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부모 노릇 하기도 힘들고, 자식 바르게 키우기도 어렵다.

2012. 4. 19. 06:00★ 아이들 이야기

 

 

 

 

시험성적표를 고치거나, 참고서 산다고 거짓말을 해서 부모님에게 돈을 타내서

군것질을 해 본 적도 없었고, 시험을 보면서 컨닝이라는 것을 해볼 생각은 꿈에서조차 안해봤고,

담배나 술 같은 것에 호기심 따위도 전혀 없어서, 부모님 모르게 그런 걸 해보려는 시도도 해 본적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재미 없고 틀에 박힌 모범생으로만로만 학교생활을 했었다.

이런 내 모습은 집에서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집에서랑, 학교에서의 내 모습은 똑같았다.

친정엄마는 내가 학교 다닐 때에 그랬기에 지금도, 큰 딸인 나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라고 깊이 깊이 신뢰하고 계신다.

나와 두 여동생들은 모두가 두 살 터울이 진다.

높임말은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아무리 치고 받고 싸웠어도

동생이 언니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 제치는 경박한(?) 짓꺼리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여느 자매들처럼 다투던 자매였지만 야,.. 김보형......이라고  동생이 내 이름 세 글자를

부른다는 것은, 우리 세 자매 사이에서는 절대로 존재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서 감히, 동생이 언니의 이름을 부르는 막되 먹은 짓꺼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고 자랐다.

하지만 그런 나도, 학생으로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타지역에 사는 남학생과의 펜팔은 한 적이 있으며,

음탕하고 음흉한 연애소설도 두루두루 설렵하던 여학생이기도 했으니, 학업성적외에도 완벽한 모범생은 아니었던 것이다.

 

 

 

 

 

 

남편도 학창시절을 평범하게 보냈으며,

담배도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펴봤다고 하니, 노는 학생이라고는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술은 군대 가서 배웟다고 하니 남편도 그저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남학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학생이던 남편도, 자기 엄마 모르게 패싸움도 했었고,

술, 담배 하는 친구들이랑 몰려 다니는 짓도 했었다고 했다.

엄마한테 참고서나 문제집 산다고 하곤 돈을 타서 오락실을 가거나 군거짓 하는 행동은 했었다고 한다.

다만 옛날시대엔 학교에 발각만 되지 않으면, 패싸움을 하고도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 갈 일은 없어서

나의 시어머님이 되시는 분은 그래서 본인 큰 아들은 학교 다닐 때 너무 착하고 순한 학생이었다고 믿고 계신다.

집에서랑 학교에서랑 많이 차이가 있었던 아들이었다는 걸, 내 어머님은 꿈에도 모르고 계신다.

남편의 모든 비리들은 엄마인 내 시어머님보다 아내인 내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세상의 시어머니라는 타이틀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제발 착각 하지 않으셧으면 한다.

세상에서 본인이 자기 아들을 제일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 하고들 계시지만

진짜로 그건 아닌 것 같다......

성깔이 보통이 아니고, 동네 머스마들을 쥐어 패고 댕겼다는 큰 시누, 겁 많은 남동생(내겐 시동생)이

동네애들에게 맞고 들어오면 쫓아가서 디지게 패줬다고 했다.

조용필을 좋아해서 조용필 집까지 쫓아간 적도 있었다는 활달한 큰 시누였음에도

학교 다니면서 엄마를 학교에 불려 가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 보통 성격은 넘은 시누였음에도 오빠인 내 남편에게 반말을 한다거나 오빠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우리들의 학창시절의 비해 요즘 아이들은 참으로 많이 다른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게 거짓말을 해서 남을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두 딸의 엄마로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엄마인 나를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가장 치를 떨어하면서 싫어하고 있다.

지금 중2인 딸에게 작년에  이미  콘돔을 보여줬었다. 학교에서도 성교육을 했다고 해서 엄마인 나도 다시 한 번 알려줬다.

술, 담배의 대해서, 학교 다닐 때엔  무조건 하지 마..... 니네한테 안 좋아... 뇌세포가 죽어서 머리가 나빠져...라는 말도 해주긴 했다.

너무 쉽게 접하는 중학생의 자살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친구들 애기를 하는 두 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귀기울여 들으려는 노력을 많이한다.

물론 내 딸들은 착하고 안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한 켠으로 늘 마음을 놓치 못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런 일을 당하는 엄마들도 모두 다, 자기 아이가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으니까....

