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9. 06:00ㆍ책,영화,전시회, 공연
엊그제 친구 한테 전화가 왔다.
지금 막, 니가 보고 싶어하던 영화 "써니"를 보고 극장을 나서고 있다고~~
정말로 재미 있었다면서, 보형이 니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원희야, 나도 "써니" 울 신랑이랑 일요일날 봤어.. 진짜 재밌지 않냐?" 라고 말했다.
전화상으로 그 영화에 대해 애기는 못했지만 우린 둘 다 느낄 수 있었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들이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느낌으로 봤는지 서로가 알 수 있었다.
축구를 하고 돌아온 남편을 졸라서 다시금 찾은 극장(지난주에도 금주 선언한 남편이랑 와서)
졸지도 모른다는 남편이 나보다 더 흥미진지하게 관람을 했던 영화 "써니" 였다.
요 근래 나는 여러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사치를 부렸는데 영화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영화 관람비 9천원이 전혀 아깝지 않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의 줄거리는 올리지만 그로 인해 웬지
영화를 관람하는데 흥미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 나는, 그저 내가 받은 느낌과
감동만 적어 보도록 하련다.(그런 세밀한 서평도 자신도 없을뿐더라...^^*)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을 둔 중산층의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임나미,
하루하루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고 그다지 살갑지 않아보이는 여고생 딸의 뒷바라지를
하는 그녀의 일상에서부터 이미 나는 많은 공감을 했으며,
집안일을 마무리 하고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 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여유롭다는
생각을 했으며, 이 배역을 맡은 유호정이라는 여배우가 참 예쁘다는 생각도 함께 했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녀의 생활에서 여유로운 그녀의 모습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철 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아줌마였다.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온 여고 2학년이던 임나미의 서울 학교에서의 적응기에서부터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에서 나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나도 그 나이때에 서울로의 전학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부터 서울생활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하고는
많이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는 참말로 재미 없는 여고 시절을 보냈으며 추억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두 딸의 엄마로 존재하는 나,
나도 요즘 교복입은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그저 이쁘기만 하고 나의 학창시절에 교복을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 것에 많은 아쉬움을 갖는 교복자율화 첫 시작의 세대이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면서도 언뜻 언뜻 요즘 아이인
중학생인 내 큰 딸에게도 나의 학창시절의 모습을 가끔은 발견한다.
영화 곳곳에 70년생인 나로 하여금 그런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이 많았다.
그것 만으로도 나는 이 영화가 참으로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칠공주로 통하던 우리 친구들이었던 그녀들이 이 영화안에 있었다.
그 시대에 가장 유행하던 팝송들이 곳곳에서 흘러 나오고 그에 맞춰 춤을
추는 우리들의 모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관람 내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냥 눈물이 막 나올라고 했었다.
너무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고 그래서 나는 행복할 수 있었고.
그 영화가 끝나가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는 관객이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왜 나는 학교 다니면서 이런 서클 활동도 안하고 참 재미 없는 학생으로만 살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참 많이 들었다.
교내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장 많이 착용하던 하얀 와이셔츠나
팔목에 묶은 손수건, 그것들마저 내 마음을 저 멀리 여고시절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욕 잘하던 친구, 공부를 잘 하던 친구, 춤과 노래를 잘하던 친구, 얼굴은 예쁜데 늘 얼음 공주같던 친구,
무슨 일을 해도 리더쉽이 강했던 이쁘기보다는 멋져 보이던 친구, 습작으로 하이틴 소설을 쓰던
소설가가 되겠다는 친구, 나중에 꼭 미스코리아가 되겠다는 친구,,,,,,
그런 아이들은 내 학창시절에도 늘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서 각자가 다른 모습으로 살게 될 거라는 것을 그 때는 아무도 몰랐다.
나도 그러했으니까.............. 그 때는 나도 꿈이 많은 여고생이었으니까...
나도 학창시절에 주인공 이나미가 입고 다니던 청쟈켓을 자주 입고 다니던 여고생이었다.
아식스나 프로 스펙스 운동화는 명절에 오시던 작은아버지가 사주셨던 것도 기억이 났다.
영화 내내 흘러 나오던 팝송들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여고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중학생인 큰 딸 보미랑 함께 봤어도 참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느끼고,
두 딸들에게 나의 정겨운 입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해주었으며,
두 딸들도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인 친구의 장례식에서의 "써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결혼을 하고 주부, 아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엄마라는 책임감이 강한 이름으로 살면서 나의 대해서 잊고 살았다.
이 영화는 내 나이 또래 주부들이라면 누구나가 다 공감할 수 있으며,
이 영화 한편으로 우리들의 맑고 순수했던 여고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여학교 배경의 영화였음에도 나보다 4살이 많은 남편도 충분히 공감을 했고 이 영화로 인해
남편은 종종 영화를 나와 함께 보자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는 남편이 되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나와 남편 둘 다 이 영화의 공식사이트에 들러서 사진들과
리뷰들을 읽는 행동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출현한 모든 배우들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정말로 내 나이 또래나,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아줌마들과 그 남편들도
함께 이 영화를 보기를 진심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영화였다.
* 모든 사진들은 "써니" 영화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왔음을 밝히며,
써니 영화를 본 감상을 적기 위한 용도외에는 사용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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