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8. 10:34ㆍ책,영화,전시회, 공연
"소나무를 솔나무라고 발음하는 동네도 있습지요. 소나무를 솔나무라고 발음한다고 소나무가 쑥나물이 되지는 않소."
목사님은 무슨말인가를 하려다 말고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 내가 듣기로는 하늘님이 위 없는 으뜸자리에 계시고 큰 덕과 큰 지혜와 큰 힘으로 하늘을 만드시며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는데
티끌만치도 더하고 부족함이 없으며 밝으시고 밝으실 뿐만 아니라 신령하시고 신령하시어 인간의 지혜로는 감히 명량할 길이
없다고 하시었소. 여기에 목사님이 믿으시는 하나님과 행여 틀리는 데라도 있소? "
할머니가 물었다.
"없습니다."
목사님의 대답이었다.
"하늘에는 천궁이 있어 온갖 착함으로써 섬돌을 삼고, 온각 덕으로 문을 삼았느리라. 하늘님이 계신데로서 뭇 신령과 모든
밝은 이들이 모시고 있어 지극히 복되고도 빛나는 곳이니, 오직 참된 본성을 트고, 모든 공적을 다 닦은 이라야, 천궁에
나아가 길이 쾌락을 얻을지니라. 여기에도 행여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천당과 틀리는데가 있소?"
"없습니다. "
"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가 같은 신을 믿고 있는 것 같소."
목사님은 할머니의 달변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예전에 교회를 다니신 적이 있으셨던가요?"
"없지요."
"그렇다면 조금전에 하신 말씀들은 누구에게서 들으셨습니까?"
"우리 바깥 양반인 농월당 선생에게서 들었소."
"그렇다면 그 어른께서도 교회는 다니지 않으셨습니까?"
"그 어른께서는 우주 전체가 하늘님의 성전이며 나 또한 하늘님의 작은 성전이라 하시었소!"
"좋은 가르침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알겠습니다."
목사님이 말했다. 겸손한 목소리였다.
"아직도 하나님에 대한 공부는 매우 부족합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바라겠습니다. 이건 제가 공부하던 책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말씀들이 수록 되어져 있습니다. 선물로 드리고 가겠습니다. "
그러자 할머니는 갑자기 얼굴이 화색이 만면해졌다.
"이런 고마울데가 있나. 내 평생에 책을 선물로 다 받아 보다니, 이런 귀중한 것을 내가 받아도 될지 모르겠소.
다른 선물이라면 사양을 몇 번 해보겠지만 책이라면 절대로 사양을 하고 싶지 않소"
정말이었다. 할머니는 그만큼 책을 좋아했다. 서가에서 할아버지가 공부하던 책이 수백 권이나 꽃혀 있었다.
할머니는 그 책들을 모두 한 번씩은 독파했다고 말했었다.
" 되지 못한 모양새로 신앙심이 굳어진 사람들이 남이 믿는 종교는 무조건 미신이고,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정교라고 주장하기 십상인데
저 목사님은 거기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공부가 이미 깊어져 있다는 증거이니라."
목사님이 일행들과 함께 돌아가고 난 뒤 할머니가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요 근래 들어 내가 읽고 있는 소설속에 잊혀지지 않는 문구중에서 몇 줄을 그대로 옮겨봤다.
종종 나는 어떤 책을 읽다가, 혹은 누군가가 무심결에 뱉은 말중에서 내 가슴을 때리는
말들은 오랫동안 내 기억속에 잊혀지지 않고 영원히 남겨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드라마 대사중에서 사람의 마음을, 세상사를 살면서 자주 느끼면서도
그걸 자연스러운 대사체로 표현하는 드라마 극본을 쓰는 작가들을 나는 세상에서 젤로 존경했던 처자였던 적이 있었다.
그런 대사들은 내가 늙어서 목숨을 다 할 때까지 내 가슴에 새겨져서 잊혀지지 않을 것들중의 하나였다.
나는 교회 및 어떤 종교를 갖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서민중의 한 명이다.
주변 가까운 사람중의 이단이라고 분류된 종교를 가진 사람도 있으며,
교회나 성당 그리고 불교를 믿는 사람들도 있다.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종교를 믿고 있으며 가끔씩, 혹은 자주 내게 자신의 종교의 대해서 애길 한다.
그러다가 나랑 종교로 인한 언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가끔식은 내 입에서 험한 말들이 나가기도 했었다.
어려서는 그랬다.
하나님을 믿느니 가까운 내 주먹을 믿고 살겠다고 다부진 생각을 가진 여학생이었다.
웃기다고 생각했었다. 하나님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그 하나님의 말씀인가를 들으려고
교회를 나가고 거기다가 단돈 10원이라도 바치는 교인들이 머저리들 같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 돈 있으면, 가까이에 사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러다가 30대에는 그들이 믿는 종교를 인정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허나 내 마음 안에는 여전히 하나님을 믿거나 불교및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나쁜짓을 하고 장사를 하면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고 거짓말을 하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보다 자기 가족에게 더 나쁘게 대하는 모습에 비웃기도 했었다.
하나님 앞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자신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라는 자세를 취하면서 뒷구녕으로
딴 생각들과 못된 행동들을 하는 그들이,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했었다.
종교를 강요하는 듯한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그들과 말을 섞다보면 울화병이 생길것 같을 때가 많으며,
니네들 행동이나 똑바로 하면서 하나님 말씀 어쩌고 저쩌고 지껄여대세요.. 라는 아줌마로 변하게 된다.
다 지네들 종교가 정교이며 최고이며 올바른 종교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나는 젤로 싫다.
하나님의 섭리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성경 말씀을 모르고 지껄이는 나와 같은 자의
말을 멸시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1년동안 나는 가까운 누군가와 이런 종교 문제로 언성을 높혀서 싸운 적이 여러번 있었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는 나는 사탄일런지도 모르겠다.
하나님 말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한달에 십일조 헌금을 교회에 갖다 내는 대신
내 어렵게 사는 내 가족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게 더 인간답다고 생각하는 나와,
자신의 세상 살이에서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면서 그저
가족에게 서운한 것들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꾸욱 눌러 참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스스로가 기도하며 마음을 다스린다고 말하는 그 어떤 분도 내 눈에 역겹기 그지 없는 종교인으로만 보인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종교를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무조건 자기네의 종교만 옳다고, 자기네 종교를 강요하는 세상의 모든
교인들은 내겐 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한 명이다.
그래서 요 근래 읽었던 이 문장들이 잊혀지지 않았고 따로 저장을 해놨다.
나도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종교가 생활보다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들이 믿는 종교가 거룩한 것처럼
다른 사람이 다른 종교도 인정하고 무조건적으로 자기들 종교만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멀리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는 종교를 갖지 않는건지도 모르겠다.
인성이 그닥 훌륭한 사람이 아닌 내가 어느 종교에 먹칠을 하는데 이바지를 하게 될까봐서...
바람직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을진데 꼭 어디고간에 몇몇 인성이 이기적인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중에도 그런 사람들은 꼭 있는 것 같다.
나는 소망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몰라도 세상살이에 현명하고 지혜로운 윗글에 등장하는
저런 할머니의 평범한 사람으로 살다가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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