운동을 좋아하며 매사에 긍정적이며, 유일하게 사람의 형상을 제대로 갖춘 체형을
가지기도 한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서로 다리가 닮았다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허리 운동을 해야 하며, 허리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은 키도 커진다는 말에 작은 딸은 유독 더 열심히 하기도 하면서,
남편이라는 단 한 사람의 이른 퇴근으로 우리집 전체가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되는 저녁이었다.
어느 가을 날의 우리집의 풍경은 이러했었다. 이런 평범하고 편안함에서 작은 행복함을 느끼는 날이었다.
'★ 부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음부터 절대로 술 드시고 운전 하심 안됩니다!! (0) | 2010.10.18 |
---|---|
친정에 가을 걷이 도와드리러 다녀오겠습니다. (0) | 2010.10.16 |
1년 8개월동안에 대출금 천만원을 갚았습니다. (0) | 2010.10.14 |
문제 있는 남편의 유형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0) | 2010.10.13 |
전업주부들은 사라지고 부업 주부들이 늘고 있다 (0) | 2010.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