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6. 11:02ㆍ★ 아이들 이야기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 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린다.
"엄마~~~" 하고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나는 얼른 달려가서 안아주고 뽀뽀를 해준다.
"에구, 우리 딸 왔어?" 라고 말해준다. 13살이지만 작은아이는 아직도 내겐 아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작은 딸에게만은 팔푼이 엄마가 되는 경우가 많다.
손을 씻은 작은 딸, 매고 있던 가방을 의자에 던져 놓고 책상 위를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나서
학교에서 있었던 친구들과의 애기들과 선생님 이야기들을 10분 넘게 떠들다가 갑자기 다른 애길 한다.
" 엄마, 좀전에 1층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누가 그 안에서 방구를 꿨나봐, 방구 냄새가 나는 것 있지..
그래서 숨 참고 탔는데, 좀 있다가 대학생오빠 두명이 타는거야...
근데 그오빠들이 나를 쳐다보면서 킥킥 대고 웃는거 있지...
내가 방구 뀐 것도 아닌데 그 오빠들이, 내가 꿨다고 생각했나봐, 그래서 내가 그랬어...
"제가 뀐 것 아니거든요..!!!"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애기 해줬어.."
" 뭐? 정말로 그런 말을 했어? 그 오빠들 처음 본 사람들 아니었어?"
"처음 본 오빠들이었어. 그래도 억울하잖아, 내가 방구 뀐것도 아닌데 나 보고 웃잖아. 기분 나쁘게..
내 방구 냄새는 그렇게 썪지도 않았는데.."
"ㅎㅎㅎㅎ, 혜미 너, 모르는 사람한테는 말 안하잖아. 근데 왜 그 오빠들 한테는 니가 방구 안 꿨다고 애길 했어?"
그리 물으니 울 작은 딸이 헤헤거리며 웃는다.
"실은 엄마, 그 대학생 오빠들이 무진장 잘 생겼거덩, 잘 생긴 오빠들이 내가 방구 뀠다고 오해 하는 것 싫었거든.."
" ㅎㅎㅎㅎㅎㅎㅎ, 혜미 너도 잘 생긴 남자가 좋냐?"
"당연한 것 아닌가, 남자들도 이쁜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 처럼 나도 잘 생긴 남자가 더 좋은 것 같어.."
13살 우리집 작은 딸이 했던 말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나무라기에는 무리다 싶어서 그냥 웃고 넘겼지만
내 눈에 아직 애기 같기만 한 작은 아이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그런
당돌한 말을 했다는 것이 걱정이 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경계심을
갖고 있는 작은아이였던지라 의외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작은아이에게 물어봤다.
혜미 넌, 어떤 남자애가 좋냐고....
13살 우리집 작은 딸이 말하는 이상형의 남자는
첫째가 재미 있고 유머감각이 있어서 나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아이가 좋다고 했고,
두 번째로는 공부를 잘 할 필요는 없지만 수업 시간에 발표를 잘 하고 씩씩한 남자아이여야 하고,
거기다가 잘 생기고, 옷차림이 깔끔한 남자애면 더 좋고,
마지막으로는 남자라고 센 척 폼 잡는 아이가 아닌, 조용하면서 카리스마가 있는 마음이 강한 남자애가 좋다고 했다.....
가장 유치해 보이는 남자애는, 지가 남자라고 엄청 폼 잡으면서 거칠게 행동하는 남자애가 젤로 우습게 보이고
여자애들을 힘으로 이겨먹으려는 남자애가 젤로 허접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요즘 여자아이인 작은 딸의 이상형의 남자의 모습이 너무 구체적이라서 엄마인 난, 조금은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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