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대한 나의 이 복잡한 마음은 연민일까? 사랑일까?

2011. 5. 6. 06:00★ 부부이야기

 

 

 

 

 

작년 12월 달에도 목감기 때문에 열흘을 넘게 고생을 한 서방님이시다.

웬만해서는 병원을 가지 않는 남편도 그 때는 목감기가 지독해서 병원을 다녔다.(관련글: http://blog.daum.net/bo8284/13522604)

서방이 아프다고 하면 내 뒷골이 땡기면서 짜증부터 나는 아내가 되기도 한다.

워낙에 술을 자주, 열심히 드시고 댕기는분이신지라....다 술병이지 싶기 때문이다.

수시로 양파즙을 비롯한 간해독과 위벽을 보호해준다는 마를 갈아주기도 하면서

나름, 남편의 건강을 위해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느 직장인보다는 훨씬 술을 자주 마시는 양반이신지라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은 걱정과 동시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 서방님이 며칠전부터 목이 또 칼칼하니  몸 상태가 좀 이상하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술자리는 이어졌으며, 병원에 들러보라는 마누라 말을 귓등으로 듣더니 드뎌 탈이 또 나셨다.

엊그제, 자정도  되기전에 귀가하신 서방님에게서 술냄새가 났다.

그리고 밤새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숨소리가 고르지 않고, 목이 아픈지 캑캑거리기를 몇 번이나 하는거다.

신경질이 났다. 짜증도 났고 화도 났다.

왜 그리도 말을 안 들어먹는지... 그러다가 진짜로 아프다 싶으면 마누라에게 아들 같은 서방이 된다.

병원약을 먹으면서 함께 마실 수 있는 대추 생강차를 대령해줘야 했다.

이틀에 한번씩 오쿠에 양파즙을 내리는 것도 쉬운일은 아닌데 거기다가 배도 쪄 주고 대추생강차도 준비해야 했다.

서방님을 싸랑하는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이제는 그런 뒷바라지 하는 것도 귀찮고, 내 한 몸 건사하는 것도 버겁다고 느껴진다.

 

 

 

 

 

 

 

 

자다가 깨서 남편의 숨소리가 고른지를 살피는 아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한민국 40대 가장들의 그 피곤한 삶을 모르지 않기에 그런 남자와 함께 사는 아낙인 나, 정말로 많이 걱정이 된다.

걱정이 되면서도 자신의 건강을 겉으로만 신경 쓰는 서방이 어느 순간에는 꼴도 뵈기 싫어질때도 많다.

축구를 해서 건강을 챙긴다고 하면서, 그 많은 술자리는 왜 그리도 줄이지 못하는건지 원~~

저러다가 진짜 아프기라도 하면 그 망할놈의 회사에서 책임져 줄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 서방에게 돈 더 많이 벌어다주라고, 떽떡거리기에는 나의 머릿속에는 너무 많은 생각들이 있다.

어린이날에도 종일 집에서 지내면서 이모들이 챙겨준 용돈들을 모아서, 아빠의 봄옷을 사주기로 의논을

하는 우리집의 착한 두 딸들은  피곤하고 지친 우리집의 유일한 남자인 아빠에게

전해줄 선물을 의논하는 딸들의 기특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서방님을 보면  짜증이 나면서도 안스럽고, 미우면서도 짠해지고, 편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자는 남편의 얼굴을 살펴 보고,  시시 때때로 자고 있는 남편의 숨소리가 고른지도 확인하며

나 같는 정 없는 여자가  새로운 감정들을 배우면서 사람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다.

그렇게 나는 남편의 대한 시시때때로 변하는 내 마음을 자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