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닮은 부부, 참 안 닮은 부부

2011. 5. 31. 06:00★ 부부이야기

 

 

 

첫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시던 할아버지의 사랑을 남편은 기억하고 있다.

마당을 뛰어 다니다 다칠까 봐, 시골 마당에 박혀 있는 돌들을 하나하나 다 캐내시던 할아버지의 사랑을 남편은 알고 있다.

 

첫 손녀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할머니의 사랑을 받기만 했던 나의 어린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여고를 졸업 할 때까지 빨래 한 번 시키지 않으시려 하셨던 손녀의 대한  할머니의 사랑을 나는 알고 있다.

 

슬픈 영화나, 다른 사람의 어려운 이야기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감성적인 남편이기도 하다.

당차고 야무진 아이보다는, 조용하고 얌전하며 예의바른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가고 이뻐하는 남편이기도 하다.

 

사회면 뉴스나 감성적인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감정이입을 잘 하는 나는, 주인공이 되는 꿈을 자주 꾸기도 한다.

공부나 재능이 특출나서 틔는 아이보다는, 조용하고 의기소침해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그런 엄마이기도 하다.

 

집안의 맏이로써, 집안의 모든경조사는 챙기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실천을 하지만,

동생들이나 부모에게 실제적인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한, 나서서 한 마디 하는 행동은 절대로 못하는 장남이기도 하다.

 

맏이로서 해야 하는 일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챙겨야 한다는 맏이 컴플렉스를 갖고 있으되,

동생들이나 부모님에게 맏이로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 앞에 절대로 나서지  못하는 맏딸이기도 하다.

 

커피는 전혀 마시지 않고, 음식을 특별하게 가리는 것은 없는 소탈한 입맛을 가진 남편이고,

나 또한 커피 같은 거랑은 친하지 않치만, 입맛에서만는 별로 까칠하지 않는 아내이기도 하다.

 

불우한 사람을 보면 가여워서 동정을 하거나 ARS를 통해서나 성금 모금을 아주 가끔씩은 하지만,

직접 나서서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큰 돈을 어디에 기부를 할 정도의 아주 좋은 사람들은 아닌 평범한 부부로 살고 있다.

 

 

 

 

 

내 동생들이나 친정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며 내 일처럼 생각하는 나,

시누나 시동생 어머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본인이 직접 해결해줄 수 없는 일이라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남편이다.

 

부부가 함께 살면 모습도 조금씩 닮아간다는데 14년을 넘게 살았어도 남편과 나는, 보여지는 모습이 전혀 닮아 있지가 않다.

마른 체형의 첫 눈에도 좀 까칠해보이는 아내와, 표준의 신체사이즈를 가졌음에도 그런 마눌 때문에 뚱뚱하고 둥근 성격으로 보이는 남편이다.

 

운동하는 것은 싫어하되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려는  나,

1주일에 몇시간씩 운동은 하되, 가까운 거리도 꼭 차를 타고 가려는,  걷는 것은 참 싫어하는 남편이다.

 

키도 적당히 체중도 적당히 공부도 적당히 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엄마인 나,

키는 무조건 170은 넘어야 하고, 체중도 55키로는 넘으면 안되고, 공부는 아주 못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아빠인 남편이다.

 

술이라 하면 일단은 무조건 거부감부터 갖고 있는 나,

마누라랑 술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술을 분명히 선택할 것 같은 남편이다.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처럼 부실한 체력을 가졌지만, 두 아이 출산외에는 병원에 입원한 적은 한 번도 없는 나,

1년에 한 두번 말고 병원을 안 가는 사람이지만, 한 번 아프면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던 남편이다.

 

 

한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자야하고 에어컨 켜고는 잠들지 못하는 나,

여름이면 에어컨에 선풍기까지 켜야 잘 수 있고, 한 겨울을 제외하고는 선풍기가 늘 필요한 남편이다.

 

 

아직까지도 닮아 있는 부분보다는 닮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은 우리 부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동안 더 많은 노력을 하면서 서로에게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