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배우기도 힘들고, 돈 벌기도 힘들다

2011. 8. 18. 06:00★ 부부이야기

 

 

 

이 번주 들어서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실수를 덜 하고, 수리를 하면서 소모되는 부품들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손놀림은 느리고, 여전히 교육생 중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나니  머리가 아픈 게 덜 한것 같았다.

그래도 이 일을 계속 내가 더 할 것인지는 시간을 갖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고개를 온 종일 숙이고 일을 하다보니 저녁이면 고개도 너무 아프고 온 몸이 쑤시고 뻐근함을 벌써 느낀다.

 

 

 

 

그제, 밤8시까지 야근 근무를 했었다.

2시간 동안 2대의 게임기의 수리를 마무리 했지만,  지난 주에 비하면 지대한 발전이었다.

저녁 대신 먹은 빵과 우유가 체해서, 수리를 하다가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가서 토악질를  했었다.

우산도 안 가져왔는데 비까지 내리고 있었고 차멀미를 한 것처럼 구토증세와 두통으로 거의 나는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런  그젯밤에 두 딸들이 우산을 들고 내가 근무하는 회사 근처까지 마중을 나왔다.

여자애들이고 밤이라서 오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엄마가 비 맞고 올 것이  걱정이 된 두 딸들은

 신열이 나고 쳇기로 인한 두통과 구토증세까지 있는 엄마를 마중 나와 주었다.

휘청거리며 걸어오면서 약국에 들렀지만 약국 문을 닫아서 약을 사지 못했다.

 

 

두 딸들과 함께 걸어오다가  우산을 받쳐 든채 토악질을 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아~~~~ 정말, 일 배우기도 힘들고, 돈 벌기도 힘들다~~ 라고 느꼈다.

12살난 작은 딸이 내 등을 계속 두드리면서 왕방울 만한 눈에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엄마, 많이 아파? 죽을 것 같애? 엄마,,, 그냥 회사 끊어....흑흑흑~~~"

"미안, 혜미야, 엄마 괜찮아..." 

엄마의 저질 체력 때문에 작은 아이는 토악질을 계속 해대는 엄마가 불쌍해서 계속 울었다.

그렇게 그제께 밤의 우리집 세 모녀들의 모습은 신파도 그런 신파가 없을 정도로 청승스러웠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두 딸들은 핏기 없고 휘청거리는 부실한 엄마가 편히 뉘일 수 있게

이부자리를 펴 주고, 화장을 지워주고 샤워하라고 하면서 내 도시락 까지 꺼내서 설거지를 해줬다.

내 딸들은 그렇게 너무나도 착한 딸들이었다.

조금 내가 힘들다고 한들, 이렇게 착하고 바른 내 두 딸들이 있는데

더 이상 뭘 더 바라겠는가? 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밤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부터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어제 아침, 죽을 끓여서 도시락으로 싸서 회사에 출근을 했다.

연차를 쓸까? 조퇴를 할까? 망설였지만 신입 주제에 좀 더 일을 익힐 때까지는 버텨야지 하는 마음으로

온 종일 근무를 하고 퇴근을 했다.

쉽게 포기하고,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은 웬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것 같아서

배우는 과정은 다 마치고 나서 어떤 결정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다.

 

주변 사람이 보기에도 매일 매일 쉬지 않고 일에 매달리는 내가 안스러웠는지 이런저런 애길 해준다.

너무 조바심을 갖지 말라고,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옆에서 보는 사람이 다 안스러울 지경이라고~~

어려운 일이 아니니 실수를 해도 너무 주눅 들지도 말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손에

익게 되니까, 너무 안달복달 하지도 말라고~~

이게 무슨 대학입시도 아닌데 나를 보면, 사법고시 준비하는 사람 마냥,

이 일을 못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너무나 진지하게 일을 한다고~~

쉬는 시간에 쉬기도 하면서 일을 하라고....................... 옆에서 보기에도 안스럽다고~~

 

일을 배우는데 있어서 나의 조바심과 까칠함과 예민함은 드러나 보였던 것 같다.

나로 인해 회사에 끼치는 손해라든가, 나를 가르치는 선배에게도 어떤 불이익을 끼칠게 될까봐서

전전긍긍해 하는 남들이 보기에도 불안해 보였던 것 같다.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느긋하게, 이 일이 맞지 않으면 그만 둘 수도 있다는 마음 가짐으로 임했다.

그랬더니 부담이 덜 가는 것 같다.

어딜 가도 이 성질머리는 드러내니, 정말로 고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