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님과 함께 살기, 시부모님과 함께 살기

2011. 5. 20. 06:00★ 부부이야기

 

 

 

20대 시절 나의 첫  직장에서 같이 근무 했던 언니가 있다.

참 여성스럽고  조용한, 그야말로 참한 여자의 표본 같은 언니였다.

나보다 조금 늦게 1남3녀 집안의 홀어머니의  외아들과 결혼을 했었다.

결혼해서 몇개월만 분가해서 살다가 200미터 떨어져 살던 시어머님의 호출이

시도때도 없이 이어지자, 효자인 남편의 뜻에 따라 한 건물에 시누들 부부와, 시어머님이 모두 모여서 살았다.

이제 결혼 13년이 넘은 그 언니는 늘 애기 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자식의 보살핌이 필요 하지 않는 이상 죽어도, 절대로 시부모님과

한 집에서 함께 살지 말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를 한다.

몇 해전, 그 언니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도  그 언니가 그런 말을 했었다.

자기의 소원은 시댁 식구 빼고 남편과 두 아이들하고만 외식 한 번 해보는 거라고 했다.

어쩌다가 휴일날 나들이나 외식을 할 때도, 시누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빈번하게 시누들의 아이들을 돌 봐주는 것도 일상이며

그 어떤 자리에도 어머님의 동행은 필수라고 했었다.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는 자리에도 늘 그 언니가 먼저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몇 해전 그 날도 우리들과의 만남에서도 점심 상 차리라는 시어머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서둘러서 그 자리를 떴던 그 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은 13년을 함께 어머님이시니 안스러움과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지만,

지금도 그 언니의 소원은 시댁 식구 그 누구도 끼지 않는 네 식구만의 여행이 소원이라고 한다.

 

 

 

 

 

성격 좋고 애교 많고, 싹싹하고 능력도 있는 당당한 친구가  시어머님과 한 집에서 5년정도를 살다 헤어졌다.

그 친구는 윗 언니와는 다르게 어머님과의 관계에 마음을 열고 지내려 노력했고

딸 처럼 싹싹하게 그리고 어머님에게 할 말은 하면서 나름 세련된 며느리로 살았지만,

그 친구 또한 어머님과 감정의 골만 파인 채 3년전쯤에 따로 떨어져 지내고 있다.

늘 웃고 당당했던 그 친구는, 시어머님과 살면서 태어나서 그렇게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했던 적이 없었다면서, 두 번 다시는 어머님과 함께 살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내 눈에 비치는 그 어머님이라는 분은 참, 너그럽고 순하고 조용하신 분으로만 비쳐졌는데...

내가 아는 그 친구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성격 좋고 밝고 어른들에게도 싹싹하던 친구였다.

내가 알던 그 언니도 큰 며느리였으며, 내 친구도 큰 며느리였다.

 

 

 

 

 

69세이신 친정엄마가 한달 넘게 92세이신 외할머니과 함께 지내고 계신다.

외할머니를 모시던 큰 외삼촌 내외분이 숙모님의 병환으로 경기도 딸 집으로 올라와 계시기 때문이다.

큰 외삼촌도 이제 칠순이 훨씬 넘으신 노인이시며, 숙모님 또한 칠순이 가까우신 연세다.

둘째 외삼촌과 막내 외삼촌도 계시지만 어느 누구도 작은 숙모님들에게 외할머니과 함께

지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바라시겠지만~

이모님은 이모부님의 뇌암 판정으로 매일매일 오양병원도 다니시면서 일까지 하고 계신다.

엄마는 요즘 모내기 준비로 한창 바쁜 농번기를 보내고 계신다.

하지만 외할머님이 집에 계시기에 끼니때마다 밥상에 신경을 써야 하고

편찮으시다고  하면 오토바이에(울엄마 오토바리 타고 읍내까지 다니심)

할머님을 모시고 읍내까지 왕복하시르랴 다 늙어서 시집살이 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신다.

딸인 나, 항머님보다는 그런 엄마가 더 걱정된다.

한 치 건너 두 치라고 작년에도 두 번이나 허리 디스크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신 친정엄마 건강이 더 걱정된다.

거기다가 엄마는 지금의 아버지와 재혼을 하신거라서 내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시지만

아빠 보기도 편하지가 않으실거라는 짐작도 해 본다.

외할머니의 큰 딸인 내 엄마도 내년이면 칠순이시다.

이제까지 외할머님과 함께 사신 큰 숙모님도 몇 년후면 칠순이 되신다.

둘째 세째 숙모님들도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로 인해 모두가 다 맞벌이를 하고 계신다.

 

 

 

 

 

40년이 넘는 시간을 시어머님인 외할머니과 함께 사신 큰 숙모님의 힘겨움과

평생을 가게 일로 장사를 하셨던  큰 외삼촌 내외분을 대신해서 집안 살림과 손자손녀들을

키워주신 외할머님의 노고 또한 어디서 보상받으실 수 있는걸까?

엄마는 할머니랑 다투기는 날도 많으시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엄마도 나중에 더 나이 들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텐데 걱정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런 엄마의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해봤다.

친정엄마를 맏딸인 내가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동시에 큰 며느리인 내가 막내시누가

결혼을 해서 어머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동시에 생긴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