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5. 05:13ㆍ★ 부부이야기
어제 오후 부터 속이 안 좋았다.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머리가 아팠다.
허리가 저절로 구부정해지고, 똑바로 서서 설거지조차 할 수 없었다.
주방의 벽을 잡고 기대면서, 공부하고 있는 보미에게 말했다.
"보미야, 작은 방에 이불 좀 깔아줄래?"
" 유리 미닫이 방문을 열고 보미가 묻는다.
"왜? 엄마, 또 속 안 좋아?"
이부자리를 깔고 있을 동안 치우던 주방의 그릇들을 대충 싱크대 여기저기에 쑤셔 넣었다.
작은아이가 달려와서 내 품에 안긴다.
가끔씩 도지는 엄마의 오래된 지병(?)인 속병을 잘 알고 있는 두 딸들인지라
그에 따른 행동도 신속하다.
가스렌지에 주전자를 올리고 끓여 놓은 보리차를 데운다.
보미가 뚜껑 있는 머그컵에 물을 따라, 누워 있는 내 옆에 갖다 놓는다.
자리에 누우니 속은 좀 편해지는듯 했다.
30분 정도를 누워 있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더니 골이 흔들리고 속이 여전히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
아까 낮에 먹은 부침개가 아무래도 체한 듯 싶었다.
이번 주 내내 이런 증상들이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약을 먹고 있는 상태인데도 이런 걸 보니, 위내시경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오던 위내시경을 작년에는 안했던 것 같다.
이 곳으로 이사와서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를 물라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위내시경을 할 수 있는 가까운 내과를 물어봐서 알아 뒀다.
두 딸들의 저녁식사는 미리 끓여 놓은 김치찌게에 말아 먹는걸로 해결 했다.
점점 머리가 아프고 조금씩 정신이 혼미해지듯이 졸음이 쏟아졌다.
전화벨이 울렸지만 귀찮아서 받지 않았다. 쓸데없는 전화였던 것 같다.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았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하나도 안 아픈척~
어디 아픈 데 없냐는 엄마의 질문에 아픈 데 없이 건강하다는 거짓말을 했다.
화요일 하루를 빼고 매일 판촉이라는 술자리가 계속되고 있는 남편이다.
처자식 벌어 먹이르랴 참 고생을 하고 있는 남편이다.
그제도 전화를 걸었을 때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락 두절이었다.
전화 통화가 되었을 때, 지금 출발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3시간이 지나서 들어왔다. 습관적인 거짓말이었다.
집에 도착을 했을 때, 비틀거리며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잠에 골아 떨어졌었다.
술만 마시면 아직까지도 가끔씩은 연락두절이 된다. (이젠 나도 전화를 거는 경우가 사라지고 있다)
언제 올거냐고 물으면 그 때마다 지금 출발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 주변의 소리로 출발하는건지, 술자리의 진행중인지를 판단할 뿐이다)
술만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은 인체과학적으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증상일 것이다.
지금 새벽 5시 13분이다.
새벽 4시 20분쯤에 출발 한다는 남편의 전화에 잠이 깨서 지금의 글을 올리고 있다.
집에 들어오면 마실 녹즙을 갈아 두고 아침에 아이들이 먹을 김치 볶음밥도 미리 만들어 놨다.
오늘 내시경을 하려고 어제 오후 6시부터 굶고, 나는 쓰리디 쓰린 속을 부여 잡고 이 글을 올리고 있다.
술만 마시면 반복되는 습관적인 남편의 거짓말이나 연락 두절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짐이 영원히 사라지길 바란다.
매 년,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나의 속병도 영원히 사라지기도 간절하게 바래본다.
두 아이의 방학으로 컴퓨터를 제가 차지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들었고
어젠 제 몸상태가 안 좋은 관계로 여러 분들의 댓글의 대한 답글을 달지 못했습니다.
오늘, 위내시경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들어오는 남편이, 오늘 회사 당직이라서 제가 대리운전을 해서 남편을
출근 시켜주고 남편 회사 가까운 곳의 병원인, 제가 다니던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두 딸들도 회사 근처의 태릉스케이트장에도 데려다 주려고 생각 중인데 어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답글은 제가 몸 회복되는 대로 달도록 하겠습니다. ^^*
여전히 술군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속쓰린 보미 엄마가 이 새벽에 한(恨)서린 글을 올리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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