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5. 06:00ㆍ★ 부부이야기
제부의 생일날이면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처형의 역할은 쭈욱 해오고 있다.
동생 생일이나 제부의 생일이 다가오기전 주말에 동생집에 가서 자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제부와 내 동생이, 나와 남편의 생일을 한번도 빠트리지 않고 챙겨주고 있다.
내 동생, 안부전화나 생일 같은 것을 챙기는 것은 잘 못하는 성격이다.
장인, 장모님 생신이나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기일을 챙기는 것도, 처형 부부의 생일을 챙기는 것도 제부였다.
남편이 입원했을때나 아플 때도 찾아오는 것은 물론, 남편에게 따로 전화를 하는 두 동생들이었다.
남편의 생일날이 되면 나는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오늘 보미 아빠 생일이야. 엄마가 전화한통 해줘요.. 라고 말한다.
울 엄마, 재혼을 하셔서 자식들이 아홉이고, 결혼한 자식들 배우자까지 있고
손자손녀들 생일까지 기억한다는 것은, 엄마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장모님에게 생일축하 전화 한통 받게 해주려고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내 남편, 생일 축하 해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큰 딸 노릇을 14년동안 해오고 있다.
성격상 그런 것에 챙기지 못하는 내 둘째 동생에게도 내가 전화를 했었다.
희정아, 오늘 니 형부 생일이야... 형부 생일축하한다고 문자라도 보내줘......
라고 내 남편을 챙겨 줄 것을 동생에게 요구하는 철없는 언니 역할도 했었다.
남편이 친정에서 무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내가 무시 받는 것보다 백배는 더 기분이 나쁘다.
어머님과 시누들이 내 남편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지는 아주아주 오래 되었다.
마누라인 내가 챙겨 줄거라는 생각이어서 그럴 것이다.
생일날마다 처가의 모든 식구들이 생일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문자한통, 전화한통이라도 해주는데 비해, 정작 본인 가족 그 누구도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주지 못하는 것에, 남편이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친정에 갈 때, 그 동안 내가 모아 놓은 화장품 세트들과 홍삼세트들을 친정부모님께
드리면서 시어머님이 챙겨주셨다고, 내 시누가 엄마 갖다 드리라고 챙겨줬다는 거짓말을
한지도 아주아주 오래 되었다.
허접하고 보기에 궁상맞게 살고 있는 듯한 큰 딸이 그래도 경우 바르고 정많은
시어머니 만나서 시집살이는 안하고 있다는 것을 친정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쩌다가 엄마가 서울 올라오셨을 때, 차비 하시라고 5만원이든 10만원을 드릴 때도
남편으로 하여금 드리도록 했다.
뭐든 하나를 챙겨서 친정에 드릴 때도, 김서방이 엄마, 아빠 드시라고 사가지고 왔더라~
라는 선의의 거짓말도 숱하게 했었다.
친정 식구들과 사소한 말다툼이 있을 때도, 동생이나 친정엄마 말에는 뜻을 굽히지 않다가도
남편이 조용히.. " 그만해... " 라는 한마디에 바로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집에서 남편과 단둘이 있을 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일지언정, 친정에서는 남편이,
내게 그만 할 것을 권하면 바로 꼬리를 내리는 마누라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가끔씩이지만 내가 시댁에서 무시받는 다는 느낌을 받을 때처럼, 이방인 같은 그 느낌을
내 남편이, 처가에서, 처가 가족들에게서 받게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친정에서는 내가 남편의 보호막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노력을 한다고, 남편은 처가에서 우리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
내가 14년동안을 시댁에 들락거리면서도 평안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처럼 말이다.
남편이, 적어도 처가에서 무시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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