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뭐길래 내 아이를 울리는가?

2011. 7. 2. 06:00★ 아이들 이야기

 

 

 

어제 날짜로 중학생인 보미의 4일간의 기말고사 시험이 끝났다.

마지막 시험 전날 밤에는 벼락공부를 한다고 새벽1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지난 번 중간고사 결과가 심하게 좋치 않아서 그저 흘러가는 말처럼, 내가

"이번  기말고사에 어디 두고 보자!"  했더니, 그저 목표 없이 엄마의 잔소리를 덜 들을 요량으로 공부를 했다.

마지막 시험에서라도 좋은 점수를 받아보자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루전날 코피 터지게 공부를 했다.

결과가  중간고사 때보다는 높아졌다고 시험지를 보면서 헤죽거리는 보미를 보고

"우리 딸 수고했어!!!" 라는 약간의 과장이 섞인 웃음을 지어주면서도 속은 부글거리는 엄마가 된다.

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가 되어야지, 다른 사람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하며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매번 강조하는데도 아직은 보미는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공부를 하는 것 같다.

시험기간이라고 나름 공부를 한다고 신경을 썼는지 마른 가스네가 요새 더 얼굴이 홀쭉해졌다.

시험이 끝난 홀가분함을 만끽하겠다고, 며칠전에 챙기지 못한 친구의 생일 축하를 해주러 나갔다가 왔다.

그래도 나는 그런 보미의 모습이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여학생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험기간하고도 상관없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던 혜미도 어제 기말고사를 봤다.

엄마인 내가 쉬엄쉬엄 하라고 했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던 혜미였다.

과학과목을 제외하곤 다른 과목은 다 백점을 맞을 것 같다는 자신감에 들떠 있던 아이였다.

시간만 나면 혜미는 공부를 했으며 특히나 사회과목은 무척이나 좋아했으며 즐기면서 했었다.

저녁 시간에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나를 부둥켜 안고 갑자기 통곡을 했다.

"엄마, 나 정말로 이번 시험 잘 보고 싶었어, 정말로 잘 볼 자신도 있었어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고, 나 자신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

그런데 수학이 너무 어려웠어~~ 나, 정말로 열심히 했는데 수학문제를 어렵게 낸 선생님이 너무 미워!!"

라고 부르 짖는다.

혜미는 늘 내게 말했다. 자긴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한다고~~

그리고 자긴 좀 아이큐가 안 좋은 것 같으니까 남보다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고~

주체적이고 자기 주관이 확실한 12살 작은아이였다.

그런데 이번 시험을 망친 것 같다고 서럽게 서럽게  통곡을 했었다.

정말 열심히 했던 작은아이였기에 그 실망감이 더 큰 것 같다.

"우리 혜미 열심히 했으니 괜찮다고,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한게 더 중요한거라고~"

이라고 진심으로 말해줬지만 작은아이에게는 그것도 큰 위로로 되지 못한 듯 해서...

 

 

 

 

 

 

 

대체 시험이 뭐길래, 이제 12살밖에 안되는 내 아이의 마음을 이리 아프게 한단 말인가?

열심히 했는데(물론 공부하는 방법이 틀렸던 것이고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겠지만)-무식한 엄마탓이 크다

경쟁심이나 욕심이 자기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지만 나는

12살난  내 아이의 공부의 대한 집착이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른이 되서도 근면성실하게 일을 하는 사람은  꼭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나중에도 참 열심 살고 최선을 다하는데도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는 이 사회를

12살된 내 작은아이가 벌써 배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2살 내 작은 딸의 작은 절망에 엄마인 내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이런 자신의 대한 실망감 때문에 괜히 자신의 대한 자신감마저 잃게 될까봐  마음이 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