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5. 06:00ㆍ★ 아이들 이야기
공부를 지독하게 하기 싫어하던 학생으로 존재했던 내가,
두 딸아이들의 중간고사를 맞이해서 공부 좀 하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게 억지스럽게 책상머리에 앉혀 봐도 머릿속에 들어 가는것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멍 하니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 저절로 복장이 터진다는 문구가 생각이 난다.
나는 작은아이,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내가 뭐라고 잔소리를 하기 전에 스스로가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한다.
독서록 또는 일기, 혹은 문제집 풀기를 하면서 어떤 날에는 너무 책상에만
앉아 있어서 그만 쉬어라..... 그만 해, 혜미야.... 라는 말을 할 정도이다.
그만큼 작은아이는 스스로 뭔가, 공부든 뭐든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학교 시험의 결과는 아직까지는 늘 큰 아이가 더 좋은 성적을 받아 오고 있다.
하지만 작은아이는 공부라는 것을 스스로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기에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
되려 작은 아이에게는 엄마인 내가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사춘기를 맞은 큰 딸아이는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경우가 요즘 들어 자주 있다.
자식의 모든 단점들과 나쁜 점들은 전부가 부모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
그럼에도 어떤 일을 해도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이는 큰 아이를 보면
막연한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얼마전에 인근 중학교들중에서 지망하는 중학교를 적어서 제출을 했다.
어느 중학교는 날라리가 많아서 싫고, 어느 중학교는 공부만 지독하게 시켜서 힘들 것 같아서 싫고,
어느 중학교는 언덕위에 있어서 종아리가 굵어질 것 같아서 싫고,
어느 중학교는 교복이 너무너무 촌스러워서 싫다고...... 말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에 공부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이런 저런 말들로 타일러도 보고 윽박 질러 가면서 뭔 말을 해도 현재의 내 큰 아이에게 내 말은
그저 엄마의 잔소리로만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어딜 나가도 지 아빠와 팔짱을 끼고 다닌다.
집에서도 아빠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큰 아이.
음식을 만들 때, 양념 버물릴 때만큼은 내 옆에 와서 어슬렁 댄다.
그리고 가끔씩 내 블러그 글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비공개로 내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도 한다.
"엄마, 엄마, 엄마, 공부하기 싫어, 왜 하는지 모르겠어..... 엄마 잔소리 쩔어!!!! 엄마엄마엄마,,,,,
영어는 다른 친구들보다 잘하니까 하고 싶은 마음 있는데 수학은 이젠 정말정말 점점 더 하기 싫어져...
엄마도 학교 때 공부 하기 싫어했고, 공부 하기 싫었다면서.............
아.. 아빠가 보고 싶어!!"
이런 뒤죽박죽인 글을 남기기도 한다.
나중에 크면 모델을 시켜보라는 농담식의 주변 어른들을 말을 나는 아주 지독하게 싫어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런 쪽으로 흥미를 가질 까봐서 아예 싹부터 잘라버리고 싶어하는 엄마로 존재한다.
외모로 승부하는 일만은 절대로 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그 어떤일을 해도 나는 밀어줄 수 있지만
그런 쪽으로는 내가 전혀 준비도 자신도 없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요리사가 꿈이라던 큰 아이가 지금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어제도 김치전을 지가 만들어서 동생이랑 함께 나눠 먹었다.
너무 조용하고 얌전한 내 큰 딸 아이. 어린 시절의 나의 안 좋은 점만 닮아 있는 것 같아서 더 속이 탄다.
유일한 나의 장점인 책을 좋아하는 것은 닮지 않아서 더더욱 더 애가 타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내 작은 꾸중에도 눈물만 그렁그렁 하는 큰 아이,
그런 큰 아이와 비교 되게 나의 꾸지람에도 기가 죽지 않는 작은아이,
어딜 가도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말하는 작은아이,
옷가게 가서도 맘에 안 드는 옷을 보고도 확실히 맘에 안든다는 표현을 못하는 큰 아이,
좋은 엄마, 현명한 엄마,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는 그런 엄마가 되고자 함에도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대함에 있어서 나 스스로도 차별을 하는 경우가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엄마로서 내가 큰 아이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면서 큰 아이가 정말로 뭘 하고 싶은지를
스스로가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아.. 힘든게 엄마 노릇이다....
'★ 아이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속 먼저 하는 아빠, 섣부른 약속은 절대 안하는 엄마 (0) | 2010.11.06 |
---|---|
아이들만 두고 맞벌이로 나서는 것,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집니다 (0) | 2010.10.29 |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처음 읽은 동화책 (0) | 2010.10.24 |
아빠와 함께 하는 짧은 산행에도 기뻐하는 큰 딸, (0) | 2010.10.10 |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내 아이들의 가을 운동회 (0) | 2010.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