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굶고 출근하는 남편, 그 남자가 내 남편이다.

2011. 1. 24. 06:00★ 부부이야기

 

 

 

보통은 아침 7시쯤에 출근을 하는 남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남편이 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출근 하는 날이 몇 번이나 될까?

새벽 3,4시에 들어오는 날에도 남편은 최소한 아침 8시면 집을 나선다.

전날밤에 해장국은 늘 끓여 놓지만, 그 해장국을 먹고 출근 할 수 있는날은 별로 없다.

과음을 한 날이면 아침 일찍부터는 아무것도 넘어가지가 않는다는 남편의 핑계로

내가 끓여 놓은 해장국은 대부분을 나와 두 딸들의 차지가 된다.

그런면에서 내 남편도 아침을 얻어 먹지 못하고 출근 하는, 불쌍한 남편에 속한다.

 

 

 

 

 

보미의 도시락을 싸주는 날에는 남편이 출근하면서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함께 싼다.

아침밥을 사무실에서 먹을 수 있다면 보온도시락에 도시락을 싸주고 싶은데,

회사 사람들  누구도 아침을 도시락으로 먹는 사람이 없는데, 남편 혼자서

사무실에서 궁상 맞게 도시락을 펼쳐 놓고 먹는 짓은 못하겠다고 해서다.

몇년전에는 남편 회사 직원 한 사람이 도시락을 싸온 분이 계셔서 열심히 도시락을 싸줬다.

나는 결혼전에  그런 꿈을 항상 꿨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요리 솜씨는 없어도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싸주고, 쪽지 한장도

동봉 하는 그런 이쁜 아내의  흉내를 내고 싶은 그런 꿈을 꿨었다.

 

 

 

 

 

 

잠결에  새벽녘에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오는 남편의 기척에도 일어날 수 없을 때가 있다.

지금은  술자리가 끝나고 지금 출발 한다고 새벽 3,4시의 남편의 전화도 귀찮을 때가 있다.

술은 남편이 마시는 데, 그런 날에는 내가 더 힘들고 몸이 아플때가 많이 있다.

자다가 깨서 " 어서오세요. 서방님!"  하면서 생글거리며 맞이하는 새댁의 흉내는 나는 더 이상 낼 수가 없다.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는 남편의 기척에,  누운채로,  "왔어?" 라는 한마디 대꾸하는게 전부이다.

그렇게 변한  내 모습에 조금은  서운해 하는 남편을 본다.

말로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라고 했지만,  막상 남편의 귀가에도 일어나보지도 않는 아내에게 서운한 것이다.

눈이 펑펑 내리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우산을 받쳐 들고 서방님이 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던 예전의 내 모습을 아직도 기대하는 남편인 듯 싶다.

녹즙 한잔 얻어 먹고 출근 하는, 이 시대의 아침도 못 얻어먹는 남편이 내 남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