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6. 06:34ㆍ★ 부부이야기
큰 며느리로 존재하는 동생에게 마흔두살인 미혼인 시동생이 있다.
직장 튼튼하고 사람 성실하고 바른, 제부와 같은 모범적인 남편이 되 가능성이 높은 그런 시동생이 있다.
작년 추석에 인사 온 시동생의 애인과 올 봄즘에 결혼을 할 것 같다는 말은 작년부터 듣고 있었다.
동생이랑은 동서지간이 될 그 고운 여자의 애기도 동생에게서 들었다.
서울의 좋은 대학 졸업에 외국 유학까지 다녀왔고, 거기다가 얼굴까지 영화배우 "수애" 를 닮았다고 했다.
그로 인해 서울에 있는 여상을 졸업한 동생이 혹시라도 자격지심이라도 가질 까 염려도 했었다.
그런데 어제, 동생의 동서가 될 그녀가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단다.
결혼 날짜를 잡기 위해(결혼 날짜는 여자측에서 잡죠) 친정엄마와 우연히 들린 점술집에서
두 사람의 궁합을 보게 되었는데, 그 점술가 말이 무척이나 안 좋았나 보다.
당연히 그런 애기 따위를 믿지 않는 신세대 여자였던 그녀는 그런 곳에 들린 엄마에게 되려 화를 냈다고 했단다.
찝찝한 친정엄마께서 다른 점술집을 여섯군데나 들렀는데, 전부가 다 한결 같이 궁합이 안 좋다고
결혼 시키지 말라는 말을 했단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하면 남자가 크게 아플 것이고, 두 사람의 궁합도 아주 안 좋다고 했단다.
올해 아홉수고 그래도 꼭 결혼을 할 거면, 결혼식 하지 말고 먼저 살다가 1년 뒤에나
결혼을 하고, 결혼하고 나서도 3년에 한번 씩 궃을 해야 그 액운을 그나마 좀 떨굴 수 있다고 했단다.
시아버님이 좀 안 좋겠게 돌아가시지 않았냐는 말을 건네면서, 다섯군데 다 다른 점술집이었고
점술가들도 다 달랐다는데 전부가 궁합이 안 좋게 나왔고, 전부 결혼을 안하는게 좋다고 했단다.
결혼을 앞둔 처자로서 그러지 않아도 이런 저런 걱정들이 많고 예민할텐데
그런 말을 들어서 그런지, 아무리 신세대 여성이라도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을 것이다.
막연한 불안감과 찜찜함을 갖고 있는 그녀에게 동생은 이런저런 말들로 위로도 해주고
그런 궁합 같은 것은 믿을 거 못된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아주 편한 상대 일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오죽 찝찝하면 그런 전화를 동생에게 했을까 싶었단다.
시어머님에 그런 애길 할 수는 없어서 그나마 동생도 본인과 같은 며느리라는 동지애(?) 같은 걸
느껴서인지 아님 성격이 둥글둥글한 동생이 편해서인지 그런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남들이 들으면 말 같지도 않는 고민이라고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궁합 같은 것보고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촌스럽다고 생각할런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앞 둔 적지 않는 나이인 30대 중반의 신부로서는 아무리 신세대 여자라 해도 기분이 좋을리는 없었나 보다.
나와 남편도 결혼을 하기 전에 친정엄마가 궁합을 보셨다.
시어머님도 나와 남편의 궁합을 보셨다고 했다.
양쪽 집안 모두 궁합이 너무 너무 좋아서 궁합을 볼 필요도 없다고 했단다.
남자가 여자 말을 너무 잘 들어서 두 사람 모두 다 아주 잘 살거라고 했었단다.
친정엄마는 그 애길 지금까지 하시면서 점쟁이들 말들은, 다 엉터리고 믿을 게 못된다고 말씀하셨다.
동생의 시어머님은 그런 것에 연연해 하거나 신경을 쓰는 분이 아니셔서
동생과 제부의 궁합 같은 것은 안 보셨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한 동생의 궁합도 보셨다.
아주아주 안 좋아었다. 3년이내로 이혼을 할 거라고 했고 제부가 바람을 필거라고도 했단다.
동생도 그런 걸 믿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결혼전에 제부와 연애하면서 종로 길거리에서
재미로 궁합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도 엄마가 본 궁합과 같았다고 했다.
제부랑 결혼하면 서로가 안 좋고 억수로 싸우고 제부가 바람을 펴서 3년이내에 이혼을 할거라고 했단다.
원래 길거리표 궁합은 그렇게 안 좋은 말은 안 해주는데 그 정도로 말했다고,
신념이 강한 동생도 그 궁합 때문에 결혼을 앞두고 내내 찝찝해 했었다.
남자가 평생을 여자 인 내 말을 잘듣고 결혼생활 내내 행복하게 살거라는 궁합사주인 가진
우리네 부부는 얼마전까지 내내 치열하게 싸우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궁합 같은 것은
하나도 맞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고(특히 남자가 평생 내 말을 잘 들을거라는 부분),
남자가 바람을 펴서 3년도 안되서 이혼을 할거라는 궁합사주가 나온 동생은,
근면성실하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써, 별로 흠 잡을게 없는 제부와 16년동안을 아주 잘 살아오고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아직도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궁합을 보는 경우가 있는 듯 하다.
살아보니(겨우 14년 살았지만) 그런 궁합 같은 것은, 하등의 신경 쓸 게 없는 것 같다.
아마 동생의 동서가 될 그녀도, 신세대 여성이라 그런 것을 믿지는 않치만, 결혼을 앞둔 처자로서
예민한 시기에 그런 애길 다섯 군데서나 같은 말을 들어서 기분상 좀 찝찝한 것 뿐일 것이다.
결혼전 우리부부 궁합은 이랬는데, 지금은 이러고 살고 있네라는 우스개소리를 할 때나
사용되는 소재가 궁합이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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