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9. 16:31ㆍ★ 아이들 이야기
<2년전 큰 아이 초등학교6학년때 운동회때>
어려서부터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동네 꼬마들이 어쩌다가 우리집에 놀러오면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문고리를 걸어 잠구고, 그 꼬마들이 혹여라도 나를 귀찮게할까봐 전전긍긍하던 여학생이었다.
동물도 사랑 하지 않아서 집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학교 다녀온 나를 반기며 꼬랑지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가워해도
한 번도 쓰다듬어 준 적이 없는 여자아이였다.
그런 내가 두 딸의 엄마가 되어서 좌충우돌 하면서 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엄마로서 자질도 부족할 뿐더러, 많이 노력은 하지만 아직도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내 딸들을 키우면서 나는 많이 변했다. 그리고 약간의 발전도 있었다.
아주 잘 키운 딸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씩은 내 아이 같지 않게 버릇 없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딸들이랑 함께 노력하며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면서 살고 있다.
이번 주부터 새로운 알바를 시작했다.
정오12시 30분부터 저녁7시까지 하는 일이다.
집에서 세 정거장 되는 거리에 있는, 한 가정의 8살난 여자아이를 돌보는 일이다.
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아이 손을 잡고, 남의집에 현관의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간다.
영어학원을 갈 때까지 2시간정도 아이와 놀아주다가(적당한 표현이 생각안나서)
학원가는 시간에 맞춰 학원 차량을 태워 보내고, 나는 2시간정도 내 시간을 가지면 된다.
그리곤 오후 4시 35분이 되면 학원차에서 내리는 아이 손을 잡고 다시 그 아이 집으로 들어간다.
간식을 챙겨주고 알림장을 봐주고, 동화책 정도를 읽어주다가
놀아주면서 아이 엄마의 퇴근시간인 저녁7시까지 봐주는 일이다.
아이의 엄마는, 내 동생의 손위시누이다.
동생 시누의 부부가 공무원이라 그 동안 친정엄마(동생의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
지난 주에 무릎수술을 받으셔서 최소한 한 두달 정도는 아이 돌봐주는 일은 못하게 되셨다.
사돈지간이라는 불편한 관계를 감안해서 처음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인다는 것을 불편해하는 아이 엄마의 뜻과 아울러
이런저런 이유로 한 달 정도만 내가 아이를 돌봐주는 일을 하기로 했다.
주로 8살인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애만 봐주면 되는 일이고
큰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라 중간에 간식만 챙겨주면 되는 일이다. 여자아이들이라서 내겐 더 편한 것 같다.
<사진은 큰 아이의2년전의 요리하는 모습>
8살난 지희는 정말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했음에도 아이가 얼마나 정겹고 사랑스러운지...
내 두 딸들을 키울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동화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집안 곳곳에 동화책들이 많이 꽃혀 있다. 그 책들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말을 그리 예쁘게 하고 잘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5학년인 영은이는 학교에서 영재반에 다니는 여자아이다.
말이 없고 조용하고 늘 책을 가까이 하는 아이이고, 하루가 바쁜 아이인 듯 싶다.
부모가 시킨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공부하는 것을무진장 좋아하는 아이인 듯 싶다.
3일동안 이 일을 하면서, 8살난 지희때문에 참 자주 웃으면서 지내고 있으며, 그래서 하루가 참 짧게 느껴진다.
지희랑, 그림도 그리고, 하루에 매번 다른 요리를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도 해보고 있다.
오늘은 오이무침이랑 핫케익을 함께 만들어 봤다.
동화책도 우리집에 있는 것 중의 한 권씩을 가져가서 지희에게 읽어줬다.
내 딸들을 키우면서는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나는 지희랑 하면서 지내고 있다.
뿌듯하고 그냥 참 이쁜 아이라는 생각만 든다.
어떻게 이리 이쁘게 딸을 키울 수 있었는지, 동생의 시누인 지희의 엄마가 대단하게 보인다.
애정표현도 참 잘 하는 지희이다.
나를 외숙모라고도 부르고, 때론 이모라고도 부른다.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도 많이 한다.
내 딸들이 그 나이때 그런 질문들을 하면 귀찮아 하던 내가,
지금은 지희의 모든 질문들의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는 보모로 변했다.
불현 듯, 이 일이 내 적성이 참 맞는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해보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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