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4. 06:00ㆍ★ 부부이야기
새벽3시, 내 핸드폰이 진동과 함께 울렸다.
잠결에 허둥대면서 벨소리가 두 번이 울리기전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형수님, 저 조과장이예요.." "아,, ~~ 네..." (목소리 가다듬으며 조신한척 하는 나~)
"형수님, 이사님이 오늘 좀 많이 드셨어요. 지금 대리기사가 왔는데 형수님, 거기 주소가 어떻게되죠?
네비에 주소를 다시 찍어야 할 것 같아서요. 대리기사가 그쪽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우리 형수님! 우리 이사님, 이해해주실거죠? 오늘 이사님이 좀 많이 드셨는데 40분쯤 후면 도착하실건데
대리기사한테 형수님 핸드폰 번호 알려드릴테니, 대리기사가 전화 하면 좀 받아주세요~~"
"네.... 대리비 갖고 나가야 하나요? "(예전에 그 짓을 여러번 해서리)
"네, 형수님, 걱정마세요. 대리비는 여기서 줬으니, 대리기사가 전화하면 받아서 길 설명만 해주심 되세요.
이사님이 아까부터 많이 취하셔서 차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직도 못 일어나시네요..
우리 이사님, 마음 아시죠? 형수님, 형수님, 제가 형수님 많이 좋아하는 것, 아시죠? ^^*"
"네,네.. 알겠습니다. 조과장님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고맙습니다. "
조과장, 남편의 오래된 부하직원이며, 나와도 꽤나 낯이 익은 사람이며, 그 남정네 또한 술부분만 빼면
너무 착하다 못해 못날 정도로 순해 빠진, 이 시대의 30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그는 한결같이 자신을 무뚝뚝함으로 대하는 나를 형수님, 형수님이라고 부르면서
참으로 친근하게 대하지만, 그와도 안면을 익힌지 벌써 7년이 넘었음에도
나는 세상 그 누구도 편하게 대하지 못한다.(앞으로도 평생을 남편빼곤 세상 모든 남자는 다 그렇게 대할것이다)
내가 톨게이트 근무 시절에도 매일 그곳을 다니면서, 부스에서 나를 볼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내가 무안하리만큼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형수님, 오늘도 화이팅~~" 이라고 소리치던
내 성격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하지만 참으로 순박함을 가진 남편의 지인중의 한 사람이다.
이 처럼 나에게는
나를 "형수님~~"이라고 부르며, 싹싹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남편의 술동생들은 무진장 많이 존재한다.
가끔씩은 그런 호칭을 대할 때마다, 내 자신이 조직폭력배 중간보스의 마누라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나를 "형수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진짜 내 시동생은, 이 세상에 딱 한 명뿐인데,
남편의 술 친구(?)들 중, 남편보다 어린 남정네들은 전부가 다 나를 "형수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남편보다 나이가 많거나 동갑내기 친구들은 반대로 나를 "제수씨라고 부른다.
이렇듯 새벽녘의 전화를 걸어서 나를 형수님이라고 부르면서, 남편의 귀가를 챙겨주는 맘씨 좋은
남편의 사회 동생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니 그 숫자 또한 수십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단골 대리운전 회사는 따로 정해져 있다.
그 중에서 남편의 전용 대리기사쯤으로 여겨지던 몇몇의 대리기사들도 있었다.
그 대리기사들과의 전화통화도 자주 했었다. 새벽시간에~~
그 대리기사들은 나를 칭할 때,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자다 깨서 대리비를 손에 쥐고 슬리퍼를 끌고 내려가서 남편을 부축여 온 것을 세어보면 몇번이나 될까?
내게는 너무나도 생소하고 닭살 돋는 그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시는 그 많은 대리기사들~~
그 대리기사들 중에는 대리운전을 투잡으로 하는 한 집안의 가장들도 있었다.
내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기사님도 두 분 정도는 있는듯 하다.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분도 있었고, 젊은 기사도 있었으며, 내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 분은
우리 부부보다 10살은 더 많으신 여자 대리기사분이시다.
어제 새벽 3시 30분에 어떤 새로운 대리기사의 전화를 받았다.
이 곳 지리를 잘 모른다고,남편이 잠이 들었다고 우리집 위치를 물었다.
남편은 그 대리운전회사에서는 VVVIP고객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잠이 깬 나, 청바지로 갈아 입고, 남편을 마중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남들 눈을 많이 의식하고 사는 가식적인 나는 어떤 경우에도 무릎 튀어나온 츄리링 바지 차림으로는
절대로 현관문 밖으로 안 나간다. 음식 쓰레게 버리러 갈 때도 츄리링 차림으로는 안 나간다.
술군의 아내로 산지는 오래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남편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나쁜 아내이기도 하다.
술 취한 남편을 마중 나가서 부축해서 오는 행동은 웬지 내 자신이 술주정뱅이 남자랑 사는 것 같아서 참 싫은 기분이다.
비틀거리며 조수석에서 잘 일어나지도 못하는 남자를 끌어내야만 한다. 나보다 30키로 가깝게 나가는 남정네를.
대리기사가 함께 부축해줘서 함께 남편을 차에서 끌어냈다.
이 놈의 짓꺼리를 대체 언제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앞으로도 몇 명의 대리기사들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닭살스러운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들어야하고,
앞으로도 몇 년을 더, 이 무거운 체중을 가진 남자를 부축여서 집까지 끌고가는 짓을 해야만 하는 걸까?
얼마나 더 비닐 장갑을 끼고 술에 취해 뻗어있는 남자의 양말을 벗겨주는 짓을 해야만 하는 걸까?
그런 경황에도 어제 아침에 내린 양파즙을 찾는 불쌍한 술군인 내 남편의 모습에 복잡한 마음이 된다.
휴우~~~ 이 징글징글한 술군의 아내로 사는 것, 정말이지 졸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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