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8. 07:47ㆍ★ 아이들 이야기
5월 초순에 3일동안 큰 아이의 중간고사 시험이 있었다.
성적은 작년 기말고사보다는 높게 나왔다. 무엇보다도 수학성적에 진취적인 발전이 있었다.
그래도 "성적우수" 범위엔 들어가지는 못했다.
노력을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큰 아이지만, 여전히 공부엔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 아이다.
조금은 강압적으로라도 공부를 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그러기엔 내가 마음이 강하질 못하다.
큰 아이가 말했다.
친구중에 공부를 잘 하는,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번 시험에서 전과목(8과목)에서 3개를 틀렸는데 교실에서 울었다고 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3개나 틀려서 속상해서가 아니라, 엄마에게 들은 꾸지람 때문에 울었다고 한다.
친구 엄마가, 친구보고 멍청한 기집애라고, 3개나 틀렸다고, 나가 죽으라고 했단다.
너 한테 쳐들인 돈이 한 달이면 얼만줄 아냐면서 사람 취급도 안해준다고....
그 말을 하는 큰 아이가, 그 친구가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
그 친구는 공부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본인의 꿈 때문에 하는게 아니라
엄마의 강압 때문에, 엄마의 체면때문에 하는 것 같다고, 그런 아이에 비하면
본인은 참 행복한 아이이고, 잔소리쟁이인 엄마인 내가 새삼 좋은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마 그 아이 엄마도 그런 표현이 진심은 아니어겠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그 여자아이는 그런
엄마때문에 힘들 것이고, 자신이 주체가 되서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강요에 의한 공부를 하는거라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그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기도 힘들뿐더러,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희를 돌보면서 12살난, 언니인 영은이도 2주째 지켜볼 수 있었다.
12살 여자아이다. 초등학교에서 영재반에 등록이 되어 있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책을 펴고 공부를 한다. 컴퓨터로 영어학원 숙제를 하고 반복적으로 듣기도 한다.
말이 없는 영은이는 매일 반복적으로 영어 수학 그리고 한자 공부를 한다.
그 누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엄마 아빠가 공부에 열을 올리는 부모도 아닌데도 매일 그렇게 스스로 공부를 한다.
내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영은아, 넌 공부하는게 재미있니?
말이 별로 없는 (지희랑은 참 다르다) 영은이가 대답했다. 공부 하는게 재미 있다고 했다.
하나하나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게 재미 있다고.....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데 한자공부도 3급 시험을 준비 중이다. 4급 시험가지 통과했다고 한다.
난 7급 한자도 헷갈릴때도 있는데.... 벌써 3급 시험 준비중이라니....
영은이를 보면, 저런 아이가 공부를 즐기는 아이구나.. 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저런 아이가 나중에 과학자나 수학자 혹은 교수가 되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겐 그런 아이가 신기했다. 특별히 영은이의 공부에 어떤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엄마 아빠였다는데...
공부를 엄마 때문에 할 수 없이 하는 큰 아이의 친구와
공부가 좋아서 하는 12살난 영은이를 보면서
두 아이의 미래는 어떤식으로 달라져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면서 혼자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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