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1. 10:45ㆍ★ 부부이야기
빨래를 삶으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6시 남편의 알람소리에 잠을 깨서 출근준비를 하는 남편을 보고도 일어나지 못했다.
오늘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챙겨주던 양파즙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늘 시댁에만 다녀오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때 힘이 들어서 잘 일어나지를 못한다.
몸이 피곤한건지~ 마음이 피곤한지 모르겠지만 늘 뭔가 가슴이 답답하다.
요리책을 보고 처음으로 닭갈비를 재워, 다른 야채들도 봉지에 넣어 준비를 해서 갔다.
늘 재우던 소불고기를 3근 재웠고,
무쌈을 해먹을 모든 재료들과 소스까지 집에서 만들어서 시댁엘 갔다.
호박죽은 어머님이 좋아하신듯 해서 시댁에 갈 때마다 만들어 갔다.
동그랑땡과 굴전도 준비했고, 봄동도 무쳤고, 골뱅이 무침도 준비해서 갔다.
오전에 어머님에게 전화를 해서 여쭤봤다.
미역은 집에 있으시냐고? 모르겠다고 하셔서, 미역과 소고기 국거리도 따로 준비했다.
친정엄마께서 보내주신 조선간장도 200미리 챙겼고, 육수를 낼 멸치와 다시마 새우까지 따로 챙겼다.
두 아이들이 마실 물까지 챙겨야 하니(어머님은 양파물만 드신다) 짐이 한 가득이었다.
웬수 같은 서방이, 이사가냐고, 차에 짐을 실으면서 툴툴거린다. 지 엄마, 생신 음식들인데..... 쓰벌~
밤에 시댁에 도착을 했다. 저녁밥은 우리집에서 먹고 출발했다. 어머님이 그걸 더 원하시니까...
준비해온 짐들은 풀어놨다. 냉장고 문을 열어 보니, 어머님 집 냉장고 안에 텅텅 비어 있었다.
큰 시누가 와 있었다. 니네 올케가 어떤 음식 준비해 왔는지 보라고 어머님이 불렀단다......
어느 집안의 큰 며느리인 큰 시누의 칭찬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 말씀 없으시던 어머님이, 내가 준비해간 2가지 전을 보시더니 “ 이게 전부니? 이것밖에 안했니? ”
두 명의 시누들이 이구 동성으로 시어머님에게 말했다.
우리 세 명(두시누와 우리)이 돈 거둬서 밖에서 밥 한끼 먹으면 될걸 왜 이런 고생을 하냐고~~
특히 이번 어머님, 생신 내내 막내시누는 화가 나 있었다.
올케인 나 보기 미안해서이기도 하지만, 일을 그만 두신 어머님이 돈 없다는 말씀을 입에 달고사시면서도
현재 시댁 집 약간의 리모델링을 하는 경비를 막내 시누가 다 댄 듯 싶다. 100만원은 넘은 듯 싶다.
작년11월에 어머님이 다치셨을 때도 미혼인 막내시누는 자신의 퇴직금을 당겨서 2천만원을
고스란히 어머님에게 드려서, 시댁 집에 끼어 있는 대출금을 다 갚아드렸다.
그리고도 번번히 어머님의 대부분의 돈 관련 부분을 책임진걸로 알고 있다. 미혼이라는 이유로~
내 어머님, 이제 3억이 훨씬 넘는 집에서 대출금 하나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 막내딸 덕분에~
이번에도 맏이인 우리는 20여만원 가까운 음식장만을 준비해갔지만, 용돈은 한 푼도 드리지 못했다.
새벽4시에 일어나 미역을 불리고 다시마 국물을 내서 소고기를 넣어 미역국을 끓여 놓았다.
거실에서 주무시는 어머님은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땜에 일어나셨다.
늘 느끼는 거지만 어머님이 마루에서 주무시는 게 불편하다.
어머님이 성당에 나가실 때부터 나는, 무쌈 재료들을 준비하고 쌈을 싸놨다.
성당미사 끝나시고 돌아오신 어머님, 무쌈 하나르 드시고 “ 애미야, 이것 진짜로 맛있구나~” 하셨다.
시외숙모님 두 분이 오셔서 점심을 드시고 큰 시누 가족이 와서 함께 점심을 먹을 때까지
나는 잠시도 쉬지 못하고 주방에서만 살아야 했다. 시누가 쉬임 없이 도와줬음에도~
서방이라는 남자는 아침 일찍부터 축구를 나갔고, 점심상 차릴 때쯤에 들어왔다.
큰 시누와 내가 앉아 있는 상태에서 어머님이 했던 말들중에 잊혀지지 않는 두 마디,
“ 이젠 느그들이 돈 안 대주면 나, 굶어 죽어야 할 판이다! ”
그리고 시이모님의 며느리의 대한 끊임없는 칭찬 릴레이였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보미에게 어머님이 용돈 5만원을 들려주셨고
작은아이 혜미에게도 1만원의 용돈을 쥐어주셨음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에게 받은 모든 용돈들은 내가 갖고 있는 어머님의 명의의
통장에 100% 불입하고 있는 우리집 두 딸들이다.
어려서부터 내가 그리 습관을 들였기 때문이다.
어머님의 사랑을 느끼고 감동 받아야 하는 며느리의 모습이 연출 되어야 하는데
전혀 감동스럽지도 고맙지도 않았으며,
그 돈을 받아 왔다고 아이들에게 약간의 신경질을 내는 남편의 모습에서
친정엄마가 그 동안 아이들에게 주신 돈들 넙죽 잘만 받아썼던 내 모습이 교차된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울 엄마는 부자고,
서울에서 3억 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분이,
자식들이 돈 안 대주면 이젠 굶어죽게 생겼다는 말씀을 그리 대놓고 하실수 있는
내 시어머님은 정말로 찢어지게 가난하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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