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5. 06:00ㆍ★ 부부이야기
평일에 하루 2시간씩 축구를 하고 돌아오는 서방님이시다.
술을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마시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며,
중년의 나이를 넘기고 있는 요즘엔, 병든 몸으로 마누라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달리는 모습을 보니 분명히 예전하고 비교해서 달리는 스피드 정도가 많이 발전해 있음을 느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한민국의 40대 중년 아저씨의 몸부림이 웬지 안스럽기도 했었다.
지난 주말밤에 나와 두 딸들과 영화 한 편(위험한 상견례)을 보고 서방님이 운동하는 남양주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서방님께서는 늘, 마누라인 나에게 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아직 건강함을 보여주고 싶어 했었다.
두 딸들은 종종 축구하는 아빠를 따라 간 적이 있어서 이 운동장에 익숙한지 둘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함께 땀을 흘렸다.
운동하고는 거리가 먼, 나는 관람석에 앉아서 밤 9시가 넘은 시각의 축구장을 처음으로 구경 하며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들을 찍으면서 시간을 죽이고 앉아만 있었다.
유난스레 남편의 술에 관련해 불안함을 가졌던 것은,
젊은 새댁시절에는 혹여라도 남편의 일(술) 관련해서 금전적인 사고와 여인들과의 염문을 우려 해서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건강만 하다면 그 두 가지 사건을 만든다고 해도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남편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술을 즐기시던 아버님께서는 , 당뇨 진단을 받으시고도 금주를 하지 않으셨고,
운동도 전혀 하지 않으셔서 100키로 가까운 비만까지 갔다는 애길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버님의 당뇨로 인해 두 시누들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아내였던 어머님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으셨다.
며느리였던 나는 가끔씩만 들렀으면서도 신성일 못지 않는 잘 생긴 외모를 가지셨던 아버님의 모습이
하루하루 다르게 병약해져 가시는 모습을 뵙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다.
유전될 확률이 크다는 당뇨였기 때문에 남편의 당뇨와 간 수치에 늘 촉각을 세우는 아내가 되었던 것이다.
내 이기적인 마음에서 아픈 남편 수발 하는 것은 내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아버님은 나이 마흔에 당뇨 진단을 받으셨다.
그리고 그 후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당뇨로 고생을 하시면서도 술을 끊지를 못하셨다.
돌아가시전 이틀 전에도 마지막으로 소주 두 잔을 드셨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남편은 일찍부터 축구를 함으로써 운동하면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남자가 되었던 것이다.
운동 그리고 식이요법으로 조금은 챙겨주고는 있지만 남편 본인도 그 무엇보다도 술을
줄여야 함을 느끼면서도 직업을 바꾸지 않는 이상 금주는 어려울 것 같고, 절주라도 해주길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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