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는 것은 죄고, 나이를 먹는 것도 무섭다

2011. 2. 21. 05:30★ 부부이야기

 

 

 

산소호흡기를 꽃고도 숨쉬는것조차 힘드시고, 거동은 물론 의식도 거의 없으신

이모부님을 찾아뵌지가 1주일이 넘었다.

올해로 일흔하고도 세살이신 이모부님이시다.

술, 담배도 전혀 안하시고, 일생동안 이모님과 아들, 그리고 형제들과 처갓집 식구들만 알고 사시던 분이셨다.

가끔씩은 이모부님의 그런 삶이 너무 재미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엄마가 우리집에 있는 동안, 이모님이 매일 전화를 하셨다.

이모와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는 엄마의 한숨소리가 깊어지셨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사람이 죽는 것만 맘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축복일 것 같다고~~

자식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잠자듯이 조용히 죽을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늘상 말씀하셨다.

 

 

 

 

 

 

노인전문 요양원에 계시다가, 요양병원으로 옮기셨는데

요양사들과 간호사들의 대한 간호가 이모님 마음에 차지 않으셨나보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이모님 혼자서는 감당 할 수 없어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거동도 불가능하고 의식도 거의 없는 환자들을 돌봐주는 병원에 입원을 시키셨는데,

이모님의 울음 섞인 말씀에는 환자가 변을 본 것을 바로바로 치워주지도 않았고,

호스를 가끔씩 잡아챈다고 두 손까지 묶어놓으셨다고 했다.

그런 애길 간호사들과 요양사에게 한마디 했더니  그게 맘에 안드시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단다.

서러움과 분노심으로 이모님은 당장에 이모부님을 집으로 모셔서 다시금 이모님이

병수발을 하시고 싶어하셨지만, 이모님 또한 건강이 좋치 않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으셔야 하기에

이도 저도 하지 못하신채, 서러운 눈물만 흘리셨나보다.

간호사나 요양사들인지 간병인들에게도 고정적인 주는 비용 말고도 잘봐달라고

선물이나 돈도 종종 쥐어주고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 애기는 예전부터 들었다.

시어머님도 요양병원에서 거동도 못하는 노인분들을 팔다리 묶어 놓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변을 많이 본다고, 먹는 것도 안 주고 문병객들이 준 먹거리들을 자기네들끼만 먹는 모습도 수시로 보셨다고 했다.

 

 

 

 

이모님은 올해 64세가 되셨다.

엄마는 올해 69세가 되셨다.

두 분이서 전화로 그런 저런 애기들을 나누시면서 서로 우시기도 했었고

나이 먹어 늙는 게 죄라고 하셨다.

이모님은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혈압약을 드시고 계신다.

엄마도 관절약이니 감기약도 달고 사신다.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허리가 안 좋으신 것 말고는 여기저기 아프신 것은 노환때문이라고만 한다.

엄마도 이제는 종종 겁을 내고 계신다.

맘 같아서는 자식들에게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조용히 죽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안되는 법이라고~~

이번 친정 다녀오면서 아흔 다섯살이 되신 외할머니를 뵙고 오신 엄마의

마음은, 그 연세에도 아직도 공기밥을 뚝딱 해치우시고, 일흔이 넘은 아들부부의

봉양을 받고 계시는 외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기쁘지만은 않다고 솔직히 말씀하셨다.

 

 

 

 

 

 

나도 마흔살이 넘어서부터 내가 확실히 나이가 들어감을 내 몸이 느끼고 있다.

벌써 나도 나이 먹는 것이 무섭다.

시어머님의 아프시다는 말씀으로 전화통화를 시작해서 매번 원비 걱정으로 마무리를 하시는

어머님의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며느리로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 또한 이제 마흔 두살인데도 과히 아주 건강하다고 할 수 없으니 나이가 먹을 수록

노인들의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 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노인분들의 건강문제는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또한 지금도 여기저기 부실한데 나이 들어가면서 아파서 주변 사람에게 부담이 된다면?

본인은 평생은 안 늙을 것 같지만,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도 시간이 흐르면 똑같이 노인이 되어

노환으로 아프게 되는 데, 그것에 대한 준비보다는 당장에 나도 내 아이들 걱정이 최우선으로

살고 있는 요즘 엄마이다.

나도 이제는 무섭다. 나이 먹는 것이, 아니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진다.

건강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 할 수 없음을 주변 분들을 보면서 더 많이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