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열등생이 사회에서 우등생이 되는 경우도 있다

2012. 5. 2. 09:43★ 아이들 이야기

 

 

 

 

고3시절 시험기간에도 잠 잘 것 다 자고, 밖에 나가서 농구를 하거나

좋아하는 그림을 가끔 그리면서 지내던 남학생이었다.

모든 생활에 있어서 부모 눈에는 한심하고 철이 없는 아들의 모습으로만 비쳐줬었다.

그랬기 때문에, 학업성적은 하위권에만 맴돌았고, 그런 아들에게 이미 마음을 비운 엄마는

대학 시험 이후, 반 포기 상태에서 세 군데의 전문대학에  원서를 제출하고도 기대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것은 좋아 했기에 , 어차피 떨어질 것 아이가 원하는 과인 디자인과를 지망했는데,

모든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합격을 해서, 대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고3 담임선생님조차 축하한다고 하시면서도  놀라워 하는, 어찌 보면 억세게 운이 좋아 대학합격을 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전문대학에 입학한 그 남학생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남편이 소개해줬다.

남편의 거래처이기도 한 대형호프집에서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였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동안만 하는 알바자리이고, 밤8시부터 새벽4시까지 하는 일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부터, 180에 가까운 키에 90키로가 넘는 체중이던 민수(가명)는

다이어트를 해서 현재는 76키로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알바일은 무척이나 즐거워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지지난 주에, 만난, 민수(가명)는,

쉬임없이 새로운 아르바이트 경험들을 애기 하면서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기특했다. 그리고 이뻤다. 분명히 힘들 것이다. 새벽까지 일을 하고 새벽5시에 집에 들어가야 하는 일과가....

힘들다고도 했다. 하지만 많이 힘들긴 하지만 학교 생활보다 백 배는 즐겁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절대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게 즐겁고 설렌다고 했다.

남편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도 긍정적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실수도 많았고 어리버리한 면도 있었지만

손이 빠르고 센스가 있어서, 잔꾀를 부리지 않고 늘 밝고 씩씩하고 잘 웃어서

이쁘다는  가게 사장님의 칭찬이 이어졌다고 했다.

영업을 오래 한, 남편이 봐도, 민수(가명)는 사회생활은 정말로 잘 할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늘 말한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학교성적보다  성격과 정직함이라고 했다.

특히 대인관계..... 그런면에서 민수(가명)는 성격이 참 좋은 아이다.

학교를 다닐때는  공부 하기 싫어하고, 공부엔 전혀 흥미가 없어서 엄마의 애간장을 녹이고,

남자애 답지 마음이 많이 여리고, 큰 덩치를 갖고도 또래에게 맞고 와서

야물딱지고 똑소리 나는 지 엄마를 열받게 해서 학교까지 쫓아가게도 한 아이였지만,

다른집 엄마였던 내가 바라보는 민수(가명)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착한 남자아이 였다.

 

 

 

 

현재 고등학생인 민수(가명)의 남동생은 공부를 참 잘 한다.

글도 아주 잘  쓴다. 고집도 있고 자기 주관도 확실하며 미래의 자신의 꿈도 확실하다.

학생이지만 진지하고 쉽게 말 걸 수 있는 아이가 아닌 사춘기의 회오리 속에 있는 고1의 남학생이다.

얼굴도 요즘 트렌드인 꽃미남 스타일이며, 키도 형보다 더 크다.

어영부영 친구들과 어울려 방황하는 일 따위는 이 아이에겐 있을 수 없는, 강하고 고집스러움도 갖고 있는 아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동생은 분명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고 원하는 꿈도 이룰 가능성도 크다. (의사)

그런데도 나는, 이런 야무지고 똑소리 나는 작은 아이보다, 밝고 모진 구석이 없는 큰 아이에게 더 정이 간다.

 

 

이번에 대학생이 새로운 알바를 시작한 그 남자아이가 자라온 모습을 16년동안 지켜봐온 나,

그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어려서부터 늘 눈에 보였다.

그건 내 아이가 아니라서 가질 수 있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철없고 아직도 초등학생이랑 게임기를 가지고 실갱이를 할 정도로 어리숙한 면도 있었지만

내 두 딸들도,  엄청나게 공부를 잘 하는 그 집의 작은아이들보다  철이 없어보이는 큰 오빠를 더 좋아했었다.

아장 아장 걸어다니면서, 내 치맛자락을 붙잡고, "외숙모, 외숙모!!!!" 라고 하던

아이가,  이 번에 전문대에 합격한  큰 시누의 큰 아들이다.

 

요즘 중간고사기간이라고 밤12시까지 벼락공부를 하는 큰 딸을 보면서 생각한다(작은아이는 지난주에 중간고사를 봤다)

내 두 딸들도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아이로 성장하기 보다는 낙척적이고 밝고 명랑한,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만 자라 준다면, 학업성적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서운해 하지 않는 엄마가 되자~~~~~

라고 결심은 열심히 해 봤다. 그게 맘 먹은대로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