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내가 작은아이에게 더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이유는?

2011. 6. 4. 08:20★ 부부이야기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라고 어젯밤부터 철저한(?) 준비를 하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봤다.

오늘 입고 갈 옷들도 머리맡에 개어놓고, 가방도 미리 챙겨놓고 어젯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엄마의 손길이 별로 필요치 않을만큼 늘 모든 준비에 철저한 작은아이다.

"우리 딸, 일어나야지.." 라는 말과 함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아침 6시 30분에 작은아이를 깨웠다.

엄마인 내가 깨울수 있는 기회도 평소에는 주지 않을 정도로 모든것에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한 작은아이로 자랐다.

아직도 나는, 아침에 눈을 뜨는 작은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저려옴을 느끼는 엄마일 때가 있다.

 

 

 

 

 

 3년전, 2008년 6월 4일은 수요일이었으며 나는 초번근무(새벽6시부터 낮2시까지 근무)였었다.

그 날도 내 서방님은 내가 출근하는 그 시각(새벽4시 50분)까지 귀가를 하지 않은 상태였고,

전 날밤, 중번근무(낮2시부터 밤10시까지)후에 퇴근한 나는 집안일을 대충 마치고 새벽1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여느날처럼 잠을 자야된다는 강박증을 갖고 억지스럽게 잠을 청해 두시간 정도 겨우 자고 일어났었다.

그렇게 새벽출근을 하는 날에는  11살된 내 큰 아이는 9살된 작은아이의 아침밥을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여서

엄마 아빠도 없이 동생의  손을 잡고 학교까지 등교를 하는 일과를 보내야만 했었다.

 

 

 

 

 

밤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을 하던 엄마와, 술자리 때문에 새벽 귀가를 하던 아빠와 살았던 내 딸들의 2년 7개월의 시간들.

특히 7살이던  작은아이는 내가 밤근무를 하던 날에는, 자다 깨서 엉엉 울면서 내 핸드폰에 음성을 자주 남겼다.

 

엄마, 제발 제발 회사 끊으라고~~ 자다가 깼는데 너무너무 무섭다고~ 아빠는 전화도 안 받고

언니는 잠이 들어서 내가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는다고~

엄마!!!  엄마!!! 제발 회사 끊어... 맨날 언니랑 둘만 자는 것, 너무 무섭다고.

밤근무만 안하면 안되냐고~~ 엄마, 엄마,, 나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애..

 

밤근무때마다 몰래 들고 입실한 핸드폰으로 작은아이의 음성메세지를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듣곤,

차량 통행료를 내는 운전자들에게 눈물 자국을 들키지 않게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을

외치며 조금은 더 과장해서 인사를 했던 내 초라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차량 통행이 없던 새벽시간에, 1평짜리 부스 안에 쭈그리고 앉아서 가슴 한켠을 쥐어 뜯으며,

7살된 내 작은 딸이 자다가 깨서, 두려움을 떨며 엄마, 엄마를 부르는 모습에 운 적이 몇 번이었는지..........

그런 날에도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가는 남편이 몹시도 미웠던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170이라는 키에 49키로의 체중을 갖고 입사한 톨게이트 근무가, 2년이 되어갈 쯤인 여름엔

170이라는 키에 43키로라는 엽기적인 체중을 갖게 해주면서 55사이즈 유니폼을 헐렁하게 만들어줬었다.

다이어트에 환장한 여인네도 나와 같은 사이즈는 죽어도 갖고 싶지 않을 만큼, 해골처럼 말랐던

그 시기의 나의 모습을 떠 올릴때 마다, 내 어린 두 딸들의 대한 미안함이 지금까지도 내 가슴을 저미게 할 때가 있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막판에는 밤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병원 응급실에 들러 링겔을 맞고 퇴근을 했었다.

40만원짜리 보약을 먹으면서 버티고, 낮근무 때마다 한의원에 들러서 침을 맞고 다니면서도 빚을 갚기 위해

내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한달에 기십만원씩 우리가 안고 있는 빚이 줄어드는 것만 생각하면서

생활하던 그 때에는, 내 아이들이 받을 상처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엄마였다.

 

 

그 때를 회상하며 올해 12살이 된 작은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인생12년동안,  엄마가 톨게이트 다니던 그 때가 가장 불행했다고~~

특히 밤에 언니랑만 단 둘이 잘 때마다 무서워서 자주 울었던 그 때 애길 자주 해서 엄마인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더 많이 안아주고, 아직도 애기처럼 뽀뽀해주고 토닥거려주게 되는 이유도 어쩌면 그 때에

두 아이들의 대한 내 미안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은아이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야무지고 딱 부러지는 성격임에도 겁이 무척이나 많은편이다.

아직도 가끔씩 자다 깨서 엄마를 찾으며, 내 품을 파고 들며, 엄마인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편히 잠을 청하는 경우가 있다.

아빠보다는 유난히 엄마에게 집착하는 작은아이의 모습은 그 때의 그 기억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작은아이는 내가 직장을 다니는 것을 반대한다.

직장을 다시 다니더라도 밤근무를 해야 하는 3교대일은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작은아이 때문이다.

내 딸 같지 않을만큼 야무지고 똑소리가 나는 구석이 있는  작은아이다.

선생님이고 주변 사람이고간에 작은 아이에 관해서는 칭찬들뿐이다.

학교 숙제나 과제물 그리고 공부하는 것에서도 전혀 내 잔소리가 필요가 없는 아이다.

그런 딸을 둔 것에 자랑스러우시겠다는 말을, 예전 다니던 학원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에게도 자주 들을 정도로

부실하고 게으른 엄마인 나와는 너무나 다른  야무진 딸로 존재해주고 있다.

그런 아이임에도 엄마인 내게는 늘 어리광이 심한 작은딸로 존재한다.

학교가 끝날 때마다 지금도 내개 전화를 해서 엄마 어디냐고 물으며, 내가 집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작은아이다.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집에 없으면 제일 화가 난다는 작은아이에게는 엄마의 모든 관심과 사랑을

늘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지금도 자주 보이고 있다.

오늘 새벽3시에 들어온 아빠에게는 거의 관심이 없는 작은아이는,

세상을 살면서 엄마만 있으면 무서울게 없다고 생각하는 내 딸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 작은 딸에 비해 큰 딸은, 얼굴도 보기 힘든 아빠임에도 한결 같이 아빠를 더 사랑하는 걸 보면서

참으로 같은 시간들을 보냈음에도 다른 모습으로 크고 있는 두 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