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친정에서 큰 딸 노릇, 한번쯤은 하고 싶은 맏이다.

2011. 5. 3. 06:00★ 부부이야기

 

 

 

 

 

 

지난 일요일은 친정아버지의 기일이었다.

1977년 어는 봄비가 내리던  새벽녘에 8살난 큰 딸의 눈을 끝까지 바라보시다가

하늘나라로 먼저 가신 내 친정 아버지의 제사상을 차리는 날이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아버지의 제사상은 맏이인 내가 아닌, 동생집에서 차렸다.

내 남편 집의 큰 며느리인 나, 내 어머님이 한 집안에서 두 집 제사를 절대로  지내는 법이 아니라면서

내 아버지의 제사를 장녀인 내가 지내지 못하게 하셨다는 이유로, 나는 지금도 그 뜻을 거역하지 못하고 있다.

 

내 동생 또한, 한 집안의 큰 며느리, 요즘 세상에 아들 딸, 구분이 어디 있냐면서  딸은 자식이 아니더냐~~

난 그런 것 가리지 않는다. 네가 아버지 제사 지내는 것, 내 눈치 볼것도 말것도 없다라고 말씀하신

동생의 시어머님의 뜻으로, 화성에 사는 동생집에서 친정아버지의 제사를 작년부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동생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라, 아마도 본인의 어머님이 못하게 했어도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았을 며느리이기도 했었다.

동생은 나와는 다른, 자기 목소리는 나름 내고 사는 며느리로 살고 있으니까...

 

 

동생이 시장을 다 봤다고 언니인 나보고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다.

시아버님 제사때 처럼 전과 식혜등들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동생이 냅두란다.

동생의 시어머님이 이번에도 우리 아버지 제사에 쓸 생선과 나물들과 고기까지 다 챙겨보내주셨단다.

전은 동생이랑 함께 집에서 부치자고, 젯상에 차릴 것만 만들거라고~그 외에 음식들은 하나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매년마다 열흘 상간으로 나는 시아버님 제사에 이어, 친정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있다.

 

동생과 제부 모두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하기도 하다. 늘 그런 마음이다.

우리 세 자매는 딸만 셋이라는게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글프고 괜히 서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낄때가 많이 있다.

우리에게 결혼한  남동생이나 오빠가 있었다면 우리 세 자매도 시누가 되는 거구,

그로 인한 이런저런 문제들도 존재했을거고, 나 또한 어떤 시누가 되었을지는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동생들과 함께 준비하는 친정아버지의 제삿상, 시간도 널널하고 마음도 편하다.

다만 장녀인 내가 언제쯤이면 내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맘 편하게 모실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30평이 넘는 집으로 이사를 가서 동생부부도 우리집으로 오라고 해서 맘편하게 초대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해보게 된다.

 

 

 

 

 

동생네의 네 식구, 우리집 네 식구, 막내동생네의 두 식구가 전부였다.

우리 세 자매는 모이면 몰려 있던 수다 보따리를 마구마구 풀어댄다.

나는 블로그 애기들과 두 딸들에 관련된 애기를 많이 하고,

둘째 동생은 요즘 시동생 결혼문제로 좀 바쁘고 중학생인 큰 아들내미 성적 애기가 주 화재이다.

막내는 여전히 요즘에도 다니고 있는 교회애기가 주류를 이루거나, 방통대학교 공부 애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종종 애기 한다, 갈수록 우리들에게 남자 형제가 없는게 허전한게 아니고 되려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리 자매에게 남동생이나 오빠가 있었다면, 웬지 우리들과는 다른 성향을 가진 남자 형제였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막내와 가까이 살게 되어 그나마 엄마는 안심을 하고 계신다.

어제도 나는 동생에게 전해줄 김치를 담궜다.

둘째도 이제는 늘 아들내미와 단 둘이 지내던 막내 걱정을 덜 하게 됐다고 안심을 한다.

세 딸 중의 맏이인 나, 세 자매중 가장 궁핍하게 살고 있으면서 시댁에만 충성을

하는 언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에 속상해 한 적이 많은 동생들이었다.

친정엄마에게도 나란 큰 딸은, 목에걸린 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다.

나도 잘 살고 싶은데, 그래서 가끔씩이라도 엄마에게, 시어머님에게 한 것만큼의 10분지의

1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참 그걸 여직 못하고 살고 있으며, 늘 엄마에게는 받고만 살고 있는 큰 딸이다.

동생은 동생이 아닌 언니처럼 늘 나를 챙긴다. 그런 동생에게는 늘 난, 철없는 언니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자주자주 생각하고 바랜 본다.

남편이 시댁에서 제 몫을 다 하는 사는 장남이고 싶은 것처럼,

나도 친정에서 장녀로서 내 몫을  다하는 그런 맏이이고 싶은 마음을 자주 가져 본다.

조금은 지금보다는 독하게, 남에게 욕도 더 많이 먹으면서 독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남편도 나도, 그러기에 뭔가 어설프고 어눌한 면을 많이 갖고 있는, 나약함을 가진 맏이들인듯 싶을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