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전업주부가 바라본 어느 부지런한 전업주부의 하루

2010. 10. 23. 06:00★ 부부이야기

 

 

 

 

 

 

 

 

 

얼마전에 부업으로 한달에 100만원을 번다는 이웃의 언니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blog.daum.net/bo8284/13522524

오늘은  저와 같은 전업주부인 그 언니의 하루 일과를 올려 보려 합니다.

올해 마흔 세살이 된 주부이며, 9살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이 한 명이 있습니다.

제 남편과 동갑인 술을 전혀 마실 줄 모르는 성실하고 가정적인 남편이랑 살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이기는 하나, 직장을 다니는 주부보다 더 바쁜 일과를 보내는 주부이기도 합니다.

이 언니가 이 부업(모티브라고 합니다)을 한지 아주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그 언니 덕분에 저도 옛날에 이 일을 해 본적이 있으며, 새벽까지 이 일에 매달려서 한 적도 있습니다.

미싱일도 할 줄 알고, 결혼전에는 대학로에서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던, 처자였다고 합니다.

소주을 적당히 즐길 줄 알며, 손도 빠르고 살림솜씨도 너무너무 야무진 그런 주부입니다.

이 부업으로 버는 돈은 정확히 평균적으로는 7,80만원이라고 합니다.

일이 많은 달에는 110만원, 120만원 벌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7,8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학교일이 많거나 집에 일이 많은 달엔 쉬기도 합니다.

그 부업 일을 주시는 분이 그 언니를 무지하게 놓치기 싫어 하기 때문입니다.

동생의 공장이 바쁠 때는 미싱을 밟아주는 일도 하는, 못하는 것이 없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억척스러운(너무나 부지런한) 주부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언니는 그 어린 아들만 누가 봐준다고 하면 어떤 일을 해도 돈을 갈퀴로 긁을 것 같은

능력이 있고, 성격도 좋고 손재주가 좋은 그런 인재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도 이 언니와 또 다른 저와 고향이 같은 언니가 같이 포천으로 토란을 캐러 다녀왔습니다.

봄에는 고사리도 뜯으러 산에 다녀오기도 하고, 취나물도 뜯어와서 된장국에 삼겹살쌈을 먹을 때마다 저를 부릅니다.

제가 취나물쌈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물들과 먹거리들이 생기면 저를 불러 챙겨 줍니다.

그리고 몇번 씩 당부를 합니다.

"보미야! . 이건 말린 거니까 찬물 붓고 끓이다가 식힌 다음에 조물조물 해서 무쳐야 한다 알았지?"

그 두 언니는 늘 저를 보면 주부 같지 않는, 무슨 일을 해도 못미더운 눈으로 바라보는 베테랑 주부들입니다.

올봄에는 게장을 큰 통으로 하나 가득 담아서 제게 주기도 했습니다.

그 언니 집에서 제가 사과 하나를 깎고 있는 모습을 봐도,  이리주라.. 하면서 뺏어가서 깎는, 그런 언니들입니다.

그렇게 그  두 언니들의 눈에는 제가 모든 면에서 어설픈 주부로만 보이나 봅니다.

나물을 챙겨 주면서도, 보미, 너 이것 무쳐 먹을 줄은 알지? 이것 직접 무쳐서 줘야 하는데... 라고 합니다.

제가 설거지를 해도 웬지 어설퍼 보인다고....그 어떤 일을 해도 제가 하는 일은 못미더워 하는...

이번 시골에서 가져온 먹거리들을 챙겨 주니, 니네 집 것 몽땅 털어왔냐? 라고 말합니다.

 

 

 

 

 

 

 

 

오전과 아이가 잠든 밤시간에는 부업을 하고, 아이가 학교에 돌아올 때까지는 집에서 말리는

고추들을 닦아서 방앗간에 가져가서 고춧가루로 빻는 일이 요즘의 이 언니의 일과입니다.

또 다른 언니의 친정엄마집도 이 근처인지라, 그 친정엄마의 고추들도 손질을 해서 방앗간에 가져가서

고춧가루로 빻아서 올 겨울 김장에 쓸 고춧가루들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제 낮에도, 그 두 언니중 한명의 언니가 점심 먹으러 오라고 절 불러서, 고춧잎이랑 무우 말랭이 무친 반찬을

챙겨서 제 손에 들려 주었습니다.

전, 하나를 주고  말로 받는 어리숙한 동생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 많고 좋은 언니들이 있어서, 이 동네에서 10년을 살면서도 다른 이웃들을 더 이상 사귀지 않아도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있어서 너무 고마운 언니들입니다.

그런면에서 이 블로그안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전 인복은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