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7. 04:50ㆍ★ 부부이야기
시골에 혼자 살고 있는 친정엄마를 둔 친구가 있다.
2년전즘에 뇌졸증으로 쓰러진 적이 있으셔서 늘 마음 한 켠에는 불안함을 갖고 있다.
1남 4녀중 세째딸인 그 친구도 친정엄마와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고향을 절대로 떠나지 않으시려는 엄마의 고집으로 거동이
조금은 불편하신 친정엄마께서는 혼자 살고 계신다.
얼마전에 친정에 다녀온 그 친구가 자기 카드로 친정엄마의 냉장고를
사드린 일로 남편과 크게 다퉜다고 한다.
내용인 즉 이랬다.
얼마 전에 친정에서 모인 형제들이 서로 상의를 해서 친정엄마의 냉장고를 사드리기로 했다고 한다.
한 명의 자식은 사정이 있어 못보태고,
1남 3녀들의 자식들은 다음 달에 각작 20만원씩을 내자고 의논을 했고,
그 모임으로 모은 돈과 함께 부족한 금액 80만원은 그 친구의 카드로 결제를 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 친구는 그 애길 남편에게 말을 했고 남편 또한 수긍을 하고 그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런데 카드 결제일날, 돈을 보내주기로 한, 친정 형제들이 다들 각자 사정이 있어서
이 달에 돈을 부치지 못했다고 한다.
이미 카드 대금은 일시불로 결제하기로 했기 때문에 친구가 먼저 통장에 돈을 넣었고
친정 형제들은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다음 달엔 꼭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했단다.
누구는 이번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등록금 마련 때문에 힘이 들어서 당분간은 좀 어려울 것 같고
나머지 형제들은 다음 달이면 문제 없이 돈을 보내 줄수 있다고 한다.
근데 남편이 이 일로 화를 내며, 나중에는 이걸 이유로 서로간의 마음을 다치는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친구는 집에서 일을 해서 백만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있다.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아주 아주 돈을 아껴쓰는 남자이며,
농담조로 돈 아까워서 바람도 못피울 남자라고 할 정도이다.
시댁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받아오고(쌀이나 반찬거리등등) 있으며, 친구가 큰 며느리인지라 명절에라도
봉투에 10만원이라도 넣어서 어머님에게 드리면, 남편은 우리 집은 아직 부모님 용돈 안 챙겨드려도 된다면서
아내가 준 봉투를 뺏어 올 정도로 돈에 있어서는 정말로 알뜰한 주부보다 더한 남편이었다.
자식을 제외하고는 돈에 관해서는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참 인색한 남편이었다.
그 친구의 친정에서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이 일로 다투다가 부부 사이에 서로의 대한 약점 잡아 흠집내기까지 치닫았나 보다. 아주 심하게~
더럽고 치사해서 살고 싶지도 않고,
저 남자가 나랑 계속 살 마음이 있으면 그런 식으로 나오지 않을거라고 절망을 했다.
그 친구는 미혼시절부터 능력 있는 딸로서 남편 몰래 알게 모르게 친정을 챙겨 왔었다.
그 친구도 사는 게 넉넉하진 못하다. 그럼에도 넉넉하지 못한
친정어머니와 형제들을 짜고 인색한 남편 모르게 친정을 챙겨왔던 것을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친정이 못사는 것이, 친정 형제들이 잘난 형제들이 없는 것이,
시댁으로는 경제적으로 지출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
그 친구는 시댁일이 있을 때마다 더 열심히 일했던 것을 안다.
남편 앞에서 늘 당당하고 큰 소리 치고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친정 일로 알게 모르게 남편에게 주눅 들었던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늦게 결혼을 해서 어린 아들 때문에 집에서 하는 일을
잠시라도 접고 싶어도 친정때문에 일을 접지 못한다고 했다.
이번 친구 일에 아무리 평소에 인색한 남편이라 해도
친구에게 서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카드를 긁을 때도, 저지르고 나서 통보하는 식의 행동에도
남편은 티를 내진 않았지만 서운 했을 것이다.
늘 당하는 입장에 있던 나로서는, 어떤 일을 저지르기전에 의논하는 것과,
이미 저질러 놓고 통보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결제일날 돈을 보내지 못한 것을 핑계로 서운함이 표현된 것일 것이다.
처가 형제들이 미안하다거나 다음달에 보내겠다는 전화를, 친구가 아닌 친구 남편에게 했다면?
과거의 많은 나의 경험으로는 그랬다.
아내의 친정이 넉넉 하지 못한 것을 남편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약점처럼 스스로 일을 그만 두지 못하는 것도 남편이 모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 남편을 10년정도 지켜봐서 쪼끔은 안다. 친구를 몹시고 사랑한다)
그런데 그런 일을 혼자 스스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으로 하는 친구에게 서운 했을 것이고,
처가집 식구들 그 누구도 이번 달에 돈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그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전화 한통 안해준 것도 서운 할 것이다.
내가 과거에 그랬으니까......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되려 능력 없는 아들 부부의 자존심 상하는 말씀으로
날 두번 상처 준 어머님이 생각 났다.
난 그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남편 모르게 내 친정으로의 금전적인 지출은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아내 모르게, 아내를 철저하게 소외시키고 자기집만 챙기는 남편,
때때로는 내가 드릴 수 있는 돈과 별개로 남편 손을 통해,
나 모르게 따로 챙겨 드리게도 했음에도 남편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나는 정말로 서운 했었다.
그 돈이 단돈 만원일지라도 서운하고 아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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