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4. 06:00ㆍ★ 부부이야기
막거리 신제품 "순희"가 출시 되어 시음회가 있었지만, 지난 주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달리던 나는,
시퍼런 아내의 서슬이 무서워서 그 날밤에는 일찍 집에 들어 갔었다.
뚱~ 해 있는 마누라의 표정이 , 내 손에 들려져 있는 신제품 "순희" 막거리를 보더니 더 뽀족해졌다.
내 마누라는 주류 업종에 있는 남편이랑 산 지, 1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술만 보면 눈꼬리가 올라 가는 것 같다.
내 손에서 벗어난, 저 새로운 "순희" 의 운명은, 그 때부터, 마누라의 주변인 중, 누군가에게 맡겨질 것이다.
며칠 후, 내 사랑 순희는 처제와 동서의 손으로 넘어갔고, 나는 막거리 한 사발만 맛볼 수 있었다.
이 술이 출시되고 "순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많은 항의가 있었다는 말을 요 며칠 듣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막거리를 선호하는 애주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류영업을 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술이 나오면 맛을 봐야하고 애주가들의 성향도 파악을 하고, 매출 정도 짐작 할수 있어야 한다.
술이라고는 입술에 축이지도 않고 42년을 살고 있는 내 마누라는 이런 내 일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여느 직장인보다 현저하게 잦은 술자리의 횟수를 가진 남편만으로도 맘고생 몸고생을 한 마누라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내가 생각해도 좀 무리이기도 하고, 뻔뻔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 때문이라고 하지만, 술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살았던, 도덕선생 같은 내 마누라는,
술, 그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을 심하게 갖고 살고 있는 여자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의 직업을 이해해주고 있지만, 나 또한 모든 술자리가 100% 업무적인 것은
아니기에 쪼끔은 마누라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을 갖게 된다.
주류 영업 14년 아니 15년째에 접어 들고 있는 영업사원이다.
이사라는 직함은 그저 경력 연수에 비례해서 붙혀진 직함일 뿐, 그로 인해 참석해야 하는 술자리만 늘었을 뿐이다.
나도 쉬고 싶고, 웬만한 술자리는 빠지고 싶은 적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여느 직장인처럼 좋은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도모하는 술자리도 아니고,
같은 일을 하면서 서로의 애환을 나눌 수 있는 동료애를 나누는 술자리가 아니기에 술자리에서도 늘 긴장을 하고 마신다.
거래처 사장들이나, 그 밖의 동종 업계의 상부상조를 해야 하는 사람들과의 일로 시작되는 술자리다.
나도 이제 40대 중반, 그 누구보다도 내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음을 절절이 느끼고 있다.
주중에 하루, 그리고 주말마다 축구를 하면서 몸관리를 하는 이유는, 술을 마시기 위해서 일 것이다.
좀 더 안전하게 마실 수 있기 위해서~~~ 남들은 어이 없어 하겠지만, 이 계통의 일을 그만 두기 전에는
술을 완벽하게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성 싶다.
이 일을 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나와 성(性)이 다른 여인들과도 숱하게 부딫히며 일을 한 적도 많았다.
그렇치만 세상 천지 어디를 찾아봐도 내 마누라 같은 특이한(?) 여인네는 없었다.
내 마누라 처럼 잔소리가 심했던 여인네도 못 봤으며, 말로는 세상 누구도 내 마누라는 못 이길 것이다.
공부만 좀 했으면, 변호사가 되거나, 범죄자들을 취조하는 형사가 됐으면 승승 장구를 했을 마눌님이시다.
영업을 15년을 한 나도, 울 마눌님 앞에서는 말로는 한 문장도 제대로 구사 할 수조차 없었다.
정신과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들어가는 날이면, 마눌님은
눈으로는 째려보고, 온 몸에서 냉기가 풍기면서도 해장국을 끓여 놓고, 아침마다 뭔가 내밀어서 내게 먹일려고 한다.
예전에는 양배추즙이나 검은콩 키힐 할 것 없이 두루두루 술 해독에 좋은 것들은 다 먹어본 듯 싶다.
이 곳으로 이사와서는 매일 매일 양파즙을 새로 내서 냉장고에 보관한 것을 마시게 해주고 있다.
체질적으로 여러모로 내 몸엔 양파즙이 젤로 맞은 듯해서 고맙게 요즘엔 마누라가 챙겨준 양파즙을 잘 마시고 있다.
하지만 늘 나는 그런 마누라가 참 무섭다. 그런 것들 먹여서 돈 더 많이 벌어오라고 압박하는 것 같아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술자리에서 어떤 모습인지도 너무 잘 알고 있는 마누라다.(예전부터 내 대리운전을 해봐서)
그래서 더 무섭고, 그 동안 나의 지나온 모든 과실들이 적란하게 기재 되어 있는 13권의 치부책 같은 가계부와
내가 얼마나 많은 실수들을 했는지를 소상하게 적혀 있는 각서들도 우리집 장롱안에 보관되어 있다. (내 싸인까지 되어있는)
가끔씩은 생각하게 된다. 뭣땜세 내 마눌님은 나랑 살아주고 있는걸까?
그리고 매일매일 그 생각은 하고 산다. 내 마누라 덕분에 지금의 나라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세상에서 마누라가 제일 고마우면서도, 제일로 무섭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마누라가 블로그라는 것을 하더니 내게 조금씩 무심해져 갔고 그런 모습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기뻤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 정도가 지나쳐 무심함이 무관심으로 변한 듯 해서 술 취한 김에 한 마디 한 적이 있었다.
요리 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던 여자가 그 동안 해본 적 없는 음식들을 해보고 있다.
그로 인해 주말이면 아내의 새로운 요리들을 맛보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아이들에게 대하는 모습도 예전과 비교해서 많이 변해 있다.
그래도 틈만 나면 철없는 나를 닥달하고 가르치려는 습성은 전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원래가 강단 있고 건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특별히 아픈 곳은 없던 여자였는데
요즘에는 운동 부족인지 여기 저기 욱씬거리고 뻐근하다는 말을 자주하고 있다.
해년마다 실시하는 건강에서 "저체중"과 근육 부족이라는 잔단을 받고 있는 아내이다.
연애시절에는 그저 키가 크고 날씬했던 마누라가 좋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걷는 운동 30분씩이라도 매일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된다.
나는 지난주에도 주말과 하루의 시간을 빼고는 매일 술을 향해 달리면서, 주류 영업에 충실했던 직장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대신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그리고 소중한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홀한 남편이었고 아빠로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작은 사업체에서 이사라는 직함을 가진 월급쟁이로서 내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번주에도 나는 단 하루를 쉬지 않고 술과 함게 했었다.
한 번의 과음을 하면 최소한 3일을 쉬어줘야 하는 내 간은, 수치상으로는 정상범위지만 망가져 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해서 선택한 여자인 마누라랑, 그리고 나의 살아가는 힘이자 의미인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이쁜 내 두 공주들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건강을 위해,
禁酒 는 불가능하더라도 節酒 는 해야함을 절절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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