 

 

언젠가 (2년전즘에)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딸에게 한 적이 있었다.

" 엄마도 학교 다닐 때, 왕따라면 왕따였을 수도 있는데 외톨이인게 엄만 참 편하고 좋던데

보미야 니네들은 왕따가 되서 혼자 되는 게 그렇게 싫고 힘드니?"

실제로 나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게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었고,

나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여학생이었으니까 

보미가 대답 했다.

"엄마, 엄마 시대 때, 왕따랑 요즘 애들 왕따랑 똑같다고 생각해?"

요즘 왕따가 되는 것은 시험에서 전 과목 0점 맞은 것보다 더 싫고 죽고 싶은 일이야. 엄만, 그것도 몰라?"

보미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내게 해 준 말이었다.

평범한 학생으로만 학창시절을 보낸 나, 솔직히 2년전까지만 해도 요즘 아이의 모습을

두 딸들에게 언뜻언뜻 발견할 때마다 놀라고, 어떻게 내 딸들이..?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두 딸들이 다투다가 갑자기 작은 아이가, 지 언니보고(큰 딸) "야. 김보미! 키만 크면 다냐? 나대지마!!!"

라고 말하는 모습을 봤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어디 동생이, 감히 언니를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까불지 말라는 식으로 말을 할 수 있나.. 그것도 내 어린 작은 딸이.....

그랬다. 그런 일은 내 아이들에겐 있을 수 없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개 때문이었다.

작은아이보고 혜미, 지금 너 언니보고 뭐라고 했어? 어디서 감히 언니보고.....

주구장창 일장연설을 하는 엄마가 되었다.휴우~~

이모들이 단 한 번이라도, 엄마보고 엄마 이름 부른 적 있던?" 라는 말로 시작해서....

눈만 꿈벅 꿈벅하며, 멍 하니, 흥분을 하며 화를 주체 못하고 있는 엄마를 바라던 작은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늘 걱정이 먼저 앞서가는 엄마, 작은 일도 너무 크게 확대해석해서 걱정만 늘어지게 하는 엄마,

모든 것들을 엄마가 정해진 틀에 두 딸들을 꽉 맞춰서 키우려고만 했었던 엄마였다.

나는 그런 엄마였다.

 

 

남편은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엄마가 그러면 그럴 수록 아이들은 부모 앞에서랑 밖에서의 모습을

위장하는 위장술만 늘어갈 거라고, 학교 다닐 때는 이것저것도 해보고, 때론 나쁜 행동도 해보고

스스로 깨닫는게 좋은 거라고, 너무나 예민하게,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나를 진정시켜주는 역할을 해줬다.

그런 부분이 내가 남편을 나 보다 더 좋은 아빠라고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럴 것이다.

남자인 남편도 크면서 성교육을 아버지에게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하면서

그렇다고 본인이 부모님 모르게 포르노 비디오는 안 본 것도 아니고,

부모님 눈 속이고, 하지 말라는 행동도 어려가지 해 봤다고, 다만 그 사실을 부모님이 모르고 계시는 것뿐이라고~~

작은 잘못을 했을 때, 부모님에게 들켜서 혼나고 나면, 그걸 반성하기 보다는,

더 철저하게 부모님을 속이는 머리만 더 굴리게 되는 게, 사춘기 때의 아이라고 말해준 남편이었다.

나는, 어려서 자라면서 단 한 번도 엄마나 할머니를 속이고 뭔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른들이 하면 안된다는 짓은 해 본적이 없었고, 그런 것에 전혀 호기심 따위도 없던 여학생이었기 때문에,

남편의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처음엔 받아 들이기가 힘이 들었다.

남편이 없었다면, 남편이 그런 아빠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그런 숨막힌 엄마로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보미가 내게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엄마, 내가 전철 선로에 뛰어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철이 오고 있는 걸 보고도 뛰어들 수 있는 딸이길 바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내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나서, 경찰이 올 때까지 위험 할 수도 있는

그 괴로힘을 당하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딸 이길 바래?

그래서 그 일로 내가 학교에서 괴로힘을 당하는 아이가 된다면, 엄마는 어떨 것 같애?"

이건 보미의 학교 숙제기도 했다.

15살 보미가 그랬다.

주변에 그런 애길 들을 때마다 생각하게 된단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선생님들이랑 부모님들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