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2. 06:00ㆍ★ 부부이야기
이 달만이라도 금주를 해보겠노라고 선포한 남편, 사흘만에 불안 증세가 보였다.
엊그제 휴일인데 출근을 했던지라 이른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오셨다.
오후 6시도 되기전에 퇴근을 한 남편의 모습은 어색하기까지 했다.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해서 간만에 네 식구가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근데 문제는 저녁식사이후 부터였다.
뭔가 불안해 보이고, 몸이 찌뿌둥해서 1시간을 달려서 가야 하는 잔디장 가서 축구라도
해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 날은 운동 하는 날도 아니었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그러더니 평소에 앉아 있지 않는 컴퓨터 앞에서 뉴스들을 좀 읽는 가 싶더니, 포카게임 사이트에
들어가서 10분 정도 하더니 그것도 집중이 안 되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답답하다고~~~~ 영화나 보러갈까? 한다.
5년전, 남편이 금연에 성공하기 까지 두 번의 시행착오가 있을 때가 생각났다.
말이 없던 남자가 집안 일에 잔소리가 많아지고, 신경질을 부리고 까칠해지고,
군거짓도 늘면서 온갖 짜증을 다 내던 그 때가 생각났다.
그래도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 담배를 끊은지 5년째에 접어 들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과일도 깎아 주고 블로그에서 읽은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신문에서 읽은 내용들을 나누기도 했다.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그러자고 하고 두 딸들에게 당부하고 그 날 마지막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나는 요즘 보고 싶은 "써니" 라는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남편은 신나게 때려부수고 달리는 그런 액션영화라도
봐야지 자기가 살 것 같다고 해서 "분노의 질주" 라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위치한(걸어서 10분) 극장에 가는데 처음에는 운동 삼아 걸어가자던 남편이
현관문을 나서더니 기여이 차를 끌고 가자고 변덕을 또 부리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내리지도 않는데 비내리는 것을 핑계 삼으면서....
그냥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애기도 하고 데이트 하는 것 처럼 팔짱도 끼고 가자고 했는데, 남편은 영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벌써 마음이 바껴서 영화 보러 가는 것도 귀찮아진 것 같았다.
반은 강제로 남편의 팔을 잡고 10분 정도를 걸어서 극장 앞에 도착을 했다.
<사진은 영화 "써니" 공식홈페이지 갤러리에서 퍼왔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영화에 집중 하지 못했다.
맨날 달리고 차가 뒤집어 지고, 정신 없이 박살이 나고 눈이 핑핑 돌 것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스크린의 영상에 나는 감동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영화가 그런 정신 없는 액션영화이기에 그 영화를 보고
내 머리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허리가 아프고 발이 많이 저리고 많이 덥고 많이 답답하다고만 느끼고 극장문을 나섰다.
물론 남자들중에는 그런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제 남편 같은) 재미있어 할 수도 있는 영화일런지도 모르겠지만~~
다음 번에는 꼭 내가 보고 싶은 영화 "써니"를 볼 것이다.
남편은 스트레스가 풀린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좀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 같다고 하면서
종종 우리 둘이 이렇게 영화보러 오자는 말도 했다.
이렇게 둘만의 데이트를 즐겨 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헤벌쭉 웃기도 했다.
남편의 웃는 얼굴을 보고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본인은 100% 인정 하긴 싫겠지만 남편도 분명히 알콜 중독의 초기 단계일거라는 짐작을 해봤다.
금연에 성공하기 까지 두 어번의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던 것 만큼
남편의 금주에는 더 많은 시행착오와 남편의 인내심도 필요하고 아내인 내 노력도 있어야 할 것 같다.
간만에 했던 남편과의 데이트를 즐겼다기 보다는, 남편의 한달간의 금주를 위해 둘이 함께 노력을 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 할 것 같은 야밤의 데이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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