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3. 06:00ㆍ★ 부부이야기
"자기야, 오늘 새벽에는 미안했어~~ 오늘밤에도 늦을 것 같예... 운동 끝나고 새벽 1시에 전무님 만나
고대쪽으로 업주 상담이랑 판촉을 다녀오면 집에는 새벽3,4시에나 들어갈 것 같아.."
남편의 어젯밤 전화에 괜히 울컥 하는데도 내 말투는 찬바림이 쌩~ 하니 쌀쌀 맞기만 했다.
그젯밤에는 **** 지점장 부친상을 당해서 상가집에 들렀다가,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2차 3차 술자리까지 다녀온 남편으로 인해 어제 새벽에 우리는 부부싸움이라는 것을 했다.
모든 것을 이해하기보다는 체념 비슷한 마음으로 남편의 잦은 술자리로 인한
새벽 귀가에 방관자로 지내던 내가, 어제 새벽 3시가 너머 들어온(그것도 내가 전화를 해서 그 시각에 들어왔다)
남편을 향한 가슴에 새긴 각인을 팽개쳐 버리고, 남편에게 한 마디 한 게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맨 정신이 아닌 술 취한 사람에겐 그 어떤 말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그리도 잘 아는 내가 그걸 까먹은거다.
자다가 깨서 들어와 있을 줄 알았던 남자가 없어서 전화를 걸었던 것 뿐인데,
회사에 분명히 뭔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남편의 말투가 퉁명스러워 그걸 핑계로 내가 기여코 한 마디 하고 말았던 것이다.
남편의 술자리와 귀가 시간 때문에 싸운다는 것이 이젠 어색할 정도가 되었다.
남편에게 직장을 그만두라고 싸우기도 했었고, 집에서 1년 넘게 놀아도 되니 그 망할 술만 마셔대는
직장 때려 치우라고 악을 쓰던 때도 있었다.
술을 그리 마시다가 병들면 그 수발 누구보고 하라고? 나, 당신 병수발까지는 못한다면서 악을 쓰기도 했었다.
남편과 같은 업종에 있는 가정 있는 남자들이, 술집에서 만난 여인들과 눈이 맞아서
처자식을 다 버리고 그 새로운 여인네들과 새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잦은 술자리가 원인이 되서 이혼을 당하는 초라한 남정네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 걸러서 마셔대는 술 때문에 병든 몸이 되서 환자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도 저런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으면, 이젠 술, 스스로 조절해야 할 거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었다.
그랬던 내가 남편의 술자리로 인한 귀가시간에 조금씩 너그러워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잔잔한 이런 내 마음에 미친듯이 폭풍이 칠 때가 있는 날이면, 새벽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남편의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울음을 삼키는 날이 아직도 존재한다.
의무감에 걸었던 시어머님의 안부전화에서, 처자식 벌여 먹여 살리랴
고생하는 아들내미 걱정과 이 번달에 있는 시아버님의 제사 음식 준비하는 일을 미리부터
내게 일임하시던 모습, 여전히 그 돈 애기만 잔뜩 하시던 모습,
술마시고 다니는 서방, 건강 잘 챙겨주라는 당부 말씀을 잊지 않으시던 내 자상한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럴 때는 참말로 며느리 노릇이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어머님의 그 잘난 아들, 반품하고 싶으니
제발 좀 제 옆에서 떼내서 다시 데려가서 어머님이 그 크신 사랑으로 다시금 키우십시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진다.
이제는 부부싸움을 해도 짧게 끝난 대신에 마음이 한 없이 남편에게도 멀어지는 듯한
이 못쓸 느낌이 큰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나도 한 번 쯤은, 남편과 치열하게 싸워서 내 저 깊은 바닥에 있는 지랄이라는 것을 떨어서
남편에게 참으로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서 허걱~~ 하게 만들어 주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개 처럼 술이라는 것을 주체 못할 정도로 마셔서, 두 딸들은
동생집으로 보내 놓고 이 집에서 깽판이라는 것을 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미친년 처럼, 보이는 것마다 다 때려 뿌수고, 남편이 이제까지 살면서 한 번도
실제로는 본 적이 없는 미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제 아침은 정말로 일어나기 힘든 날이었다.
컴퓨터 수업이고 뭐고 안 가고 싶었다.
오후 1시 40분까지는 수업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김치찌게에 밥을 말아서 먹고 집을 나섰다.
바람은 불었지만 화창하고 맑은 봄날씨였던 어제 아침,
매일 지나다니던 아파트 앞에 피어 있는 봄꽃들을 보면서 눈이 시려서 눈물이 났다.
나이가 먹어 갈수록 이제는 작은 일에도 이리 눈물이 날 때가 많아진다.
컴퓨터 수업 반은 듣고, 반 은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들이 아우성을 쳐서 뭔 내용을 들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났다.
수업 중간중간에도 하품을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눈이 시릴 만큼 화장찬 봄날에 그렇게 나는 눈 앞이 뿌해지는 아지랑이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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