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것을 어려워 하는 딸을 보면서....

2012. 4. 12. 09:49★ 아이들 이야기

 

 

 

 

중학교 2학년인 딸이 도덕숙제를  2시간  넘게 붙들고 있었다.

숙제 내용은, " 내 나이 마흔 살이 되었을 때 어느 날 일기 쓰기" 였다.

자신의 꿈과 관련해서 자신이 마흔 살이 되어 있는 어느 날의 일기를 써오라는 숙제였다.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인 내 속이 수 십번 터질만큼, 보미는 이 글쓰는 숙제를 어려워했으며

2시간을 넘기고 3시간 가까운 동안, 컴퓨터로 글을 쓰고 지우기를 수 십번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부드럽고 좋은 말로 애길 했었다.

보미야... 글쓰는 것을 어려워 하지 말고, 그냥 니가 그 나이쯤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생각해보고, 초등학교때 네가 작성하던 일기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써봐....

평범한 주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니 아이들을 학교를 보내고 너도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직장맘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집에서 네가 언젠가 말한 쇼핑몰을 운영하는

CEO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어서 네 일을 열심히 하는

멋진 커리우먼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을거 아냐...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지금 현재 니 생각대로만 쓰면 되는거야....너무 잘 쓰려고도 하지 말고....

세상에서 젤로 쉬운게 글쓰는 것일 수도 있어....글 쓰는 것은 절대로 어렵고 힘든일이 아니야..

엄마, 봐라,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닌데도 블로그에 글 쓰는 것은 몇 년동안 해오고 있잖아..

엄마가 글솜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엄마는 내 글이 누군가에게 평가된다는 생각은 안하고

글을 쓰고 편하게 쓰기 때문에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는거야...이번 보미 니 숙제를 통해

도덕선생님이 너의 글솜씨를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니까 편한 마음으로 써봐.....

가식이 아니라 초등학생 수준으로 써도 되니까 편하게 니가 쓰고 싶은대로 쓰면 되................

 

 

오메.... 근데도 책을 많이 읽지 않고, 글쓰는 것을 힘들고 어려워 하는 보미는 몇 시간동안

도덕 숙제, 그 한 가지를 가지고 낑낑대고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딸 혜미는 그래도 나름 책 읽기를 하고 있어서 독서록 쓰는 것을 어려워 하지 않는다.(물론 잘 쓰는 것은 아니고)

중학생인 보미는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즐기지 않았으며, 아무리 내가 책을 읽으라고 해도

학교에서 읽으라는 책만 숙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었던지라, 그만큼 글쓰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어려워 하고 있다.

3시간 가까운 시간을 애를 써서 작성한 보미의 도덕숙제는 단7줄에 불과 했으며,

그 날, 그런 15살 사춘기 소녀인 큰  딸 보미의 모습을 보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 딸 보미의 글쓰는 것을 엄마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범위안에라도 지도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학창시절, 나는 편독을 하긴 했지만 연애소설이든 뭐든 많은 책들을 읽었고

학교생활에서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던 나는, 타지역의 남학생들과의 펜팔만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했었다.

때때로 멋진 문구나 좋은 말들을 책을 보고 배껴서 편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스무살이 넘어서도 여고때 친구들 중 연락되는 모든 친구들에게 수시로 편지쓰기를 즐겨하던 처자였다.

그렇게 편지 쓰는 것에 어려워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전화통화로 수다 떠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편지를 써서 친구에게 부쳤다.

글을 쓴다는 생각도 안했고, 글로 수다를 떤다고 생각했으며, 내 글솜씨가 평가된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친구나 친지어르신분들께  수시로 편지를 써서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글쓰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 글엔 깊이가 없을 수도 있다.

허나 너무 깊이 생각하고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하면, 나는 아무런 글도 쓸 수 없을 것이다.

친구들은 지금도 누구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면, 못쓴다고 말한다.

뭐든 글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 하기도 한다.

그런 친구들은 나보다 책도 많이 읽었으며, 나보다 아는 것도 훨씬 많은 친구들인데도 그런다,

막상 그 친구들이 작성한 글을 봐도 형편없지도 않으며, 나보다 글도 훨씬 잘 쓴다.

그런데도 막상 글을 처음 쓰려고 할 때, 너무 어려워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가끔씩은 나도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정말  싫을 때가 있다.

삶에 내가 너무 지쳐 있을 때도 글쓰는 것이 너무너무 싫어지고,

또 다른 이유는, 내 진짜 생활하고 다른 글을 쓰려고, 거짓된, 적당히 포장된 모습으로

글을 쓰려고 할 때가 젤로 글을 쓰기 싫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때론 형편 없는 내 실체를 글로 표현하기도 해야 하는데, 그것은 하기 싫어서 쓰기가 싫어지기도 한다.

글에서 표현되는 것보다 내가 사는 모습이 훨씬 궁상스럽게 느껴질 때도 글을 쓰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나는 글쓰는 것은 멈추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는 가계부를 쓰지 않으면 손이 간질거리는 것처럼,

참으로 별 것 아닌 나의 소소한 생각들을 글로 정리 하는 것을 앞으로도 나는 멈추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나의 글쓰는 것은 너무나도 오래된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이유로든 멈추지는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