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6. 06:00ㆍ★ 부부이야기
양파 한 자루를 샀다. 집 앞 길거리에서~~~
남편의 양파즙 내는 것 때문에 서너달 전부터 양파의 소비가 많이 늘었다.
남편에게 종종 철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줌마 힘을 가진 나임에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양파의 묵직한 무게도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음을 자주 느끼고 있다.
햇양파라고 해서 7천원을 주고 구입한 양파 한 자루를 낑낑대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어떤 아저씨가,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자신이 양파를 들어주겠다는 친절을 보이셨다.
인상도 좋고, 인근 동네에 사시는 주민같아 보이셨으며 편한 츄리링 차림새인 중년의 아저씨였다.
그럼에도 그 아저씨의 그 친절에 나는 움찔 놀라면서
"아니요. 괜찮습니다. 집이 바로 요기 코 앞인데요, 뭘요.. 고맙습니다~"
친절을 베푸시던 그 아저씨가 무안하시겠다 싶어서 좀 과하게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그 분이 좀 무안하셨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저씨 눈에는, 사심 없는 자신의 친절함을 거절하는 아줌마인 내가 더 이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런 아줌마로 살게 되었다.
길가다가 남의 친절에도 의심부터 하고 뉴스나 신문의 사회면 기사들을 떠올리며 두려워 하는 그런 아줌마로 살고 있었다.
세상이 변한건지, 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변한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나는 타인의 친절함에 선뜻 받아 들이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 되었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가시던 할머님을 보고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가시는데까지 들어다 드릴께요.."
라면서 할머니 힘에 부쳐 보이는 짐보따리를 들어드리려고 했더니..
"괜찮슈,,, 아줌마나 가던 길 가슈.." 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되려 나의 호의에 의심을 하는 눈초리를 보내셨던 분도 계셨다.
버스를 타서 자리를 양보하는 나를 무안하게끔 거절을 하신 분도 계셨다.
내가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내 옆에 서 있던 아가씨의 가방을 들어준다고 했을 때도,
힘들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거절을 하던 아가씨도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친절한 마음을 때때로 의심을 하면서 거절을 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 처럼
나또한, 다른 사람에게 사심 없는 친절을 베풀었다가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이런 각박한 세상으로 변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안면이 없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친절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하게 된, 내 모습이 괜히 부끄럽기도 하면서 씁쓸하기도 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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