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자리가 참 싫어질 때...

2010. 11. 21. 14:14★ 부부이야기

 

 

 

 

 

친구 등록이 된 이웃들만 읽을 수 있는 글을 어제 오후에 올렸다.

다음뷰로의 글을 송고하는 것을 눌렀다가, 못된 나의 며느리로서의 속마음을 적은

글을 적은 글이라는 생각에 취소 버튼을 누르고 친구 등록된 이웃분들만 읽을 수 있는

"어머님의 입원 소식에 보험증권부터 찾아보는 며느리"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동생집으로의 이사, 몸살이 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면서 일을 했지만 버겁고 힘이 들었다.

싱크대 철거와 도배를 하는 정신없던 날에, 어머님이 넘어지셔서 다쳤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주에 해약을 한, 2년넘게 힘들게  불입한 어머님 보험부터 뒤지는 며느리가 되었다.

 

 

 

 

 

 

나는 시어머님의 딸은 절대로 될 수 없음을 느끼는 또 한 번의 경험이었다.

어머님의 병원 입원 소식은 나에게 또 다른 짐으로 느껴졌으며, 감당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일거리로 다가왔다.

제일 먼저 병원비 해결이 최우선이 되는 큰며느리인 나였다.

이번 여름에 친정엄마가 허리 때문에 병원에 입원 하셨다는 소식에는 마음이 아프고 걱정을 했던 딸이었다.

먼 거리로 당장에 달라가지 못했지만 울 엄마 걱정에 밤잠을 설치던 딸이었다.

그런 내가 며느리의 자리에 서자, 아~~~~ 지치고 힘들다 라는 생각을 젤로 먼저 했었다.

큰 시누와 막내 시누가 번갈아 가면서 어머님 곁을 지켰다고 했다.

함께 살고 있는 막내 시누, 결혼해서 시어머님 가까이에서 살면서 매일 어머님을 보살피는 큰 시누였다.

어머님 입원 소식에 아들은 정말 필요 없다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아버님 장례식 때 내가 느끼던 그 철저한 소외감,

시댁엘 가면 늘 느끼는 그 보이지 않는 물 위에 떠 있는 물 같은 느낌을  이번에도 받았다.

 

 

 

어젯밤에 자정 너머서까지  이번 어머님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 보험회사

사고경위서를 작성해서 남편 손에 들려 보내면서  월요일날 큰 시누랑 함께 어머님 퇴원 시켜드리라는 말을 했다.

병원비 해결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안심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병원비 걱정으로 끊임없는 어머님의 하소연을 듣지 않게 되서 다행이었고,

그 동안 허리 띠 졸라가며 불입했던 보험을 해약을 하고, 단 며칠 상간의 시간때문에 보험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다행스러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결혼 한 큰 시누, 그녀도 큰 며느리라는 타이틀을 갖고 살다가 얼마전에 그녀의 시어머님의 장례를 치뤘다.

이번 나의 어머님의 사고소식에 통곡을 했다는 애길 들었다.

나는 이번 어머님의 사고 소식에 통곡하고는 거리가 먼 감정으로 차분하게 대처 했었다.

 

 

 

토요일날 퇴원하시겠다는 어머님께 말씀 드렸다.

퇴원은  월요일날 하시라고....병원비는 보험회사에서 100% 다 나오니까..

남편에게 말 했다. 당신이 불편해도 어머님 퇴원하시면 어머님 집에서 회사 다니도록 하라고~

어제 남편과 나는 먼 손님처럼 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님을 뵙고 1시간 남짓 애길 나누다가

손님처럼 병원을 나섰으며, 우린 둘다 9년전에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오랜 병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며느리가 할 도리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며, 딸과 며느리의 마음이 이리 다를수 있음에

다시 한번 나는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만 복잡해지고, 며느리라는, 착한 며느리이기를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