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5. 06:00ㆍ★ 아이들 이야기
엊그제 저녁밥상을 차리는데 15살된 큰 딸이 내게 물었다.
"엄마는 왜? 다른 집 엄마들 처럼 남자친구 절대로 사귀지 말라고 안해?"
내가 대답 했다.
"엄마가 남자친구 절대로 사귀지 말라고 하면, 보미 너,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정말 남자친구 한 번도 안 사귈수 있을 것 같애?"
" 그래도 다른집 엄마들은 남자친구 사귀는 걸 알면 욕하고 난리도 아니래.
내 친구 **도 공부도 엄청 잘 하고 모범생인데 얼마전에 남자친구 사귄걸
엄마가 알게 되가지고 난리도 아니었대, 미친년이라고 하고, 당장에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대...엄마는 내가 남자 친구 사귀고 싶으면 사귀라고 했잖아.
엄마는 정말로 내가 남자 친구 생겼다고 하면 야단 안 칠거야?"
"당연하지. 왜냐하면 엄마가 너보고 남자친구 절대로 사귀지 말라고 하면
엄마를 속이고, 엄마 모르게 사귈거잖아.... 니 그 친구처럼 말이지..."
" 그럼 엄마의 솔직한 마음은 어떤건데..? 내가 남자 친구 사귀는 것 정말로 괜찮아...?"
"솔직히 말하면 절대로 괜찮치는 않을거야. 하지만 엄마 몰래, 엄마를 속이면서
니가 남자 친구 사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애기야...
보미 넌 남자친구 생기면 엄마한테 숨길거야? 솔직하게 말해줄거야?"
"음.... 난, 남자 친구 생기면 엄마한테 말은 하겠지만, 사귀자 마자 말은 안할 거고
며칠 지나고 나서 말할 것 같아.......근데 엄마, 내가 못생겼나봐...
나만 남자친구가 없어. 내가 너무 키가 커서 남자애들이 날 싫어하는 걸까?
아님 내가 못생겨서 남자애들이 싫어하는 걸까? 나만 남자 친구 없으니까 요즘엔 내가 좀 불쌍해보여!!"
"우리 딸은 얼마나 이쁜데... 보미야, 키 큰 것, 절대로 단점 아니야.. 그런 쓰잘데기 없는 걱정은 안해도 되.
보미 니가 너무 이뻐서 남자애들이 함부로 접근을 못하는 거야. 엄마도 그랬거덩...ㅋㅋㅋ"
엄마가 과거에 이뻤다는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 큰 딸이 내 말에 크게 웃는다.
나는 15살짜리 큰 딸이랑 수다를 자주 떤다.
그런 내 딸 보미가 참 좋다.
사춘기를 이미 13살 초등학교 6학년때 큰 홍역(왕따)을 겪어서인지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
엄마인 나와 많이 가까워졌고, 엄마인 나를 참 많이 위해주고 이해해주며 부드럽게 사춘기를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물론 나, 모르게 교복 치마 주름을 없애는 수선을 했다가 들킨 적이 한 번 있었고,
머리빗으로 수업시간에 머리를 빗다가 선생님에게 뺏긴 적도 있었고,
채스틱(입술튼데 바르는 색깔이 쪼끔 있는)도 선생님에게 뺏긴 적도 한 번 있었고,
칼라렌즈를 착용해보고 싶다는 말에 나와의 작은 실갱이를 작년에 한 적도 있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때문에 몇 번 나와 의견이 어긋나기도 했지만, 우리 모녀는
그래도 나름 사춘기를 부드럽게 잘 넘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74에 43키로(그 사이 2키로 늘었다) 라는 긴 기럭지와 심하게 마른 몸 때문에,
보미 나름대로는 혹시라도 자기가 키가 계속 크는 병에 걸리진 않았나?
라는 걱정을 했던 딸이, 서너달 전에 시작한 초경으로 이제는 성장이 멈췄을거라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주변에서 키가 크고 마른 체형 때문에 쥬니어 모델 권유를 셀 수 없이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의 시선에서만 받은 권유 였고, 엄마인 나는 절대로 내 딸이
외모를 재산으로 자신의 장래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극구 싫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는 나나 보미 모두 한 번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다.
<보미가 5살즘에>
공부를 최상위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위권도 아닌 15살난 보미가
지금 이대로에서 조금만 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여학생으로
성장해주길 바라지만, 천성적인 기질은 나를 봐도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거라서
억지스럽게 고집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게 보미 같은 딸이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점점 많이 하고 있는 요즘이다.
** 이 번글은 지난 달 초에 작성한 글을 작성한 글인데 오늘 예약설정이 되어 있어 올라가서 방금 수정을 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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