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날, 하루 전날이 더 바쁜 것 같았다.

2010. 12. 6. 06:03★ 부부이야기

 

 

 

두 아이의 기말 고사 기간인 금요일 날, 아침에 집에 도착 한 나는, 홀애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집안 구석구석의 청소를 시작 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메모 하는 일이었다.

치매는 아니더라도 건망증이 심해진 듯 해서 메모를 하지 않으면  분명히 뭔가를 빠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화로 이 것 저 것을 이전 신청을 하다 보니, 각종 공과금과 전화와 가스 모두가 다 내 이름으로 되어 있음을 새삼 느꼈다.

금요일 날, 시어머님의 통원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 남편이 모시고 갔는데, 남편이 전화를 했다.

MRI를 찍는데 95만원의 경비가 지출 된다고~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그것은 보험회사에서 나오지도 않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의사 선생님이 이르시길, 어머님의 두통은 시동생 때문에 홧병이 난 것 같다고, CT상에 이상도

없고 의사 선생님 소견으로는 크게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단다.

토요일 날은 친정엄마 생신이라서 싱크대 정리를 하다가 얼른 엄마에게 전화로만 생신 축하를 드리고, 옆에 있던 남편을 바꿔 줬다.

 

 

 

 

 

 

 

 

이사 하기 하루 전날인 어제가 할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남편의 회사 동료들 3명이 와서 버릴 가구들을 들고 차에 싣고 갔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들은 버리면서도 돈을 지불 해야 하는데, 남편의 아는 사람이

고물상을 해서 얼마의 돈을 지불 하고 처리 하겠다고 했단다.

베란다에 쌓여 있던 책상과 렌지다이 장롱 한짝짜리 까지 모두 일요일날 차에 싣고 나갔다.

이사 하는 일에는 아내가 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많은 듯 했다.

남편은 축구 모임에서 망년회 및 남편의 송별식을 한다고 토요일 날에도 밤 늦게 들어오셨고,

일요일 날에도 변함 없이 조기 축구를 하러 댕겨오셨다.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신 서방님은 오후 4시가 되서야 들어오셨다.

그래도 괜찮다. 요즘 내 서방님은 안과 처방약을 먹고 있어서 금주를 한지 10일이 넘어가고 있다.

난 술만 안 마시면 남편의 작은 단점들은 뭐든지 다 참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포장 이사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이부자리들을 싸뒀다.

이사라는 것을 나도  8년만에 해 보는거라 맘만 분주할 뿐, 뭔가가 어수선하기만 했다.

 

 

 

버릴 장식장에 넣어져 있는 것들을 꺼내 보니 이리 잡다한 것들로 가득 하다.

 

 

 

트럭에 실려 있는 짐들을 보니 아.. 정마롤 내일 이사를 가는 구나 라는 느낌이 막연하게 온다.

두 아이들이 이런 시절에 타고 놀던 장난감 그네들을 보니 여기서 참 내가 오래 살았구나를 느끼게 된다.

 

 

 

 

수년 전에 사들였던 작은 가구들이 낡아져서 버리게 되었는데 지금은 참 촌스럽고 낡아 졌지만

   저 작은 가구들을 사면서도 몇 주일을 망설이며 우리집에 처음 들어오던 날에는 참 이쁘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났다.

 

 

 

 

 

금요일 밤에도 이웃의 두 언니가 밤에 나를 불러 냈었다.

술은 전혀 하지 나를 위해 가벼운 술자리(?)를 마련해서 송별식을 해줬다.

서방을 혼자 두고 밤9시에 집을 나서서 집앞 호프집에서 밤11시 30분 까지 수다를 떨다가 들어왔다.

그리고 어젯밤에는 고향선배 언니가 따로 나와 남편을 집으로 초대를 했다.

이별 하기 하루 전날, 마지막으로 따순 밥 한끼 먹이고 싶다고~~

나에게 가장 든든한 이웃의 언니로, 힘이 되준 언니들이었다.

그 언니들을 위해 나도 선물을 마련 했다. 외모에 신경을 잘 쓰지 않는 그 언니들을 위해

에센스 화장품을 또 같은 걸로 사서 포장을 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이웃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이, 언니들만큼이나, 마음 따뜻하고

나의 많은 단점들도 감싸 안아줄 수 있는 너그러운 이웃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집을 팔고 이사 가는 것도 아닌데, 이 언니들을 앞으로 쉽게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사 간다는 것을 절절하게 실감할 수가 있다.

 

 

 

* 오늘은 이사를 하는 날이라서, 답글은 전혀 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또 두 아이들의 기말고사가 있는 날입니다.

   이사 잘 하고 제일 먼저 인터넷 설치 하고 나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