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3. 06:00ㆍ★ 아이들 이야기
학년에서 키가 작은 걸로 따지면,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 가는 작은아이다.
매일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스로 공부를 하는 작은아이다.
쌍까풀진 눈이 지 아빠를 닮아서 나름 귀엽고 예쁜 얼굴을 가진 작은아이다.
귀신은 무서워 하면서도 키 작다고 놀리는 남자애들을 코웃음으로 무시 할 줄도 아는 작은아이다.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는 지 언니에게 잔소리를 엄청 해대는 당찬 구석이 많은 작은아이다.
밖에서는 포스 있고, 카리스마 넘치게 행동하는 여자애면서 엄마에게는 아직도 유딩(유치원생)이고 싶다는 작은아이다.
반면, 반장이나 회장으로 친구의 추천을 받아도 곧바로 기권을 선포해버리는 소심함도 갖고 있는 작은아이다.
공부를 못하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친구를 무시하는, 잘난척을 해대는 친구가 젤로 싫다고 말하는 작은아이다.
신경질적이고 짜증내는 모습을 가족들에게만 보여주는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는 작은아이다.
친구들의 좋아한다는 고백의 편지를 참으로 자주 받기도 하는 작은아이다.
남자애는 똑똑하고 공부 잘 하는 아이보다는, 귀엽고 착하고 얌전한 남자애가 더 좋다는 작은아이다.
지 언니보다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같은 이야기를 해도 재미 있게 하는 재능(?)을 아주 쪼끔 갖고 있는 작은아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세상에서 젤로 좋아하는 사람이 엄마라고 하지만, 그 진정성이 점점 의심스러워지는 작은아이이기도 하다.
이런 작은아이가 집에 없는 날이면 우리집은 절간처럼 조용하고 평화스럽기도 하다.(지난 달 2박3일동안 수학여행 갔을 때)
이런 성격을 가진 작은아이가 며칠 전에도 사탕과 초코렛을 받아왔었다. 편지들도 함께...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고 남은 것만 가져왔다고 했다.
집에 돌아오면 언니와 엄마에게 쉴새 없이, 학교에서의 이야기들을 떠들어 대는 수다쟁이가 된다.
그 날은 **이라는 친구집에 놀러를 갔는데, 그 전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그 날 따라 친구 **가
60평대에 가까운 넓은 아파트인 자기집이 좁아서 답답하다는 말을 해서, 나의 작은 아이를 열받게 했다고 한다.
그런 넓은 집에 살면서도 좁다고 투정하는 그 친구가 재수가 없어서, 잘난척 하는 것으로 보여서 꼴뵈기 싫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 마디 해줬다고 한다.
"니네집이 좁아서 답답하면 우리집은 성냥곽이냐?" 그 친구도 우리집에 놀러 온 적이 여러번 있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15살난 내 큰 딸도 함께 흥분을 하면서 동생 친구의 대한 흉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 애들이 젤로 재수 없다고, 앞으로는 그런 말 또 하면,
"니네, 부자니까 니네 엄마한테 말해서 100평으로 이사가자고 해라~~~" 라고 말해버리라고 충고(?)를 해주기도 했다.
아니면,
"하긴, 우리 시골할머니 집도 200평인데도 가끔씩은 좁게 느껴지더라~~" 라고 말을 해주라고도 시켰다.
그리고 시골할머니집이 아파트인지 그냥 시골집인지는 애기 하지 말라고~
지 동생을 코치하면서 그런 얄밉고, 지네집 부자라고, 자기집이 넓다고 은근히 자랑질 하는
애들은 정말로 재수 없다고 함께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 그 아이의 험담을 마구 해댔다.
지깐게 공부도 나보다 못한 주제에.... 부자라고 비싼 학원 서너군데나 다니면 뭘해?
공부도 나보다 못하고, 친구도 나 보다 적은 주제에.. 흥.... 마구마구 두 자매가
작은아이의 친구 한 명을 뒷담화를 몇 분동안이나 했다.
작은 아이는 지난 주에 중간고사가 끝났다.
큰 아이는 이번 주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시험을 본다.
작은 아이는 요즘 운동회 준비때문에 피곤해 한다.
논두렁 밟기에서 키가 작고 말랐다는 이유로 엎드려 있는 아이들 등을
밟고 지나가는 역할을 맡아서 애들에게 괜히 미안하다고 한다.
운동회때 엄마도 꼭 오고, 그 날 시험이 끝나는 언니에게도 와달라고도 했다.
키가 큰 언니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나도 내 언니처럼 키 클거라는 것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중학교 2학년인 큰 아이는 전교에서 3번째로 키가 크다고 한다.
174라는 키를 가진 15살난 큰 딸의 비해, 작은아이는 현저하게 키가 작아서
아직도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자기 의사 표현은 확실히 할 줄 알고 친구도 많은 아이다.
하지만 아직도 버스를 혼자서 타고 어딜 가 본적이 없고, 뭐든 혼자 하는 것에 무척이나 겁을 내는 것 같아 그게 또 걱정이다.
적당히 야무지면서도 또 적당히 소심하고, 적당히 겁도 많은 작은아이를 보면서,
엄마인 나는 박스처럼 작은집에서 살게 한 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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