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들은 다 부모 탓이라는 진실을 외면하고 싶을때가 있다.

2012. 3. 14. 13:11★ 아이들 이야기

 

 

나의 끈기 없음과 천성적인 게으름,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  엄마 때문이라는 원망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걸 말로 내뱉은 적은  없었다.

기질적으로 나는 집안에 틀혀 박혀 있는 것을 가자 편안하게 생각했으며,

어린시절의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환경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나란 사람 자체가

밖으로 나다니거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인관계를 갖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떤 일을 해도 끈기 있게 하지 못하는 나약한 의지를 가진 것에도,

몸에 안 좋은 모든 음식들을 멀리 함에도 부실한 체력을 가진 것에도,

귀찮음증이 있어서 천성적인 게으름을 가진 것에도,

무슨 일을 배울 때도 남들보다 더디고, 늦게 숙달 되는 것에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 자체가 부족하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일뿐,

 그게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나 엄마 때문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내 두 동생들 또한 본인의 성격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그리 키운 엄마를 원망하거나

엄마 탓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되려 서른 중반에 세 딸과 이 세상에 남겨져서, 아들 선호 사상이 팽배해 있던 7,80년대를

우리들을 버리지 않고, 이만큼 반듯하고 건전하게 키워주신 엄마가 시간이 지날 수록

더더욱 존경스러울뿐이다.

 

 

 

 

 

내 두 딸들, 나 어릴 때랑 비교하면 풍족하지는 않을지언정 엄마 아빠의 사랑을 나름 받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인 내 입장에서는 종종 지난 날, 두 아이들 앞에서 나와 남편이 자주 싸운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고, 여느 부자 부모들처럼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학원을

보내주지 못한 것에도 미안한 마음도 있고, 특히나 보미의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 하는 것이

익숙한 모습을 볼 때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비해 일찍 철이 빨리 든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는 있다.

허나 그래도 나도 해 줄 수 있는 만큼은 두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를 쓰고 산 것 같은데

언젠가 한 번, 딸이 내게 "내가 이런 것은 다 엄마 탓이야. 엄마가 날 그렇게 키웠잖아..."

이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로 기가 막히기도 하고, 저게 진짜로 요즘 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가지지 못하고, 가질 수 없는 것, 누릴 수 없는 혜택에만

욕심을 부리는 것 같은 모습에, 아~~~ 내가 정말 내 딸을 저리 키웠나 싶을 때가 있었다.

 

 

 

 

 

어른인 나보다 더 속이 깊은 말을 해서 엄마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아빠의 대한 이해심도 나보다 더 깊은 내 큰 딸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 마음 속의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큰 딸이다.

두 살 터울 동생을 엄마처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나, 집안 일이나 음식 하는 것에도

엄마인 내가 할 줄 아는 것의 대부분은 할 줄 아는 큰 딸의 모습에 미안함과 안스러움을 느낀 적이 얼마나 많았는데..........

아주 가끔씩 그런 속 깊은 큰 딸에게 내가 잔소리(?)를 할 때,

보미가 자기 못나거나 안 좋은 부분은 다 엄마 탓이라는, 원망을 하면

엄마로서 참 할 말이 없어지고, 참 나,  어릴 때랑은 왜 이리도 다를까를 생각하게 된다.

 

 

 

 

 

나나 두 동생들은 지금도 울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결혼생활의 햇수가 더해 질수록 그런 마음은 더 갖게 된다.

울 엄마는 우리 세 자매에게 특별히 교육적인 말이나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신 적이 없으셨다.

그래도 우리 자매는 다 알았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으며 감사했었다.

바르게 살아라... 착하게 살아라.... 정직하고 남을 배려하고 나보다는 남의 입장을 더 생각하고,

내가 좀 손해 보고 살지언정 경우 없는 행동은 하지 말고 살아라.. 라는 교육적인 말씀을

하신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나와 두 동생들은 세상의 잣대로 봐도 정직하고 바르게 자랐고

현재도  경우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클 수 있었던게 우리 엄마 때문이었다.

의식적으로 우리를 그리 교육하지 않았어도 우리들은 그렇게 컸는데

요즘 내 아이들은 안 그런 것 같다.

 

 

 

 

요즘 문제있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들 한다.

전문가들과 모든 어른들은 그렇게 애기 한다.

그런 아이들은 전부가 부모들이 잘못 키워서 그런거라고~~~ 아이들의 문제는 모두가 부모 탓이라고~~~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가끔씩은 나는 그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우리들도 완벽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했지만 그걸 부모 탓으로 안 돌리고 살았는데,

요즘 세상은 왜 이리도 맨날  자식들 잘못된 것은 다 부모탓을 하는지 원~

참 부모 노릇 하기 티껍다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물론 알고 있다.

자식의 모든 모습은 다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걸 알고는 있다.

그래도 가끔씩은 비겁하다는 것은 알지만, 나름 부모로서 그냥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내 아이의 안 좋은 부분은 전부 부모 탓으로만 돌리는게 참으로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있는 엄마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점점 나는 좋은 부모 노릇 하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