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3. 06:00ㆍ★ 부부이야기
1996년 8월 23일 금요일, 오전11시경에, 제가 근무하던 사무실로
남편의 손을 잡고 들어 선, 동네 할머니의 소개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후로도118번째 만남을 가졌고,
1997년 2월 23일 일요일날 서울 묵동에 있는 "한양예식장" 에서 결혼식을 하고
저와 남편은 부부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1998년 2월 23일 월요일, 결혼 1주년 되는 날에 저는 여느 때와 똑같이 시아버님이 입원해 계신 병원에 다녀왔고,
시어머님을 뵈러 사골3만원어치를 사들고 시댁에 들렀고,
봉투에 5만원을 넣어서 어머님께 아버님 병원비 보태시라고 드리고 왔습니다.
오후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가 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해 준다고 여의도에서 중화동까지 와 주었고,
저 없으면 못살겠다던 남자인, 남편은 저녁에 퇴근을 하면서 돼지삼겹살 3천원어치를
사들고 와서 저녁을 먹은게, 전부였습니다.
1999년 2월 23일의 결혼 2주년 되는 날의 기록은 없습니다.
제 14권의 가계부중, 유일하게 분실된 가계부라서 그 날의 기록은 없어서
제가 기억 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 때는, 큰 아이 보미가 생후 4개월정도 되었을때였고
여전히 아버님의 잦은 입퇴원과 서방님의 술사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겁니다.
2000년 2월 23일 수요일 결혼3주년 되는 날에는 저희 부부는 서울 개포동 동생집에 있었습니다.
은행에 다니면서 맞벌이를 하던 동생의 아들내미를 봐주러 며칠동안 동생집에 지내고 있었습니다.
동생 부부와 함께 평범한 저녁을 지어서 먹었고, 아마도 결혼기념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다만 남편의 술자리는 없었던 것은, 기록상으로 알 수가 있습니다.
2001년 2월 23일 금요일, 결혼 4주년 되는 날에는 저는 두 아이의 감기 때문에
소아과에 들렀고, 보미의 머리끈을 태릉시장에서 1,600원을 주고 샀습니다.
그 날, 남편은 술자리가 있어서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 30분에 시댁에 도착해서 시댁에서 잔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결혼4주년이 되는 날에, 남편은 시댁에서 외박을 했습니다.
2002년 2월 23일 토요일, 결혼 5주년 되는 날에도 남편은 술자리가 있어서
밤 11시 30분경에 술에 취해 들어왔습니다.
기념일 같은 것은 원래 중요치 않게 생각했거니와 이미 전, 그 때 남편에게 지쳐 있던때라
그 날도 아주 평범한 하루를 보냈던 것이 2002년도 가계부에 기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2003년 2월 23일 일요일 결혼 6주년 되는 날, 휴일이라서 남편은 술은 마시지 않았고
결혼기념일 선물로 불광동에 살고 있는 제 친구 승화집에 데려다 줬고
남편은 만화방에서 무협지를 읽었고 저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친구집에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밤 10시경에 집에 도착을 했고, 그게 저희 부부의 결혼5주년 되는 날의 일상이었습니다.
2004년 2월 23일 월요일 결혼7주년이 되는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남편 회사 근처에 있는 백화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금액은 두 사람 합해서 14,500원이었습니다.
그 날밤에는 남편의 회사에서 새로운 술 시음회가 있어서 11시가 되서 남편은 들어왔고
여느 날과 같은 날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2005년 2월 23일 수요일, 결혼 8주년이 되는 날, 이웃의 고향언니가 결혼기념일 축하한다고
생크림 케익을 사주었지만 케익은 남편과 함께 자를 수 없었습니다.
새벽3시가 너머 들어온 서방에게 바가지를 긁다가, 자기 성질을 못 이긴 서방이 지 주먹으로
아이들이 공부하는 상을 주먹으로 쳤다가 손가락 하나가 골절되서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며칠 뒤에 손가락에 철심을 박는 수술이라는 것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2006년 2월 23일 목요일, 결혼9주년이 되는 날, 기념일을 챙겨주려고 남편이
처음으로 판촉자리를 빠져서 밤 9시 30분에 귀가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인근 동네 고깃집에서 외식을 했습니다. 그 가격은 37,000원이었습니다.
이 때가 결혼기념일이라고 밖에서 외식 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전 별로 감동 같은 것 못 받았습니다.
2007년 2월 23일 금요일, 결혼 10주년이 되는 날, 제가 3교대 직장 톨게이트 근무를 시작한지 8개월이
되어가고 있었고, 이 날 남편은 월급에서 10만원을 가불해서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을 했었고
저는 그날 오후 2시부터 밤10시까지 일하는 중번근무를 해서 다음 날 새벽이 되서야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08년 2월 23일 토요일, 결혼 11주년이 되는 날, 저는 톨게이트 중번근무여서 밤11시가 되서 귀가를 했고
남편은 여전한 술자리로 새벽 3시가 너머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두 딸들은 이미 잠이 들어있었고 남편과는 다음 날 새벽이 되서야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결혼11주년도 그렇게 평범하게 지나갔습니다.
2009년 2월 23일 월요일 결혼12주년 되는 날, 2년7개월동안의 짧은 저의 맞벌이를 접고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싱크대와 도배 장판을 하려던 나는, 박스들에다 짐들을 싸기 바빴고,
남편의 자동차 검사를 한 날이었고, 조명기구들을 남편이 사들고 온 날이었고, 그런 바쁜 일들로
결혼기념일 따위를 챙길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2010년 2월 23일 화요일 결혼13주년이 되는 날, 술도 한잔 드시지 않고 귀가하신 서방님이
집 앞에 있는 오리고깃집으로 데려가서 우리 가족을 위한 외식을 시켜주었습니다.
가격은 36,000원 이 나왔고, 현금으로 10만원의 금일봉을 결혼기념일 선물로 제게 하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2011년 2월 23일 수요일, 결혼 14주년이 되었습니다.
올 결혼기념일은 저도 미처 알지 못했는데 어제 작은아이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달력을 보고(신년초마다 우리집안 모든 경조사일을 기록하는 것을 이젠 작은아이가 합니다)
내일 결혼기념일이니 아빠, 술마시지 말고 들어오라고~~
아마도 운 좋으면 가족끼리의 4만원이 넘지 않는 외식에, 더 운 좋으면 현금으로 10만원 정도 주려나요..
전 가끔 드라마속에서 결혼한 아내들이 기념일 안 챙겨주는 남편에게 서운해하는 모습에서는
그다지 공감을 하지 못했던 삭막한 아줌마로 살았습니다.
제 남편은 결혼 기념일을 모르고 지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알고는 있으라고 늘 제게 상기는 시켜줬습니다. 여느 시댁 제사나 생일처럼 남편에게 말해주는 것은
제 몫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기대를 하거나 뭘 바래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보면 저란 여잔 참 무드도 없고 딱딱한 나무토막 같은데가 많은 여자인 듯 합니다.
결혼 14주년 되는 오늘은 남편에게 뭔가 기대를 해볼까요?
아님 제가 뭔가를 남편을 위해 준비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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