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만 보기만 해도 좋았던 사람이랑 만들어 본 깻잎 김치

2011. 8. 23. 06:00★ 요리, 블로그, 컴퓨터

 

 

 

 

주말이 되면 1주일동안 먹을 반찬들을 만들게 되었다.

도시락 반찬도 미리 좀 만들어 놔야 하고 아이들이 먹을 반찬들도 만들어야 하니

음식 하는데도 손이 느린 나는 서너시간은 후딱 지나가게 된다.

 

 

 

 

 

 

호두 멸치 볶음을 만들 때는,  내가 남편을 볶아댈 때처럼 나무 주걱으로 뒤적거리며 볶았다.

두부 조림을 만들때는,  술 취한 남편 비위를 비위를 맞춰 줄 때처럼, 양념들 비율을 맞추는데 노력을 했다.

어묵 볶음을 볶을 때는,  요즘 남편과 다툴 때처럼 후다닥 빨리 볶아서 얼른 마무리를 하려는 데 중점을 뒀다.

메추리알 장조림을 만들 때는, 남편에게 종요한 침묵으로시위하는 것처럼 은근한 불에서 오랜 시간 동안 졸였다.

김장 김치를 볶을 때는, 쉰 냄새가 나는 요즘 우리 부부의 관계에 윤기를 주기 위해 올리브유를 넣어서 볶아봤다.

오이 소박이를 담글 때는, 남편이 미울때도 당근 쥬스나 양파즙을 챙겨준 것처럼 몸에 좋은 부추들을 버무려서 만들었다.

돼지 제육 볶음을 만들 때는, 톡~ 쏘아대기도 하고, 어루기도 하면서 싸우는 것처럼 매운맛과 달짝찌근한 맛을 조정해서 양념을 했다.

도토리묵은, 감정이 북받쳐도 우리 사이가 완전히 꺠지지 않을 만큼만 화를 낸 것처럼, 묵을 살살 버무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나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았다는 예전의 내 남자랑,

150장이 정도 되는 깻잎 김치를 함께 만들어 봤다.

내가 좋아서, 너무나도 좋아서, 나 없으면 인생의 사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던

어느 덧 새치가 아닌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 내 남자랑 함께 깻잎 김치를 함께 만들어보는 기회를 만들어 봤다.

5분도 되지 않아서 허리가 아프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우리의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마흔 여섯살의 중년의 아저씨를 끝까지 내 옆에 앉혀서, 150장의 깻잎 김치를 완성 시키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어젯밤에도 나는 야근을 밤9시까지 하고 퇴근을 했다.

블로그 글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는 것 같다.

고개가 너무 아프고 매일 매일 새롭게 진도를 나가는 수리 일에 더디지만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새로운 일에 매달리는 만큼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소홀해지고 있음도 느끼고 있다.

요즘 들어서 드는 생각,

학창시절에 요즘,  내가 하는 노력만큼  공부를 했다면,  전교 1등은 한 번쯤은 해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지금 배우는 일의 대한 노력의 절반만 해도 잉꼬 부부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았던 사람이 왜? 언제부터 무덤덤해지고 별느낌이 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도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